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기러기 울어 에는」

鄕香 2023. 12. 1. 23:13

 

1952년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제자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 가정과 명예 모두 버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종적을 감췄다. 그러니 교수와 19세 소녀 간의 세기적인 로맨스라고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어언 십년이 흘렀다. 부인은 남편이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옛날의 그 제자가  집 앞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지 가난하게 살아온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부인은 참담한 심정으로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고 있던 스웨터를 벗어 여자에게 입혀주고 가지고 있던 돈 봉투를 손에 쥐어주며 겨울 따습게 보내라며 그 길로 발길을 돌려 서울로 왔다.

부인의 그런 모습에 여인과 목월은 감동으로 목이 메고 가슴이 아려 서로 헤어지기로 하고 목월은 서울로 떠나기 전날 밤 시를 지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이별의 선물로 주었다. 그 시가 바로 이 노래이다. 

 

 

기러기 울어 에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한낮이 기울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날이 저물어 

 

 

아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산천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2023년12월1일  - 鄕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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