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망봉으로 가는 촌락은
예전같이 구수레한 촌락의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닭장에 토종닭도 키우고
여염집 개가 낯선 이를 보고 울타리 너머로 짖어대는 길가에는
곳곳 작은 꽃밭들이 있었고,
금낭초에 패랭이꽃에 해당화까지 활짝 피어
옛 시절의 추억을 깨우고
저만치 다가오는 계곡엔
섬섬옥수의 맑은 물이 주절이며 흘러 수정을 이루는데,
바라보는 국망봉은 우람스레 엄숙한 위엄으로
나를 굽어내려 본다.
마음 가다듬고 겸손함으로 교감하니
이내 국망봉은 내게 들어서도 좋다고 자애로움으로 반긴다.
태고의 어머니 같은 포근함이
특유의 새로움과 풋풋한 향내와 넉넉함으로 포옥 감싸주니
온전히 받아주는 고마움에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심 후미를 서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발걸음은 자연스레 유유자적이며 걷나니...
이는 우리를 어여삐 맞아주는 자연에 답례하는 마음입니다.
산길로 접어들며 님 들을 헤아리니
OK 님을 선두로 이미 유월의 녹음에 잠식되어 보이지 않고
몇몇님들만 눈에 들어오는데..
좋은 느낌님이 좀 염려스럽지만,
자부심과 인내력 의지가 범상치 않은 분이니 믿음이 가고,
다만 초입부터 수상한(?) 호박꽃님, 우연히님이 심상치 않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어 (히라소니님, 봉산님의 우람한 체격)
마음놓고 그 분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본다.
후미를 맡아달라는 산가네대장님의 德令이 계셨음 과
국망봉의 산세가 너무 좋음이지요.
참나무와 단풍나무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목들이 빽빽이 들어서서
토해내는 초록빛 향내 나는 신선함이
온갖 공해로 찌든 우리의 폐부를 말끔히 우려내 주고
하늘을 향해 뚫린 녹색 터널은 끝도 없는데...
폭탄을 자처하신 두 자매님은
웃음과 재담으로 두 분 우람이를 묶으며 폭신한 융단처럼 가는 길에 수없이 깔아주더이다.
중간 중간 녹색 터널쉼터에서
소모된 체력을 보충도 하며 오르건만
가파른 터널의 힘듬인가,
점차 선두보다 늘어가는 후미그룹의 주고받는 정감은 더해가고,
거의 자유분방함으로 선두를 오르내리던 나도 오늘 따라
후미에 충실함이 지루하지 않음은
온갖 채색으로 치장하고, 꾸민 아름다운 터널과
작고 예쁜 야생화와 나누는 끊임없는 밀어의 즐거움이었지요.
그렇게 오른 산상에서의 음식은
진한 감동의 자리였습니다.
커다란 양푼, 충분한 보리밥에
온갖 양념 나물을 준비하신
늘 듬직하게 믿음이 가는 좋은느낌님,
시원스레 버무림을 하는 진주님,
모든 산우들 상상해 보십시오, 그 보리비빔밥의 맛을...
이내 뚝딱 한 그릇 배불리고 나니 나물 채집 시간!!!
무엇이 오늘의 나물인지 대장님의 채집강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녹색터널 저 편 더욱 깊은 채굴 광 막장을 향해 몸을 숨기고
광물 캐는 소녀 화초사랑님의 근처에서 곁눈질로 따라하는
채굴에 시간가는 줄 몰랐지요.
그런데 늘어나는 나물 양보다 많은 것은,
분출하는 땀이더군요.
그래도 힘듦보다 무공해의 소득이 더한 기쁨이었습니다.
하산하는 길엔 땀으로 점철된 몸의 따가움과
듬직한 두 분 우람이(동산, 히라소니님)로 인해 자리를 밀려나
단번에 치고 내려와
골짜기에 풍덩 젖어들어 등목까지 한 국망봉의 우리는
자연을 캐는 녹색광부였습니다.
2005/5/31inh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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