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을 출발하여 이내 들어선 전라북도 진안 고원지대에 위치한 마니산을 향하는 길목에는
5~600고지의 완만한 산들이 겹겹 산산이 연초록의 잎새와 연분홍 벚꽃으로 곱게 채색하여, 나를 즐겁게 했지요.
도착한 산행 길옆 계곡엔 맑은 물이 동심을 부릅니다. 종아리 걷어 올리고, 첨벙 뛰어들어 '돌 마치' 몰고, '가제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은 천천히 산행하리라 생각하였는데... 운 좋게 후미조가 된 것 부터가 우연치 않습니다.
아주 천천히... 스스로 생각해도 내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자진 폭탄이 의외로 내게 잘 어울린다고... 좌우 땅, 하늘을 기쁨으로 바라볼 때 이름 모를 풀꽃들의 향기는 나의 후각을 감미롭게 합니다.
이제는 제법 고사리 손 같은 이파리들의 손짓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며, 가벼운 흥분마저 느낍니다. 아~ 이래서 봄은 우리를 들뜨게 하는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일어서는 나의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할 일이 생겼음에 기쁨입니다.
자갈과 모래를 섞어 만든 콘크리트 같은 모양의 퇴적광상물(堆積鑛床物)의 바위들, 캠브리아기 약 5억만 년 전에 바람과 유수로 생긴 퇴적암, 억만의 세월에 형성된 저 불규칙한 덩어리들, 햇살은 암벽에 수 없이 박힌 자갈들에 복사되어 다이아몬드광채의 번득이는 눈빛으로 부릅니다, 수억만 년을 이 자리에 버티고 서서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게 넓은 가슴으로 안겨오라고, 빠져나간 차돌들의 자리매김으로 자란 바위손이 짙은 녹색의 푸름으로 손짓합니다.
이제까지 마그마의 흐름의 화학적 침전이나 유수(流水)의 퇴적암은 보았지만, 풍화나 침식작용에 의해 쌓여 이루어진 마이산의 퇴적암은 그 세월 그 기묘함에 경건해 지기조차 하더이다.
작은 수석이라든지 채석강에 드러난 지층을 보면, 공연히 숙연해 지는 건 천문학적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거기에 스며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수억만 년의 시간들, 그렇다고 그 시간이란 걸 수학적으로 인식해서 경건해 지는 것은 아니지요. 일단 엄숙해 진 것에, 그 이유를 굳이 따져보자면, 수억만 년의 실마리가 잡히는 것이 아닐까요.
수억만 년...이미 시간의 개념이 아니지요. 사람이 몇 번 태어났다가 죽어야 수억 년이 될까...사람들이 절경이라고 이렇게 찾아와 밥 먹고, 어르고, 바라보지만 그리고 수석이라는 것도 집안에 애지중지 모셔놓고 감상하기도 하지만, 이미 그 것들이 품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들이 셈할 수 있는 영역 바깥의 것이겠지요.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포함되어 있는 것. 유현(幽玄)함은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 것일 테지요. 저 기괴한 모습의 바위덩이나 수석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그것들은 또 언제나 우리들의 접근을 거부하며, 혹은 비웃으며 셈할 수 없는 시간의 저 너머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린 먼 길을 달려와, 저 절벽이며 나무들을 구경하지만, 저 산은 우리들을 구경하며 스스로의 유구함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우리를 세월의 수만큼의 포용력으로 반기는 마이산!
이런 상념에 젖은 발걸음은 어느 덧 첫 봉우리를 넘고, 저 산의 채색의 빛깔 같은 기쁨의 주절임으로 올라선 전망대.. 주변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산들이 마치 시립하여 읍소하듯 눈 아래 펼쳐져 있는 어울림과 장관의 극치와 하얗게 무리지어 다가오는 벚꽃의 군락행렬은 또한 기쁨입니다.
그렇게 다다른 사찰에는 마이산에 종기처럼 박혀 돋아있던 차돌들이 오랜 세월의 풍화로 빠진 것들로 쌓은 무수한 돌탑은 익히 들은, 수없는 설문으로 퇴색하여, 저 만치 있을 뿐이고, 암,수의 마니봉은 듬성듬성 세월의 상처를 입은 채 나약함 마저 보이며,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모아놓은(돌탑) 무더기를 애잔하게 보는 듯하여 왠지, 서글퍼 마음도 몸도 갈증이 납니다.
암자 옆 섬진강 발원수로 목을 축이고, 호남의 솜씨 좋은 순두부찌개로 허기를 채우고 돌아오는 버스 내의 풍경 " 법은 법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것"에 이루어진 상운님의 산행 필수 특강과 원맨쇼(?)같은 재담은 고속도로의 무료함을 잊게 하여준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이런 즐거움의 자리를 마련함에 너무나도 수고하셨을 오륙도 회장님, 몸도 불편하신데, 기꺼이 참석까지 하셔서 아름산의 힘이 되어 주셨고, 밤잠 못자며 저희에게 고운 손길로 김밥 마련해주신 설경님, 두 내외분 정말 고맙습니다, 산행을 기획하고 이끌어주신, 무심님, 산 너울님, 광야님, 상운님, 위아남님, 고바우님 함께한 즐거움 마니산과 함께 늘~ 잊지 않겠습니다. 평안한 나날 되십시오. 200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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