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이 아차산 오솔길을 걸었네. 손은 주머니에 절로 가고 마음 놓고 방황하는 걸음 하늘엔 바람 자고 구름 한 점 흐르는데 옷깃 스치는 억새 소리만 마음에 차오네. * * * 호젓한 오솔길에서 여인과 마주쳤네. 얼굴은 뵌 적도 없고 이름도 알지 못하네 그러나 온화한 태도로 서로 미소 지으며 목례만 주고 받고 등을 마주 한 채 가물가물하였네. * * * 등성이에 해묵은 굽어 틀어진 소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수천 년을 이 자리에서 흘러가는 저 강물을 보았을 수많은 생각들을 나는 사랑하노라. - 鄕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