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352

「정복 불능 / 征服不能」(Invictus)

소싯적부터 외로움을 떨쳐내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갈망한 오손도손 살가운 情, 팔순을 목전에 둔 나이건만 이루지 못했다. 모순과 배신이 순차적으로 내 가슴에 얼룩으로 물들여도 흐르는 물에 씻어내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이제 남은 여생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설령 그날이 내일일지라도 단념하는 일은 없겠다. 이 무슨 억척스러운 운명인가? 언젠가 일간지에서 읽은 미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가 최후 진술 대신 읊었다는 시가 생각난다.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온통 칠흑 같은 암흑 억누를 수 없는 내 영혼에 신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라도 감사한다. 잔인한 환경의 마수에서도 난 움츠리거나 소리 놓아 울지 않는다. 내려치는 위험 속에서 내 머리는 피투성이지만 굽히지 않았다. 분노와 눈물이 이 땅..

「양주 천보산에서」

울적한 마음 달랠 길 없을 때 불쑥 나섰던 산행이 이제는 한 일상이 되었나보다조금만 기분이 상큼해도 배낭을 메고 공연히 우울해도 산으로 간다언제나 나무는 다독여 주고억겁의 바위와 지난한 이야기를 나누고향기로운 바람은 마음을 홍예로 물들여감정의 기복을 곰삭혀 맛깔스럽게 숙성시켜 준다. 양주 천보산 戀人바위 머리 위에서 - - 鄕香 -

「예봉산 자락에서 -」

하늘만 믿고 오른 예봉산, 햇볕 들자 바람 불고 검은 구름 오락가락 여기저기 비 내리고 변죽에 죽 끓듯 하네. 맥없이 너덜너덜 내려온 길에 조만치 보이는 거무죽한 굴다리를 마치 개선문처럼 또는 虹霓처럼 아름답게 단장한 가을을 머금은 담쟁이, 재주도 좋지! 볼품 없는 교각에 붉고 아름다운 繡를 놓아 개선장군 맞이하듯 힘들고 지친 耆老를 열정으로 맞아주네.   하염없는 발길에 부슬부슬 가을비 내리네 촉촉이 젖어가는 저 길이 내 기분인가! 저 빨강빨강한 열정 보기에도 벅차다.    2023년 10월13일,   - 鄕香 -

「아름다운 것들」

하늘에서, 물에서, 땅에서 무수한 생명이 잉태하고 태어난다.그 자연은 모두 하늘의 작품, 어느 것 하나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작은 곤충, 잡초 한 포기에서도 존재의 가치와 무한한 창조의 솜씨를 느낄 수 있음에 저절로 몸가짐과 행실이 겸손해 지는 까닭이겠다.   울적한 마음 달래려 들어선 두물머리 난 정말 반했다오 아름다운 저 풍경 -   울적한 마음 달래려 바라본 파란하늘 두둥실 떠다니는 정말 멋진 하늘구름 -   화사한 꾸밈으로 늘어져 간들간들 바람결에 그네 타는 정말 멋진 능소화 -   한여름 뜨거운 열기 온몸을 불태우며 붉디붉게 피어나는 정말 멋진 배롱나무 꽃 -  들어선 산책길에 바라본 파란하늘 두둥실 내 맘 훔치는 달콤한 구름솜사탕 -  울적한 마음 달래려 정동진역 들어섰다가 난 정말..

「기러기 울어 에는」

1952년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제자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 가정과 명예 모두 버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종적을 감췄다. 그러니 교수와 19세 소녀 간의 세기적인 로맨스라고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어언 십년이 흘렀다. 부인은 남편이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옛날의 그 제자가  집 앞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지 가난하게 살아온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부인은 참담한 심정으로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고 있던 스웨터를 벗어 여자에게 입혀주고 가지고 있던 돈 봉투를 손에 쥐어주며 겨울 따습게 보내라며 그 길로 발길을 돌려 서울로 왔다.부인의 그런 모습에 여인과 목월은 감동으로 목이 메고 가슴이 아려 서로 헤어지기로 하고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