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매미소리에 잠을 깼다. 가끔 귀속에서 매미(耳鳴)가 울 때가 있어 그런 줄 알았더니 베란다 창 방충망에서 매미 한 마리가 요란하게 울었던 것이다. 그렇게 새벽을 열고 맞은 오늘은 나로서는 처음인 미지의 추읍산이라는 곳을 처음으로 찾아가는 날이다. 자연히 설렘이 없을 수 없다. 어떤 산일까!
추읍산 가는 길은 이정표도 길가의 풍경도 산뜻하고 아름답다.
잘 정리된 길가에 한번 쯤 살아보고 싶은 아담하고 정겨울 집들이 줄지어 있다.
꽃 따라 집도 예쁜가 집도 꽃도 예쁘니 사는 이의 맘씨도 예쁘겠지!
산이 있고 냇가 있는 곳이어서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이도 많다.
들머리로 가는 주변의 풍경이 그지 없이 아름답다.
비록 콘크리트 제방이지만 물은 맑고 넘처나는 그 모습이 하얀 물보라만큼 아름답다.
저 만치 바라보이는 추읍산은 임산부가 누워 쉬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
추읍산을 끼고 흐르는 냇가 接岸의 풍경 또한 아름답다.
추읍산 들머리로 가는 길가 풍경이 산뜻하고 경쾌하여 발길마저 즐겁다.
江岸의 석벽과 바위가 물빛에 잠기고 물과 바위가 자아내는 풍경이 능라도를 감아 도는 그 정경에 비견되네. 한 바위에는 "형"이란 글자를 새겨놓았다. 무든 사연을 안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형아",, 얼마나 듬직하고 애정가는 이름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내게는 애초에 없는 이름이다. 그래서 때로는 부모 못지않게 한없이 그립고 부르고 기대어 보고 싶은 이름이다.
비닐하우스 지붕너머로 백운봉자락에 구름이 노닐고 있네.
저만치 들머리인 흑내다리가 보인다.
흑내다리 건너 산 빛깔이 참 곱다, 푸른 빛의 靑綠, 연한 빛의 軟綠, 진한 빛깔의 眞綠 세 가지의 물감으로 물을 들인 그림처럼 정갈하다.
이 다리가 살꽂이 다리나 진천의 농다리처럼 돌다리였다면 풍경과 아우러저 능히 금수강산의 제일교가 되었으리
임삼부의 모습으로 누워 있는 추읍산을 사모한 검은 내가 주변의 수풀과 나무까지 고스란히 품속에 담았구나,
추읍산을 끼고 흑천을 끼고 오솔길은 그린 듯이 들머리를 찾아가네.
추읍산으로 들어선 발길은 숨을 고루며 가파른 산행을 시작한다.
나는 독을 지니고 있어요. 건드리시면 나의 포자가 공기를 타고 당신의 폐부로 빨려 들어가 당신의 몸에 독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네 모습이 햄버거 같구나! 그렇다고 저를 드실거예요? 당신도 상합니다.
표백제만큼 희구나! 突起까지 있는 네가 왠지 꺼림직하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가운데서 더위를 먹었는가! 춤을 추는 소나무, 림보도 추고 투위스트도 추네요.
이 푯말은 내가 가는 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른 코스의 푯말입니다.
산길은 오를만한 경사입니다.
내가 가는 코스의 이정표입니다. 원덕역으로부터 2,24km 지점이요 정상까지 0.8km 이라고 합니다. 모두 3004m, 원덕역~추읍산정상까지 약3km 입니다.
까짓것 800m 쯤이야!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길은 갑짜기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가볍게 여긴 내 마음을 읽었나!
45도 각은 되나 싶었는데..
각도는 70에 이릅니다.
땅은 차진 진흙(泥土)이어서 우기에는 산행이 어렵겠습니다. 젖은 땅을 디뎠다가는 미끄러지기 십상입니다.
어렵게 등성이에 올랐습니다. 산맥을 측면으로 오를 때면 바람이 막혀 열대지방의 정글을 지나는 것처럼 무더워 힘이 듭니다.
확 트인 곳을 바라보면 지금까지의 무더위를 견딘 것에 보상 받는 기분입니다. 시원하고 후련하고..
어느덧 정상이 보입니다.
이제 능골과 섬실을 거쳐 꼬부랑산으로 갈 것입니다.
추읍산은 지형도에는 주읍산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합니다. 1914년 일본 강점기에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추읍리가 주읍리로 바뀌면서 추읍산도 주읍산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 산을 칠읍산이라고 했는데 추읍산 정상에 오르면 양평군의 일곱개의 읍이 내려다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산행은 양평에서 용문으로 가다가 삼성리 입구 신내개울에서부터 시작하는 코스가 많이 이용되며 신내천 일대는 여름 피서지로도 이름난 곳입니다.
《 추읍산 정상(583m)에서 둘러본 遠景 》1.2.3.4,5,6
구름버섯(雲之)은 아닌데.. 무슨 버섯?
추읍산 정상의 헬기장.
추읍산에서 내가 본 버섯들은 색깔도 생김도 선듯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섬뜩하다고나 할까!
약수터로 가는 길에는 참나무 해충을 방제하고자 나무를 노란색 테이프로 감아놓았다.
퇴적암, 편마암의 바위들은 갈라지고 쪼개져 모서리가 날카로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추읍산에 산재한 바위나 돌들은 신석기인들이 그 날카로움을 살려 도구로 많이 쓰던 재질을 갖춘 돌로 칼이나 낫 등의 날을 세우는 숫돌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추읍산에서 하산길은 급격한 비탈은 없고 할석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이러한 너설길은 육산 길보다는 삐처나온 돌에 집중하다 보면 지루함도 다리 아픔도 잊을 수 있고 오히려 돌만 골라 밟고 가다보면 발바닥이 시원하지요.
큰 나무 사이로 큰 숨 한번 들이 쉬고 멋진 원경도 보며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추스릅니다. " 축축하고 힘들지? 집에 가면 목욕시켜주고 시원한 것 많이 줄께 탈 없이 잘 가는 거지? 오늘도 고마워 "
백운봉은 하늘 가린 검은 구름을 살풋이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좌측 높은 봉우리 백운봉으로부터 구름에 가린 용문봉, 보일듯 말듯 천사봉 그 다음은 무슨 산~~? 무슨 산에서 시작하여 천사봉 용문봉 백운봉을 거쳐 앞 능선을 타고 용문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있다고..
샘터 앞 푯말
산신제를 올리는 제단의 일색이다. 마주 보는 아래에 샘터가 있다.
이 샘터에서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앞서 길을 잘 못 들어선 것일까! 이리저리 코스가 겹쳐지고 여기저기 주관 없는 이정표에 속은 것이겠다.
낮은 능선을 향해 완만한 오름을 앞서가는 산우, 무릎을 다쳐서 물이 생기는 등 고생을 많이 했고 완전히 완치도 안됐다면서 무리하는 것 아닌가 염려스럽고 공연히 내가 미안하다.
추읍산은 큰 산이 갖춘 것은 다 갖춘 산이라 하겠다. 골짜기를 끼고 돌아내려가다가 어떤 느낌이 있어 옆을 보니 엄청난 너덜겅이 금시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다.
큰 비에 흙은 다 쓸려 내려가고 돌만 남은 길이 점차 좁아지며 터널이 된다. 겨우 웅크린 내 몸 하나 통과할 수 있는 긴 녹색터널이다.
터널을 통과하니 확 트인 제법 넓은 녹지다. 땅도 길도 나무도 온총 연록의 별천지다. 하늘을 감싼 구름만 회백색이다.
이곳이 공지에서 본 지도상에 표시된 길이 있는지 없는지 구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은 길인데 길은 없다!'
그 길 없는 길을 언덕을 넘어서니 산이 둘러싼 무릉도원 같은 인적 없고 조용한 분지에 비닐막사가 상하로 십여 棟이나 있다.
이렇게 심산유곡에 지어놓은 건물 안이 궁금하여 안을 들여다보니 세워놓은 참나무들이 가득하다. 아, 버섯재배를 하는 구나. 통나무 구석구석 하얗게 버섯종균을 했나봅니다.
내가 지나온 곳으로 끝동 너머에 길 없는 길 같은 곳과 녹색터널이 있던 곳이다. 이제까지 태고의 산속을 헤쳐 나온 느낌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킨다.
여기는 안개비처럼 물을 분사하여 종균을 한 나무토막들이 촉촉이 물을 머금고 있다.
버섯재배 하는 분지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다시 넓지만 뼈골이 드러난 길을 갑니다,
칡덩굴 꽃도 예쁘네. 자색을 좋아하여 자색 꽃이라 예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 기준을 경계해야겠다.
이 지점에서 코스를 벗어나 것 같다. 보이는 안내판 우측 숲길로 들어서면 산줄기를 따라 꼬부랑산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그냥 큰 길로 내려갔다. 이 사진은 지나온 방향으로 담은 사진이다. 따라서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우리는 발길을 옮겼다.
좌측 넓은 분지에 별장과 음식점이 보인다. 저만치 앞서 가는 님 그림자 밟으려니 그 그림자 보이지 않네.
쥐똥나무의 향기, 백합의 향기, 또는 라일락이나 수수꽃다리의 향기처럼 매혹적인 향기인데 어찌나 진한지 추읍산이 온전히 향기에 취한 듯 온 주변이 향기 속에 오감이 감미롭다.
무리지어 자생하는 향기로운 꽃의 모습.
몽골횟집 간판 옆 언덕진 길에서 우리는 아스팔트 넓은 길로 나왔다.
몽골에 흐르는 도랑의 모습.
도랑가에 내 좋아하는 쌈거리 방가지똥풀 씀바귀 종류이다.
차도를 따라 2km 정도 나는 하염없이 걷고 대장 곰치님은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꼬부랑산으로 들어서는 길을 찾고 도로변 길가에 의외로 아름다운 꽃들이 미소를 짓게 한다.
무슨 꽃일까! 꽃은 또렷하고 아름답고 잎은 부채살처럼 돋아나 있다.
車道 옆 길가 옆에 있는 어느 님의 집 꽃밭에 꽃을 피운 흰 무궁화꽃 많은 꽃 중에 단연 네가 제일이다. 청초하고 순박하고 하얀 청순함 깊은 속에 자빛 엿보이는 붉은 열정 더욱 감칠 맛이 있다. 하얀 너의 자태 어쩜 이리 곱더냐 !
꼬부랑산 끝머리 섬실마을 지나 도로에서 다시 우측 꼬부랑산줄기의 어느 암자로 오르는 길로 들어섰다. 이제까지 유유자적이던 걸음이 한순간 긴장한다.
한참을 꼬부랑산줄기를 향해 측면을 치고 올라선 능선에서 이제까지 아스팔트길 따라 내려온 방향으로 다시 올라간다. 역주행 하듯이.. 애고 힘들어.. 그러나 생각한다. 역으로 가든 바로 가든 오늘의 산행과정이고 볼 수 없었던 예쁜 꽃도 덕분에 보지 않았던가. 마음 추스르니 힘든 마음이 편해진다.
얼마간을 가파른 오름에 숨이 턱에 찬다. 그렇게 힘겹게 오르니 바로 정상이다.
꼬부랑산 정상 왜 꼬부랑 산인가! 거슬러 오르는 과정 없이 정상 뒤 가파른 오름을 타고 바로 오르니 정상이기에 꼬부랑산의 이름의 의미를 모른다. 길 잃고 꼬부랑산의 자락을 끼고 길 따라 내려가다 산너울 거의 끝날 무렵 꼬부랑산 측면으로 치고 올라오니 바로 정상이었음에..
정상에서는 원경 바라보기가 묘미라 하겠다. 멀리 용문산과 바로 아래 용문역과 시가지가 눈에 밟힌다.
간단한 점심으로 허기를 달래고 '아띠'의 리본을 엄숙히 달고 지나왔어야할 길을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걸어간다.
색깔은 곱고 귀품있지만 알 수 없는 너의 성분, 눈길만 주고 간다.
지나온 삼실고개를 여기서 보니 반갑다. 삼실고개에서 우린 잠시 다른 세상 만끽하느라 길을 벗어났었지
오지그릇 접시를 보는 듯하다.
목그릇 같다고 할까!
꼬부랑은 아니고 선이 유려한 길이구나!
하! 이런 산중에 이건 뭐지! 깊은 산중인 줄 알았는데 마을이 가까운가봐!
저만치 앞서가는 우리 대장님 가는 모습에서 생각나는 노래 있다.
'끝없이 가는구나 님없는 타향길을 오늘도 해는 지고 주막집은 멀고 멀어
방울새만 히죽히죽 나그네 외로운 밤 정든 고향 왜 버렸나 대관령 길손,"
어느 정도 호젓한 길을 내려오니 사거리다. 바로 섬실고개이다. 섬실(蟾室)마을은 자연마을로 그 형태가 두꺼비의 형상과 같다하여 蟾室이라하고, 금을 캐던 굴이 있다하여 석실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이 마을에 산수유나무가 많아 그 열매로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었다고..
사거리 중 우리가 내려온 길 제외하고 어느 길인가 우리가 왔어야 할 길이었을 텐데..
네 갈래 사거리다 양 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길과 양 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곰치님도 이길 저 길을 둘러보고 하산해야 할 길 앞에 서서 애초 꼬부랑길로 들어서는 길을 어디에서 올라왔어야 하는 곳이 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하산길에 오른다.
어느 정도 橫線으로 비알지게 나아가다 다시 유턴 방식으로 감아 내려 돈다.
내려가는 지면의 경사각이 70도는 족히 넘는다. 길은 그야말로 꼬부랑길이다. 마치 뱀이 모래땅을 기어가는 형국이다. 끝머리와 첫머리는 유턴하듯 감아돌고 이렇게 몇 굽이를 이어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꼬부랑산 정상 헬기장까지 900m 밖에 안 되는 거리란다. 생각보다는 가까운 거리다.
여기서 용문역까지 1400m라니 이제 다 내려온 것 같다.
아, 드디어 물이 보인다. 흑천이 보인다.
나뭇가지 그 사이로 보는 흑천은 강물인양 넓어 보인다. 빛에 투영되어 보이는 연록의 이파리들은 보노라니 황홀한 지경이다.
추읍산 꼬부랑산 산행이 끝나는 날머리의 모습이다.
바위가 거무죽죽한 색깔에 잘 갈라지고 쪼개지는 성질이어서 온 산에 할석이 널려있다. 제법 큰 축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옛 절터가 아닌가 싶다.
개울과 징검다리 푸른 둔덕 위 예쁜 집들 그 너머로 골도 예쁜 산, 이 모두를 품어 안을 양 피어난 뭉게구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한 아름이구나!
이 개울의 이름은 흑천이라고 한다. 살펴보니 산에서 보아온 무수한 검은 할석들이 있었는데 큰 비에 물에 쓰려 내려온 검은 빛깔의 돌들이 개울에 깔려 물이 맑아도 개울이 검게 보이는 것에 따라서 흑천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징검다리를 건너와 바라보니 비 오듯 흘린 땀 어느 결에 사라지고 다시 다가서고 싶은 맘 피어오르는 구름 같다.
들머리 초입부터 흑천다리 시작 전부터 물길 따라 온 아스팔트길 건너 마을로 들어서면 오늘 즐겁고 유익한 새로움 보고 배운 자연과의 안녕!
베어낸 옥수수 옆에 들깨를 심었으니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 보이는 듯하다.
파란 화선지에 구름은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문양을 그려 넣었고 벼는 한없는 푸름으로 풍성한 알곡의 꿈을 키운다.
오늘 생사를 같이한 대장 곰치님이여 기개 푸른 소나무의 기를 받아 다리의 아픔 깨끗이 치유되는 은혜 있으십시오,
지나가는데 내게 주는 속삭임이 있다. '우리가 자라면 이 나라는 錦繡江山이 되지요. 참! 그렇구나 병충해 이기고 잘 자라거라. 네 주인의 소원이란다.
지난 것은 모두 아름답다. 힘든 오름도 향기로운 숲이 주는 피톤치드의 혜택도 모두 한가지로 그리울 것이려니..
꼬부랑산 정상아래 드러난 골짜기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당겨보니 황홀해~~!
마치 성채와 흡사하구나.
그 모습을 보니 광화문루가 생각난다. 오늘 무릎이 완치되지 않은 몸으로 성의를 다하신 대장 곰치님 고마움을 드립니다.
2017년 7월29일(토요일) 《鄕香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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