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두물머리~북한강~대성리 라이딩

鄕香 2017. 8. 25. 10:37

자전거를 가지고 제천을 가기위해 중앙선을 타고 가던 중 예기치 않은 일로 도중 운길산에서 내렸다. 날씨는 흐렸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북한강자전거도로를 달려 청평까지 왕복 주행할 생각으로 두물머리로 들어서는데 소나기가 쏟아진다. 지나가는 비려니 하는 생각에 지붕 있는 쉼터에서 사진을 담으며 잠시 머물었다가 이슬비로 변하자 다시 청평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샛터삼거리를 지나 대성리역 인근을 지나는데 많은 비로 침수되었었나보다 도로사정이 엉망이다. 대성리역을 지나 3km 정도 지나가는데 왠지 돌아서고 싶다. 이럴 때는 느낌을 따라야지 생각했던 대로 진행하면 안 좋은 사단이 벌어질 때가 더러 있었기에 오던 방향으로 돌아섰다. 다시 샛터삼거리에 이르렀다. 바로 가면 마석으로 가는 길, 왼편으로 가면 두물머리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망설였다 왔던 길로 되가느니 자전거도로로는 안 다녀본 마석으로 가자는 생각이 더 많아 바로 직행하여 터널을 지나 마석을 향해 3km 정도 가니 목이 마른다. 잠시 마석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쉼터에서 가져온 복숭아 셋 중 두 개를 먹고 출발을 하려고 갈 길을 바라보는데 생각이 떠오른다. 이제까지 마석방향으로 가는 자전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왠지 마석방향으로 가기가 싫어진다. 또 망설이다. 다시 돌아섰다. 일행이 있었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혼자 미소를 짓는다. 다시 샛터삼거리에 도착하여 우측 두물머리 방향으로 달리는데 억수로 비가 내린다. 문화마을에 들어서 비도 피할 겸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원조청국장식당으로 들어섰다. 식사를 마치고 장대비가 멈추기를 기다려도 멈출 기색이 없다. 할 수 없이 다시 빗속을 달린다. 비와 자전거와 내가 하나로 처연하다, 두물머리 들어서기 전 생태관찰전망대에 이르니 이슬비로 변하더니 구름사이로 파란하늘이 간간이 보이며 강 건너 산봉우리에 무지개가 떴다. 오래간만에 보는 아름다운 무지개, 사람을 만나러 나왔다가 뜻밖의 시원한 우중 라이딩을 즐기고 무지개 7가지 고운 빛깔로 축복을 받은 하루가 되었다.  

 

주행거리/시간 운길산역-0.9-북한강철교-5.1-송천유기농테마파크-4.1-하이마트호텔-4.4-샛터삼거리-1.5-구운천폐철교-3.5-대성지구-5-샛터삼거리-3-마석-3-샛터삼거리-14.5-운길산역. 총 45km/214분.(3시간34분. 식사시간 50분 포함.)



'물의 정원' 호반은 그 정적 같은 고요함에 보는 이 그윽해진다. 물속도 그럴까? 아닐 것이다. '靜中動' 고요함 속에 탄생이 있고, 죽음이 있고 먹고 먹히는 살벌함이 소리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물머리에는 비가 내린다. 그래서 성립된 근사한 말이 있다. "내가 가는 두물머리는 언제나 비가 내린다."



줌으로 당긴 운길산 중턱에 숨죽인 수종사가 애달다. 한 때는 세조임금이 거쳐 갔고 정희왕후가 시주를 하던 사찰이었다. 지금은 비 머금은 구름이 감히 희롱하고 있다.



예봉산과 적갑산도 구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봉우리는 구름에 잠식되어 시름이 가득하다.



물의 정원에서 함께 자리했던 벗은 어디 있을까! 그 자리를 내 세컨드 애마가 주인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자리는 지난날 배가 드나들던 자리란다. 배의 모형과 밴치를 세워놓고 오가는 이 앉아 옛 정취에 물씬 젖게 했다.



기념비적으로 배의 모형을 그 흔적으로 두었구나!



이 연못에는 황금빛 붕어가 살고 있다. 한강어귀여서 그대로 강물과 이어진 곳이다. 이곳의 붕어들은 구태여 강으로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만 산다. 연잎 밑에 먹이가 풍부하고 거센 물살의 영향 없이 그대로 호수와 같아서 아늑함에 젖은 탓일 것이다. 인근의 붕어찜은 맛으로 유명하다. 더구나 천하제일 남자의 보양식이다.

 


나는 이 다리의 이름을 모른다. 그래서 이름을 붙였다.

'하프의 다리'라고 모양이 하프 같고 그리 생각하고 건너가니 하프의 아름다운 음률이 들린다. 



왜? 대각선으로 담았을까?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작은 렌즈에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을 하나로 담고 싶었을 것이다.



드디어 선비처럼 고상하던 가랑비가 심술 사나운 원님사또처럼 굴기 시작이다. 물을 마구잡이로 쏟아 붓고 있다.



높은 구름은 幽幽不動한데 낮은 구름은 이리저리 奔放하다 여기저기 비를 쏟아 붓는다. 



다리 중간에서 비를 맞으며 하프의 울림을 음미하고 있는 중이다.



하프소리에 맞춰 산들이 너울댄다.



언젠가는 맑은 수면에 그림쟁이 구름 한 점만 요술을 부리고 있었건만 지금은 물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강가 둔덕은 파종한 꽃씨들이 파릇파릇 자라고 강가로 향해 굽어진 길은 戰車바퀴자국처럼 육중한 모습으로 기어가고 있다.

 


《 열상산수도/冽樵山水圖 》

"輭槲肥梧葉正舒 연한 떡갈과 살찐 오동나무 잎이 막 펼쳤는데 (연곡비오엽정서)

 卄株古木獨蕭疏 고목 스무 그루만 홀로 쓸쓸하네                  (입주고목독소소)  

 范寬筆意徐熙墨 범관의 붓놀림과 서희의 먹으로                   (범관필의서희목)

 好向殘山剩水攄 하찮은 산수 경치를 잘도 묘사하였네.           (호향잔산잉수터)

 <冽樵>筆作(冽樵 / 茶山 丁若鏞 筆名)



강가에 우산을 쓰고 산책하는 여인들의 자태가 주변풍경과 사뭇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오는 날의 강가 산들은 그대로 한 폭 그림이다.

 


낮은 구름들은 몸이 무거운가 보다 봉우리마다 골짜기마다 지나가며 비를 내려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이 시절 다산도 꽤나 할 일 없이 무료했었나 보다. 자연과 더불어 노닐고 있었으니..



내 어려서는 이리 큰 강아지풀은 없었는데 외래종인가! 개량종인가? 외래종이라면 우리 풍토에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교란하니 속가내야 하고 개량종이라면 하지를 않았어야 한다. 유전자조작은 자연을 거스르고 파괴하는 일이다.



본래에 있던 못이었는지 정원을 꾸밀 때 인위적으로 만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잘 꾸며져 있고 수생식물이나 수생곤충이 건강한 것을 보니 물고기도 많겠다 그런 연유를 생각하면 물이 맑으니 샘이라든가 골짜기 어디에선가 유입되는 물줄이 있겠다.



수생곤충의 알인 것 같은데 식물대고 바위 면이고 무수하게 많다 알을 등에 업고 다니는 물장군은 아니고 도대체 어떤 녀석의 알일까! 빛깔도 참 곱지? 못에 놓은 화강석으로 놓은 징검다리 옆면에 붙어 있는 모습이다.



못 가운데 섬을 가진 정형적인 우리나라의 못 형식을 갖추고 있다.



못 가 갈대줄기에 분홍빛깔의 알들이 헤일 수 없이 많다.



큰 강아지풀꽃을 보니 우리 어려서 반을 갈라 인중에 수염으로 붙이고 손바닥에 놓고 손바닥을 흔들어 앞으로 나가게 가지고 놀던 강아지풀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수생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대성리역 방향으로 향해 페달을 밟는다. 운길산역으로부터 2.9km, 대성리역까지는 15.1km지점이다.



국도 45번도로와 나란히 북한강을 끼고 뻗은 길을 가다가 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맞았다. 운길산역으로부터 6km, 대성리역까지는 12km이다.



물이 제법 많이 흘러내려 징검다리로 건너가다 사진에 담아서 본다. 이것도 훗날 즐거운 추억이 아니겠는가! 그 때는 이리 말하겠지! "저 때만 해도 좋은 시절이었지!"



이 기점에서 의암댐 지나 춘천시내로 이어진 신매대교까지 65km이다. 내처 달리면 3시간은 걸리겠다. 날 좋은 날 다시 이 길로 달려 김유정박물관을 관람하고 와야겠다.



북한강문화마을 초입에 있는 자전거휴식공간이다 나무로 조망 겸 휴식할 수 있게 넓게 만들었고 옆에는 높은 정자가 있다.

 


문화마을 안산 중턱에 사찰형식의 팔작지붕의 건물이 보이기에 줌으로 담았습니다. 넓은 잔디와 묘지 장명등 같은 석등의 덮개석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사찰은 아닌 것 같고 왕실의 왕자가문의 사당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 날 때 확인하고 싶네요. 



문화마을 쉼터에서 포도와 천도복숭아로 목마름을 달래고 다시 강물 따라 길 따라 달립니다.



길가 문화마을공원의 벤치에는 아코디언으로 아름답게 노후를 즐기는 노신사의 모습이 눈길을 머물게 합니다.



마석역과 대성리역으로 갈리는 샛터삼거리입니다. 마석역까지 5km, 대성리역까지는 2.5km입니다. 운길산역을 출발할 때 양평역을 회기점으로 잡았으니 대성리역방향으로 갑니다.



대성리 방향으로 들어서려니 옆에 빨간 색깔의 종주인증부스가 보입니다.



폐쇄된 백색 철교 밑을 돌아 강가 길로 들어서는 중입니다. 수상스키를 위한 수상보트장이 있어 자동차와 공용으로 쓰는 길입니다.

 


수상스키장 지대를 지나가는 중입니다만 대성리역은 보이지를 않습니다.



대성리역은 지난 것 같은데 보지도 못하였고 안내표시판도 없는 가평을 달리고 있습니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외래종 넝쿨식물이 온통 뒤덮고 있어 토종식물을 잠식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정리가 필요한 곳입니다. 



나무도 풀도 모두 덮어 종내는 枯死시키겠지요. 푯말 앞에서 바라본 양평방향입니다.

  


드디어 위치를 알 수 있는 안내 푯말이 보입니다. 어디쯤일까! 쳐다보니 대성리역을 3km지나 청평역 6.3km 전입니다. 이유도 없이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갑자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듭니다. 오늘은 이곳을 기점으로 되돌아섭니다. 다음 춘천 갈 때를 생각해서 마음은 시들해진 모양입니다.



다시 샛터삼거리를 향해 돌아서 갑니다. 싱겁죠?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 모두가 희석되어 싱거워 진거예요.^^



백색 폐철교입니다. 좀 전에 저 밑으로 돌아 수상스키장을 지나서 청평방면으로 갔었습니다.



다시 샛터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왔던 길로 가느니 다녀보지 않은 마석을 거쳐 덕소로 갈 생각에 직진을 했습니다.  



터널을 지나 한참을 가다가 허기도지고 목도 마르고 길가 쉼터에서 복숭아 두 개로 목을 축이고 다시 달렸습니다. 한참 달려 마석시가지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이르자 저 시가지를 거친다는 것에 그만 숨이 막힙니다. 이제까지는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만 보며 왔는데 복잡하고 차도를 따라 매연을 마시며 갈 생각을 하니 그만 되돌아서고 싶어졌습니다. 다시 돌아서며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혼자 다니는 利點에서 피어난 미소였을 겁니다. 동행이 있었다면 이럴 수 있겠어요?



오늘 샛터삼거리를 세 번 거칩니다. ㅎㅎ 횡단로를 건너 우측 두물머리 방향으로 들어서며 또 웃습니다. 가랑비 내리는데...



샛터삼거리를 들어서 내리막길을 달리는데 가랑비가 소나기로 변해 억수로 쏟아집니다. 어쩌겠습니까! 피할 곳도 없도 그냥 달릴 수밖에 문화마을에 당도해서 보니 배는 고프고 음식점은 늘어서 있고 식사도 하고 비를 피해 쉴 겸 그럴듯한 원조청국장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시침은 4시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도 비는 세차게 내리고 버스정류장 차양아래서 비를 피하다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아 다시 빗속을 달리다가 빗줄기가 가늘어져 잠시 멈춰서 담은 풍경입니다.



이곳은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로 북한강에 교각공사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북한강철교까지 5km지점입니다. 비는 다시 보슬비로 변했습니다.



달리다 기념될 만한 풍경은 멈춰서 담으면서..



나무가 휘어 늘어져 터널모양을 하고 있는 것에 또 담습니다. 저 나무터널을 지나면 양서문화공원이겠습니다.



생태테마파크 관찰전망대입니다. 망원경도 비치되어 있으니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망원경을 보려는 순간 강 건너 멋지게 나란히 있는 3개의 산봉우리 위로 무지개가 떴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가지의 빛깔도 곱고 선명합니다.



도도히 흐르는 강가에

뒤질세라 빼어난 봉우리 셋,

파란하늘에 고운 무지개 뜨고

흥겨워진 흰구름 두둥실 춤추네

그 아름다움에 취해 갈길을 잊었노라.



무지개 뜬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넋 놓고 바라보다가 무지개 지고서야 눈을 돌려 망원경으로 여기저기 바라보니 강가 작은 모래톱에 보이는 새의 무리들 검은 새, 흰 새 암갈색의 새들 어우러져 쉬고 있다. 그 중 유독 눈에 밟히는 것은 검은 색깔의 가마우지, 바다가마우지가 아닌 쉽게 볼 수 없는 민물가마우지이다. 아름다운 산봉우리 재주꾼 흰 구름, 무지개 뜨는 곳에 귀한 민물가마우지를 봤으니 이만하면 오늘 하루도 의미가 큰 하루가 아닌가! 행운과 행복이 무엇인가! 이것이 행운이요 또한 행복이 아닌가!

 


자리를 떠야할 시간이다. 전망대 아래를 내려다보니 나를 기다리는 기특한 녀석이 보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8년을 한결같이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진득한 녀석이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다정한 세 봉우리와 우리의 젖줄 아리수와 상서로운 솟대 가운데에 기특한 녀석을 세워놓고 고마움에 축복을 준다.



떠나기 전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기념을 한다.



생태공원 안에 설치된 비닐하우스는 그냥 하우스가 아닌 애벌레생태학교이다. 애벌레모습으로 꾸불꾸불 이어진 설치물 안에는 수세미 꽃호박 등이 주렁주렁 영글어가고 있다.


 

나는 내시경 렌즈가 되어 애벌레의 휘어진 내장 속을 관찰하며 담고 있다.



애벌레의 이로운 용종이다.



애벌레의 생체를 알아 볼 수 있는 게놈이다.


수박 같기도하고 조롱박 같기도 하고 이 녀석의 Genom을 연구해 봐야 너를 알 수 있겠지..


애벌레를 진찰하고 나와 하늘을 처다보니 구름들이 미술전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彫塑科 학생구름은 열심히 용머리를 조형하고 있다. 



이름은 알 수 없으나 꽃은 꽃이라서 좋다. 호박꽃도 장미꽃도 열매를 맺나니 어느 열매가 더 좋다 할 수 없다. 모두가 다르고 특성이 있으니..



아까와는 다른 징검다리를 건너 생태공원을 뒤로 한다.



돌아서보니 애벌레학습관이 온통 넝쿨식물에 덮여 있다.



이곳은 산책을 하며 끝없는 생각에 시달려온 마음을 치유하고 안식과 평온을 담는 곳이 아닌가 싶다.

 


산책길은 마포를 깔아 폭신하니 느낌이 부드럽고 마음에 아늑함과 안정을 준다.

 


소박하고 가녀린 하얀 들꽃을 보니 청순하고 고운 옛 시골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려서 듣기에 이 녀석은 낙거미라고 불렀다. 부종이 생기면 이 녀석의 거미줄이 나오는 몸통을 떼어내 부종(腫脹)에 붙이면 고름을 빨아내어 치유가 된다고 했는데 그런지 안 그런지는 모르겠다.



강을 끼고 숲 우거진 오솔길을 걷다보니 젊은 날의 소상들이 끊이지 않고 떠오른다. 이런 그리움과 애틋함이 돋아나는 마음의 정원인가! 회상의 길이라 함이 맞겠다.



틀을 통해 풍경과 자연생태를 관찰하는 곳인가 보다. 틀을 통해 밖을 보니 무성한 잡초의 대궁(식물의 줄기)만 보이더라.



나는 파란하늘의 흰 구름이 너무 좋다. 자유, 비움을 지닌 의미도 좋다. 이리저리 떠다니다 몸이 무거워지면 비를 내려 만물에 촉촉이 생기를 준다. 



다시 두물머리에 도착하니 그토록 비를 내리던 먹장구름은 사라지고 흰 구름 사이사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생긋방긋 웃고 서광이 솟는다.


 

옛 용진나루가 있었다는 곳에 표상으로 만들어 놓은 돛단배가 저만치 보인다. 물의 정원의 入머리이겠다.



넓은 잔디밭에 실용성을 겸한 조형성격의 벤치의 모습이다.



너울형을 볼 때 구름과 물결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보인다. 좀더 깊이 보면 물과 수목과 노랑은 무엇일까 바람? 사람? 세가지 색깔이 모두어 너울을 탄다 이러하니 물과 수목과 구름이 어우러져 물결을 타는 두물머리가 어찌 아니겠느냐!



배의 형상 가운데는 통로이고 전망대 역할을 겸하고 있다.



물에 잠긴 도로를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모험 삼아 타고 달려서 건넜더니 물이 온몸을 덮친다. 그런데 재미가 있다. 아이처럼 다시 돌아서서 타고 건넜다 그렇게 두 번을 왕복했다 옷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난다. 서럽고 눈물이 난다, 어째서 엄마 생각이 났을까..



강가 흔들벤치에 중년의 남녀가 보기에 좋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을까! 생각에는 없다. 하늘을 처다본다 잿빛이다. 지금의 내 심경이다.








나는 이 다리를 자주 찾는다. 좋아 하는 걸까? 한 자락의 추억이라도 있는 걸까? 



 이 다리를 건너 갈 때면 널판의 울림이 참 듣기에 좋다. 어린 시절 흥인국민학교 2학년 때 예쁜 누나처럼 고운 선생님이 풍금을 치며 노래를 가르쳐 주었었지 이 다리를 건너 갈 때면 그 예쁜 시절이 마구 나를 흔든다. 그립게 가슴을 때린다. 그러면 어느새 눈물이 난다.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물을 엄청 좋아한다. 물을 보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 물을 보면 엄마의 품처럼 아늑함을 느낀다. 또 어머니가 그립다. 그리우면 눈물이 난다.



어린 시절 한 여름 무더운 날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살꽂이다리 건너 뚝섬유원지로 미역 감으러갔다. 막(이제) 헤엄치기를 배우는 재미로 가슴 깊이까지 들어가 물장구치며 즐거워했다. 물가 모래사장으로 나가기 위해 바로 섰는데 그냥 물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물을 먹고 겁에 질리니 그나마 배운 헤엄치기가 되지 않고 허우적거리는데 마침 내 주변에 보트를 타던 모르는 언니와 형이 노를 내밀어 줘서 노를 잡고 있을 때 감시경찰이 달려와 살았다. 그래서 그 후로는 물놀이를 안 갔고 헤엄도 배우지 못했다. 

   


요즘은 전철을 이용할 때가 많다. 전철을 탈 때마다 빼먹지 않고 생각나는 일이 있다. 내 어려서는 전차가 있었다. 왕십리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5정거장이 되지만 가난했던 우리 집에서 전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焉敢生心 꿈같은 일이다. 얼마나 타 보고 싶었던지 그 꿈은 상급학교 들어가고 신문배달하며 직접 돈을 벌었을 때 큰 맘 먹고 꼭 한번 타 봤다. 그 때의 내 심경 당신은 알 수 있을까! 전철을 탈 때면 고마움과 함께 떠오르는 벅찬 느낌이다.

 



2017년 8월 21일(월요일)  《鄕香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