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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思 浪 ♣

하는 일 없이 아차산 오솔길을 걸었네. 손은 주머니에 절로 가고 마음 놓고 방황하는 걸음 하늘엔 바람 자고 구름 한 점 흐르는데 옷깃 스치는 억새 소리만 마음에 차오네. * * * 호젓한 오솔길에서 여인과 마주쳤네. 얼굴은 뵌 적도 없고 이름도 알지 못하네 그러나 온화한 태도로 서로 미소 지으며 목례만 주고 받고 등을 마주 한 채 가물가물하였네. * * * 등성이에 해묵은 굽어 틀어진 소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수천 년을 이 자리에서 흘러가는 저 강물을 보았을 수많은 생각들을 나는 사랑하노라. - 鄕香 -

"구링숭망숭"

며칠이면 Christmas, 예수님의 탄생기념일이군요, 매년 찾아오는 성탄절 - 이 때 만 되면 친구의 할머님이 생각이 납니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겨울에 단짝 친구의 집(워커힐 옆 아차산 아래 '아치울'마을)에 있을 때였지요. 당시 30호 정도의 아담한 마을 중턱에 예배당이 있었는데- 여느 해처럼 교회마당 나무에 트리를 만들어 놓았어요 양지바른 사랑채 마루에서 볕을 줄기시던 할머님께서 그걸 보신 거예요 마침 친구랑 둘이서 천호동 문화극장으로 영화를 보러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마침 교회종이 울리고 있었지요. 그때 우리를 지켜 보시던 할머님이 '애들아! '구링숭망숭`보러가니-?` 하시는 거예요. 둘이서 얼마나 배꼽잡고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님께서 크리스마스의 발음이 잘 안 되셨던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파요.

" 매일 이어지는 고단한 삶도 너희들 예쁜 얼굴 보며 다 잊곤 했는데.. 미안하다 애들아 정말 미안하다... " 참으로 가슴 아픈 날의 아침이로구나 사진으로 본 똘망똘망한 너희 3남매의 선한 눈빛이 내 가슴을 못내 눈물로 가득 채우는구나 ! 얼마나 뜨겁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 하느님 ! 이 어린 영혼을 엄마아빠의 포근한 품처럼 감싸 주시옵소서 당신의 끝없을 은총을 입혀 주시옵소서 엄마아빠의 까맣게 타 버렸을 그 가슴에도 빠른 치유의 은총을 내려 주시길 간절히 간절히 더욱 간절히... -鄕-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기쁨입니다. 빗줄기를 가르며 경춘가도를 차를 몰고 달리면서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변에 그님을 피워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빗소리에 장단 맞춰 노래도 부르고 스며드는 우수에 젖어 마음을 적셔도 봅니다. 그 님은 어느 하늘에서 나를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부르던 노래만 긴 여운을 줍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슬픔입니다. 무수한 지난 추억이 방울방울 맺혀 빗줄기를 타고 얼굴로 스며들어 내 가슴을 헤집기 때문입니다. 이제 좀 있으면 내리는 보슬비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겠지요 그 님을 피어내기 위해 나서야할 시간입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리는 열병처럼 사랑을 했었기에.. 2005 / 05 / 18

「상념(想念)」

광나루는 언제나 가을 같은 곳 그 쓸쓸함이 나를 적신다 님 떠난 시름 어쩔 길 없어 오늘도 오르는 아차(阿且,峨嵯)산, 강 건너 보이는 암사동에 묻힌 옛 흔적 수천 년의 생각들이 눈에 비친다. 움집 짓고 본디 자연의 모습대로 살아가던 고대인들의 본질적 삶이 그려지고 내 앉은 바위에서 의미도 없는 利己에 수없이 죽어갔을 삼국의 영혼들의 절규가 바람에 실려 오가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며드는 온갖 생각들 떨쳐보고자 수만 년의 사연을 안고 흐르는 물에게 말하였다. " 네 생각 어떠하냐 ! 생각에 머문 이 쓸쓸함 머언 님께 전해주지 않으련.." 못잊음에 수십 년을 이리 서성이더라고....

산다는 것에...

땅거미 스며드는 다 저녁녘 어둠을 추려 밟고 나서는 길 모퉁이에 취한 양 수은등은 바람에 흔들리고 어스름 달빛따라 가는 어줍은 아차산길. 켭켭이 들어선 소나무 숲속에 웅숭그리 모여 앉은 바위들이 돋아난 이끼로 억겹의 세월을 덧칠하고 흐트러진 성돌은 적막한 기슭에 점점이 묻혀서 천군만마를 물리치던 옛 영화를 애잔한 그리움으로 유구한 달빛에 수많은 사연으로 풀고 있다. 오늘도 무수한 생각들은 무심히 자나치는 세월의 섭리에 질리어 또 다른 의미를 찾아 헤매이건만 근수와 무리수처럼 꼬리를 물고 물리며 온 밤을 하얗게 보낸다. 돈과 명예 그 무엇도 두 척 단신 누울 자리면 족할 것을 순간의 바람이 너무도 큼이 어리석음으로 녹아 내리네. 서울의 온갖 네온 불빛에 희뿌옇게 물든 하늘가에 그려진 앞산 능선은 쥬라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