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사진

선자령이여 무엇을 말하오리까

鄕香 2006. 2. 19. 20:01

 

 『 선자령』   (사진 : 똘똘이 님 作品)

 

 

무슨 까닭일까! 가지도 못한 선자령인데, 이렇게 필을 들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몇 해 전 2월 중순 갔었던 선자령..  그 지난날의 선자령을 회상하며 글을 씁니다.

선자령.... 마치 善한 여인의 이름 같은 봉우리인가?

언제부터인가 산행을 할 때면 나는 군 시절의 행군을 하는 뜻한 착념에 젖어든다.

산등성이를 일렬종대로 정렬하게 가는 모습에서 말 할 수없는 연민의 정을 느낌은 어인 까닭인지...

저 만치 선자령의 넉넉한 시골아낙의 마음처럼..

크고 모남이 없이 잘 생긴 아낙의 엉덩이처럼 그렇게 엎어져있는 듯 펑퍼짐한 구릉이 내 마음을 풍성지게 맞아준다.

 

정말 사람의 마음을 감싸주는 포근함이 여유로운 산이구나!

어릴 적 뛰 놀던 시골 외가의 동산처럼 나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감동으로 빠져 들게 하는 산이구나.

빼어 난 아름다움의 극치도 아슬 하고 짜릿한 감칠맛도 없으련 만,

무엇이 이 처럼 나의 마음을 감동으로 엮어내는지...

아마도 그 것은 잡다하고 오밀조밀한 기교가 없는 밋밋한 등성이의 선과 큰 획으로 그은 뜻한 넉넉함이리라.

 

그런 풍요로움으로 맞은 파란하늘과 완만한 포물선으로 맞닿은 구릉의 아침나절은 봄기운마저 느끼는 나른함이었지요.

이어 오른 선상의 능선 저편의 넓은 초지는 여인의 품처럼 내게 다가와 안식으로 감싸고 바람은 끊임없는 시샘을 합니다.

 

저 만치 떨어져 있는 대관령 풍차는 어린 시절 책에서나 보던 이국의 동경으로 잠시 머물게 하는 한 느낌으로 남겨두고,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한 획의 수평선도 없이 하늘과 바다와 하얗게 눈 덮인 산이 하나 된 은색의 아름다움으로 보았습니다.

이제 햇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능선 너머 음지의 내림 길은 내 키를 재는 깊이의 설원(雪園)은 또 다른 포근함을 줍니다.

 

아.. 여기에 나 저 희디 흰 눈처럼 하나 되고 싶어라! 눈 속 깊이 푹 빠져 순백으로 되었음 하는 한 생각이 멈추는 시점,

마음은 욕망도, 이기도, 다 녹아내린 동심이었고 한 송이 눈이 되었습니다.

봄이면 풋풋한 생기로움, 여름이면 싱그러운 녹색 장원, 가을이면 크레파스 그림처럼 알록달록 감미롭고 풍성함에 해맑은 파란하늘,

그 어느 것 하나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영글지 않는 것이 없이 적당한 간격으로 순환하는 계절이 있음에 더욱 아름다운 심성을 지닐 수 있는 행복입니다.

 

세찬 바람에 시달렸을 나목들 사이로 허리까지 쌓인 눈길을 헤집고 가는 야전통로 같은 눈길에서 님들의 온몸썰매는

본의 반 타의반의 어쩌지 못할 즐거움이었지요.

하산 길 내림길목의 깎아 세운 듯한 설벽을 타고 내려가는 희열을 무엇으로 말 하오리까.

그 짜릿한 행복도 잠시, 굴러 내리는 임이 있어 쓸어내리는 가슴으로 온 몸으로 받아 안고 보니

여인 아닌 실망스런 남정네였지요. 지금도 아쉽고 그 실망과 허전함 지울 길이 없습니다...ㅎㅎㅎ

 

귀가에 오른 버스에서는 반주와 분위기와 님들의 노래에 녹아내리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각기 다른 특성의 노래와 율동이 하나 된 흐름 속에 나 또 한 마음껏 망그러져 (?)보고 싶었건만,

그 모양을 흉내의 몸짓조차 모르는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비록 단순한 몸짓이지만, 그냥, 음악에 푹 빠져 하나의 음표가 되고 싶고 깊은 감성에 젖어 허우적여 보고도 싶습니다.

타고 난 재능도, 오랜 세월 미려하게 다듬어진 지극히 자연발생 적에 가까운 리드미컬(Rhythmical)한 몸짓과 허스키한

음색은 아니더라도, 보는 이에 즐거움이 되고 기쁨일 수 있다면 연체동물처럼 망그러져 보고도 싶었던 추억,  

견고하게 축조된 제방의 수로를 흐르는 물이 아닌 자연의 냇가로 흐르는 물처럼

바윗돌도 부딪치고 굽이도 치며 여울처럼 흐르며 태초에 주어진 인성의 본질로 환원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움 말입니다.

 

아, 하얀 설원에 뒹굴던 모습이 지금은 벌써 추억으로 되 보실 님들의 그리움도 나의 추억 속 선자령의 눈처럼,

하얀 순백의 도화지에 아름다운 율동과 고운 음률과 기이하게 앙상한 고목과 이슬 맺힌 풀꽃,

푸르고 맑은 하늘과 계곡의 물로 32명산은 많은 님들의 정성으로 곱게 채색되어 갈 것입니다 .  

오늘 선자령 다녀오신 님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십시요. 감사합니다.

 

<박승무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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