◈ 산행사진

밤의 아차산 오솔길따라

鄕香 2006. 3. 10. 01:40

 

2005년 정년과 함께 소일꺼리를 찾아 난생처음 들어선 인터넷 그리고 난생처음 알게 된 인터넷카페 "아름다운산"

당시 카페지기 오륙도님의 당부로 내 생애 처음으로 산행공지라는 것을 냈습니다.

우리 집 뒷동산 아차산을.. 그 며칠 후 야등이란 것을 주도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

그냥 심심무료해서 옛 산행기를 들여다보다 아 나도 야등을 친 적이 있었구나,

그 지나간 세월에 스쳐간 분들이 새삼 그리움으로 새털같이 가벼운 가슴을 후빕니다.

이 후 나서는 일이 싫어서 아름다운산을 탈퇴하였고,

이어 카페 아름다운산도 풍비박산 흩어지며 여러 산악카페가 창립되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아띠'에 들어 온지도 수 삼년,

그 아차산의 맥은 참으로 고맙게도 이어져 오고 있음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차산의 바통을 내게서 이어 받으셨던 '날으는 곰님'의 우람한 모습이 그립게도 삼삼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내게 많은 벗을 줍니다.맑은 공기 바람의 속삭임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래 여울져 흐르는 골짜기의 맑은 물, 이 모두가 나의 동행이 되어 내 살아온 연륜 만큼의 추억과 고독이란 벗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이들이 그리울 때면 맘설임 없이 나서는 아차산 오솔길,   

하지만 늘 혼자 있는 길은 아니었죠.

수억 년 나이만 큼이나 세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윗돌이 있었고

갖은 형태의 몸짓과 찡끗거리듯

움트는 봉우리로 나의 교감을 즐겁게 하는 나무,

수줍은 듯 겨우 내미는 손처럼 푸르디푸른 어린 싹들의 인사가 있었고,

살랑 이는 바람은 감미로운 봄의 노래를 쉼도 없이 들려주었지요.

파란 별빛아래 구름은 온갖 형상으로 나의 생각들을 꾸며주고

달빛은 은가루를 휘 뿌리듯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아차산... 

 

 

그 산을 오늘은 귀한 두 분

'위아남님과 굴렁쇠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선두는 인향이요 중머리는 굴렁쇠요 후미대장은 위아남님.

갖출 것은 다 갖춘 우리 대열은 광나루를 출발하여

석곽묘를 향해 가는 길은 발걸음도 경쾌한데,

산을 감아 도는 한강은 수많은 사연을

사모의 정으로 흘리더이다.

 

夜 登은, 하루의 삶을 밤의 적막을 타고 무수히 흐르는

고요 속 자연에서 자기 성찰로 가는 길이던가,

어느새 마음은 자연과 대기에 融合되어

無想無念에 젖어 無相三昧이더이다.

우리가 가는 것인지 고요에 묻혀 흐르는 것인지

빗장 풀린 마음, 꿈길 가듯 다다른 곳은

어느덧 다비터를 지나 석곽묘였습니다.

 

천오백 년의 세월에 주인은 내줄 것 다주고

역사의 章 어느 곳에 흔적도 없는데,

텅 빈 돌곽만 덩그러니 지난 세월을 퍼내고 있더이다.

지난 날 석곽의 주인은

이렇듯 흙 한 줌 없어 풀뿌리조차 내릴 수 없는 바위산상에서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흐르는 강물을 보며 무엇을 그리도 주절이고 싶었을까요.

 

마음을 다듬어 내려다 본 강변에

무수한 차들의 불빛은 꼬리를 물고

강변가로등 불빛은 여의주처럼 휘황찬란한데

천호동의 오색창연 현란함은 꿈의 궁전이로소이다.

 

타는 갈증에 한 모금의 차로 목을 축이고 우린 다시 어둠을 탑니다.

작고 앙증스런 바위절벽이 오밀조밀 재미있고

하늘 가린 송림사이사이 솔향기에 취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란도란 정을 흘리며 다정다감하오니

이 밤 이발길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그렇게 솔바람타고 가는 길이 아차산이지요.

 

제4보루 성을 도착하여 가져온 간단한 음식으로 재충전하고

심호흡을 하니 이제까지의 일이 한 바람에 날리고

군데군데 발굴조사현장을 질러가는 길에

지난날의 나의 흔적과 소상들이 가슴을 스치며

쓸어내리게 하더이다.

과거는 항상 아쉬운 그리움인가봅니다.

 

이제 등성이 널널한 길의 동편에 미사리 강변을

서편에 서울의 야경을 주마간산처럼 흘리며

불야성에 나 절로 나오는 소리,

아~ 이럴 때는 살만한 세상이고 여기가 신선의 요람이구나'. 

 선선한 밤, 봄바람에 싱숭생숭 해지는 마음, 속세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두려움에 머뭇거리는 아차산의 야행이었습니다.

2006/3/9(목) 밤23시 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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