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스며드는 다 저녁녘 어둠을 추려 밟고 나서는 길 모퉁이에 취한 양 수은등은 바람에 흔들리고 어스름 달빛따라 가는 어줍은 아차산길. 켭켭이 들어선 소나무 숲속에 웅숭그리 모여 앉은 바위들이 돋아난 이끼로 억겹의 세월을 덧칠하고 흐트러진 성돌은 적막한 기슭에 점점이 묻혀서 천군만마를 물리치던 옛 영화를 애잔한 그리움으로 유구한 달빛에 수많은 사연으로 풀고 있다. 오늘도 무수한 생각들은 무심히 자나치는 세월의 섭리에 질리어 또 다른 의미를 찾아 헤매이건만 근수와 무리수처럼 꼬리를 물고 물리며 온 밤을 하얗게 보낸다. 돈과 명예 그 무엇도 두 척 단신 누울 자리면 족할 것을 순간의 바람이 너무도 큼이 어리석음으로 녹아 내리네. 서울의 온갖 네온 불빛에 희뿌옇게 물든 하늘가에 그려진 앞산 능선은 쥬라기의 공룡의 등처럼 포물선으로 스물거리며 망각을 내 몰고 온갖 수식어로 아름다움을 부여 받든 한낮의 꽃들과 나무 숲은 어둠에 젖어 온갖 형상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달빛 타고 흐르는 적막속에 잠식되어 가는 그 느낌, 이 밤도 별이 스러져 내리는 속절없는 세월이여.. 바람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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