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참으로 오랜만에 내 아끼고 사랑하는 님을 뵈러 가는 날이랍니다.
고요한 어둠의 차렵을 느리시고 안개의 너울 속에 고즈넉이 계실 나의 님!
그 언젠가 달빛 찰랑이는 밤에 뵌 후 참 얼마만인지요.
피어오르는 밤안개처럼 몽실몽실 쏟아납니다.
님 뵈올 기쁨에 종일 주린 속을 달래고
모처럼 뵈올 임과의 축배를 위해 그 좋다는 더덕 주와 검정콩주를 갈무리하여
긴 해로를 하고자 차를 가지고 갔답니다.
언제나 차를 두기에 만만한 광장동 야간 노상주차 선에 차를 두고
광나루 등 넘어 아차산역으로 가는 걸음걸음에 바람이 갈리고 있음은 흥겨움의 파문이겠지요.
그렇게 야무진 설렘으로 다다른 곳(만남장소)에는
늠름한 장부의 기백과 깎아 빗은 비너스의 유려한 몸짓으로
범강장다리 같은 우람한 수십의 대장들을 점고하고 계시는 한 분이 계시니
이름하여 아차산 여 성주시랍니다.
순간 이제까지의 나의 몽환적 생각들이 봄바람처럼 꼬리를 감추더이다.
이 무슨 달갑지 않은 변고란 말입니까
허참! 은밀하게 님과 호젓함에 젖기에는 애당초 그른 일..
체념이 스물거림은 저의 변심이 아니랍니다.
휘지 않을 기백과 꺾이지 않을 부드러움으로
밤의 장막을 잠식하는 여명처럼 밝아오는 그 여 성주의 여력 탓이 예요.
지난날 불암산 산상에서 기로에선 나를 도움주신 분이시기에..
의로움의 그 분과의 동행을 외면할 능력이 저에겐 없답니다.
진솔함은 그리 생각함을 믿기에...
희끄무레한 빛의 여운을 뒤로하고
우리는 어둠속의 보석을 캐는 광부가 되어 들어서는 아차산!
결코 웅장하고 큰 산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수월함을 매김 할 수 있음도 아닙니다.
한 때의 땀을 삭이는
장승업의 선인도에서나 볼 법한 휘어 틀어진 기묘한 아름다움의 솔바람이 있고
가슴 설레임의 갈바람의 감미로움과
곳곳에 선인들의 숨결로 속삭임을 주는 섬돌이 있으며
아담하지만 준엄한 선비의 고고함이 있으며
여인의 부드러움 속에 숨긴 손톱 같은 날카로움도 있답니다.
우린 그걸 채광하러갑니다.
우린 저 머 언 삼국시대 백제인들이 아단성(阿旦城=阿且城=峨嵯山城)을 쌓기 위해
돌 뜨기를 한 상처가 드문드문 아물려있는 너럭바위 등성을 지나
팔각정 뒤 대성암 쪽 들머리 절벽 길을 외면하고
우측 능선 길로 들어섰답니다.
길옆 졸참나무와 굽어진 적송사이 어디에선가
소쩍새(중국 촉나라 임금 망제의 슬픈 혼이라는..)는
애절한 목소리로 소쩍소쩍 이며 길을 열어주었지요.
좌측 동쪽에는
아리수가 수만 년의 사연들을 실타래처럼 올올이 풀어가고
강 건너 千戶에는 백제의 성혼들이 혼 불로 살아나고..
우측 서편엔-
천 년의 고도 한성이 오색 등불로 기나긴 유구함을 밝히고 있었답니다.
이렇게 나의 혼 줄은 인류가 유인원으로 부터 갈려 나온 신생대로 부터
헤일 수 없는 생의 굴레를 넘나들고 있을 때
난데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산산이 조각되어 아쉬움의 편린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노상 주차의 대여 소유권자의 차를 비워 달라는 추상같은 질타에
혼비백산하여 그 먹음직스런 메기매운탕도..
모처럼 만난 님들도 뒤로 한 채 내리 달려야 했던..
그래서 또 아쉬움만 더한 임과의 작별이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임도 이제는 나만의 임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아띠의 형제자매와 대장 유끼에 님의 각별한 사랑을 볼 수 있었음에
조금은 서운(?)함을 가질 수 있었음을 감사합니다.
또한 진솔한 情으로 사람을 사랑하시는 시나이님의 우정에
고마움을 가집니다.
님들의 내면의 사랑을 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
넋두리하면서 더욱 건강하심을 저의 福과 함께 드립니다.
두서없음을 예쁘게 보아주실 거죠 고맙습니다.
2007/7/4 仁 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