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소백산 (안개속의 소백산)

鄕香 2017. 7. 23. 14:23

산행은 언제나 힘들지, 그 힘든 과정을 나열하면 그 하나하나가 기쁨이요. 행복이었다. 왜 사냐고 묻는 다면 그냥 웃지요 가 정답이듯 왜 산에 가느냐? 묻는다면 그 너머 산이 있기에 또한 정답이다. 산에서 보고 느낀 것을 어떤 시인이라 할지라도 결코 수식어로는 자연만큼 아름답게 표현할 수는 없겠다.

오늘도 내가 탄 폭주열차는 변함이 없다. 치고 달린다. 칙칙폭폭도 없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린다. 이것이 산타모님의 체질이요 방식이다. 오늘 기교 없이 단아한 우리의 들꽃들의 청초함과 오염되지 않고 기획되지 않은 山勢의 웅장한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吟味하기 위해 소백산행 폭주열차에 기꺼이 몸을 실었다. 어려서 여자애들이 부르던 고무줄 노래가 있다. 앵두같이 예쁜 입술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노래 "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 , 할 때면 옆에서 구경하던 내가 쑥스러워 슬그머니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던 노랫말이 멀어져 가는 내 귀에 여전히 들린다.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 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노래가 들리는 것인지, 아님 어느새 내 귀에 익어 내가 속으로 부르고 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기차는 빠르다. 산타모호는 정거장이 없다. 쉼 없이 달리고, 나는 이산저산 잊을 새라 눈에 담고 요기조기 지천으로 핀 야생들꽃과 눈도장 찍으며 나름대로 부지런히 쫒아가지만, 이미 산타모호 기차는 내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게 가다 갈래길이 나왔다. 공지의 산행코스에서 익힌 지명이 없다. 할 수 없이 산타모님께 전화를 건다. '띠리리' 여기 어딘데, 어느 길로 가나요? 우측 길입니다. 예, 알았으니 걱정 마시고 계속 달리십시오. 저는 잘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한번 타본 기차도 아니고 쉼없이 달리는 기차임을 아는데 버겁고 힘들면 타지를 말았어야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나 내게 맞춰 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산타모호가 빠르긴 해도 승객에게 행동지침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 늦더라도 코스만 잘 숙지하였다면 한두살 아이도 아니니 누구라도 길 잃어 헤매는 일은 없겠다 호기심 많아 천방지축인 나를 받아주고 얼마간 간격을 두고 확인 전화를 주니 도리어 내가 미안하고 민폐를 끼치고 있다하겠다. 그런 미안하고 힘든 생각에 내게 적당한 공지를 찾아 이방저방 살피다가도 다시 산타모호를 기웃거리는 것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중독성이 아닐까 싶다.




희방사에서 연화봉까지는 처음부터 가파른 오름이다. 

어느새 駿足의 형제자매 저만치 앞서가네.


오늘 내 가는 길, 희방폭포-연화봉-비로봉-국망봉-늦은 맥이재-새밭(을전지킴터).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희방폭포를 보면서도 머리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땀은 비 오듯 솟아난다, 


인위적 구조물도 자연과 이렇게 조화를 이룰 수가 있구나! 


원추리를 닮았는데, 내 생각은 노랑나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밝은 색이지만 천박스럽지 않은 네가 너무 예쁘구나!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약 700ml의 땀을 흘렸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700ml의 물을 보충했으니까요. ㅎㅎ


단양의 연화봉과 영주시의 연화봉은 뭐가 다를까! 이름은 같지만 숨은 의미와 생각은 다르리라.


여기서 봄,여름,겨울의 풍경은 보았는데 가을풍경은 못 봤네.


진신의 빛과 지혜의 빛이 서린 毘盧峯이 4.3km 밖이라네. 부처가 계신 곳 그 보다 더 멀다고 어찌 못 가리오.


이름 모를 꽃이여, 무궁화와 진달래를 반반 닮았구나!


형제자매 오손도손 집성을 이루고 사는구나! 인간은 이미 추억 속에 묻어버린 자연의 순리를..


너는 시들려는 참이니 내 처지와 같구나! 그래도 정신마저 시들면 안 된다. 


앞서 내달리는 형제자매를 이렇게라도 부여잡고 싶었다네.


지나온 길 뒤돌아보니 그 기쁨 결코 작다할 수 없다네.


언제가 천문대를 향한 능선에 매료되었던 기억에 돌아서서 보려는데 雲霧가 잠식하고 있다. 그런 모습 너무 황홀해~~!


철조고무계단을 다 오르니 제1연화봉이다. 작년 가을에 여기까지 왔다가 비로봉으로 펼쳐진 잘 생긴 능선과 예쁜 단풍과 멋진 절지의 나무들을 만나보지 못하여 그 서운함을 삭이지 못하고 오늘 다시 왔단다.


비로봉으로 가는 길에 계단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연화제1봉에서 보았을 때 드넓은 평야처럼 보였기에..


내가 가야할 길을 들꽃들의 평화로움과 자연스러움이 거부한다.


자연의 영역에 냄새 고약한 고무를 깔았으니 들풀들이 길을 막고 저항했구나! 


내 좋아하는 기암이 불쑥 나타났다. 놀람 반 기쁨 반이니 즐거움은 자연수가 되었네. 


한 녀석은 거북이고 또 한 녀석은 이구아나가 분명하다. 


스님을 기다리다 얼어 죽은 동자의 무덤에서 피어났다는 동자꽃...


장엄한 소백산을 운무가 희롱하고 있다. 이렇듯이 자연은 無我之境 아니더냐 인간은 詩人이랍시고 오만하여 내세우길 좋아한다. 감히 자연을 詩 같다, 그림같다 라고 느낌 몇 글자 솜씨 한 폭에 비유하다니..  


펑퍼짐한 능선에 들꽃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바위면이 마치 12支神 중 申將의 모습과 흡사하구나.


가는 길마다 길가에 옛 집성촌같이 單一種의 들꽃이 집성을 이루고 살아간다.


꽃은 잔대를 닮았는데 미안하게도 나는 네 이름을 모른다네. 또 알아 무엇하리 그 또한 인간의 이기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려니.. 너를 본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다. 



보시라! 넉넉하고 웅대하고 잘 생긴 소백의 모습을 지나온 그 모습 다시 돌아서서 보나니


섬돌은 시냇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부처 계신 곳에 오르려니 생각과 깨우침을 지닌 수 많은 섬돌 數만큼 갖춰야 하겠구나.. 


저 아름다운 산상의 조망대에 님들이 찬치를 벌이고 있네. 45년 전 군 병장시절에 장성군 비아면 분향리 분향교회에 낮 예배 끝나고 현지 교우님의 영광스런 점심상을 받아 자시던 잊지 못한 음식의 진미를 그림 같은 산상에서 내 오늘 접하니 이 또한 영광이요 기쁨일세.   


기쁨으로 재충전하고 넘어야 할 봉우리를 바라보니 바위들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발길을 옮기기 전에 돌아본 준령은 연무에 싸인 연화봉의 모습이다. 


山上에서 氣를 충전하고 다시 출발하려 살펴보니 바위 안쪽을 휘돌아가야 할 길이 수풀에 숨어 있네.  


잘 생긴 바위봉우리가 예쁜 수풀에 쌓여 세월가는 것을 잊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그 생김에는 무료함도 지루함도 느낄 수 없으니 마법의 돌이 아닌가!


너는 고개를 숙였으니 땅나리로구나! 


이름은 모르지만 네 화사함에 끌려 힘든 한 순간을 위안 삼아 땀에 절은 몸을 다독인다.


벌과 등애의 중간 쯤 되는 녀석이 내가 다가서도 아랑곳없이 마타리꽃 미모에 흠뻑 빠졌구나!


나로 서는 이름은 고사하고 처음 보는 녀석이다. 그냥 넘어가기 미안해 족보를 들쳐보니 미역줄나무란다. 


나리꽃이라고 예외는 없다. 꽃에는 벌 나비가 외면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 있으니..


마타리 집성촌 너머로 소백의 웅장함이 안개추렴에 가려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한다.


안개는 다시 비로봉 좌측능선으로부터 먹어오고 있다. 1천m가 넘는 峻峯이건만, 그 완만하고 들판처럼 넉넉함에 현실감을 상실한다.   


비로봉 오르는 길은 자동차 폐타이어를 깔아 오르기에는 수월하고 편한데 마음 한곳은 편할 수가 없다. 이렇게 소중한 자연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음에 산이 병들면 나무가 병들고 온갖 짐승과 곤충과 수많은 생명이 병들고 종내는 폐허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여력은 부치겠지만 자연석으로 대체함이 좋겠다. 


비로봉 우측 능선의 모습이다. 많은 들꽃 중에 산당귀도 보인다.


물레나물꽃, 그 모양이 물레처럼 생겨서 얻은 이름이겠다. 또 바람개비 같기도 하고 배의 스크루 모양도 이와 같다 하겠다. 


드디어 비로봉이다. 오르는 내내 불편했던 마음이 너른 정상에 돌을 깔아놓아 보는 내가 즐겁다.  



어느 탐방모임에서 왔는지 학생들이 많이 왔다. 어린 학생도 있는데 이 시간대에 여기까지 올라 온 것이 대견하다. 어느 탐방관리소로 올라왔을까!



안개와 아우러진 산세가 좋아 내가 걸어온 길이 너무 아름다워 보고 또 본다.

소백산은 여러 번 찾아 왔지만, 오늘처럼 국망봉너머로 종주하기는 처음이다. 한번은 겨울에 연화봉까지 오르고 한번은 철쭉꽃을 보기 위해 죽령고개에서 올라 희방사로 하산 했고 한번은 잘 생긴 여인의 엉덩이처럼 완만하고 펑퍼짐한 곡선따라 소솔바람결 따라 훨훨 잠자리 춤추고 이꽃저꽃 들꽃들 하늘하늘 춤추는 그 모든 것을 보듬어 안고 있는 이 넓은 품까지 다녀 갔다.


국망봉을 향해 가는 도중에 예쁘게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를 담고 싶어 사진기를 들이대니 나를 보던 세 남자 고개 돌려 딴청(묵인)을 한다. 


일천m가 넘는 산상이라고는 생각이 안 든다. 그냥 초원이 아닌가 싶게.. 그러고 보니 날씨가 고맙다 이 무더위에 햇살까지 찔러대면 그늘 없을 이곳을 어찌 걸었을까..


안개가 머금고 있는 소백의 한 줄기를 보노라니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대가였던 靑田 李象範의 산수화가 떠오른다. 





나 홀로 비로봉을 떠나 국망봉으로 가는 고산준령 산행길이 그렇게 호젓할 수가 없다. 고독이 몸에 밴 탓일까 더없는 아늑함과 평온을 느끼며 즐긴다. 이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아띠의 산타모님의 폭주열차에서만 얻을 수 있는 배려라 하겠다. 


꽃도 이름도 예쁜 일월비비추 봉오리 한쌍이 귀엽다.


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이다.


가운데 잔망한 꽃들을 에워싼 큰 꽃이 있는 산수국은 마치 로마시대 황제의 花冠처럼 우아하다.


이 품위 있고 아름다운 산수국은 들꽃 중의 단연 제일이라 하겠다. 이 아름다운 화관을 씌워 줄 수 있는 님은 福되도다.


이제 길은 능선을 벗어나 좌측으로 돌아가고 있다. 


《소백산성/小白山城》

퇴계 이황 선생이 다녀간 산성이라는 안내 푯말이 있다.

소백산성은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산59-1번지 이 산성은 해발 1,325m의 자연 능선을이용한 석성으로 궁실유지는 면적이 크고 넓으며 북쪽으로 향할 수록능선의 자연암석을 이용하였다. 산성의 길이는 실측결과 680m 정도이다. 축성시기는 고구려 장수왕의 백제징벌 및 남하정책에 따른 그 전후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천 단양 괴산 일대의 산들은 대부분 석회암질이어서 바위의 표면이 갈라지고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어 수림과 잘 어우러져 아름답다. 


원추리집성촌(군락지)너머로 雲霧에 아스라히 보이는 산세가 그윽하기 그지없다. 


당겨보니 웅장하고 고매하다.


나무는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살아서 소중한 산소를 뿜어내고 아름답고 절묘한 자태로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죽어서도 온 몸을 남김없이 보시한다.   


(모시대)


나 홀로 비로봉을 떠나 국망봉으로 가는 고산준령 산행길이 그렇게 호젓할 수가 없다. 고독이 몸에 밴 탓일까 더없는 아늑함과 평온을 느끼며 즐긴다. 이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아띠의 산타모님의 폭주열차에서만 얻을 수 있는 배려라 하겠다. 


이제 보니 여기가 어의곡탐방지원센터와 초암주차장으로 갈리는 곳이네. 내처 국망봉으로~~




첫 봉우리너머 국망봉이 보인다. 살짝 안개비가 지나간다. 소백은 늘 다른 절경으로 치장하고 맞아준다. 오늘은 운무로 차일을 두르고 한 치의 꾸밈도 없이 화려하거나 관능적인 현란함 없이 아무리 보아도 무료하거나 실증 없는 순수의 자연으로 나를 반긴다.  


국망봉을 보좌하는 侍衛 봉우리인가 보다.


드디어 오늘의 頂點인 국망봉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면서 바라본 국망봉의 기묘한 모습.


국망봉은 비로봉으로부터 3.1km 위치에 있고, 국망봉에서 다음 도착지 늦은맥이재까지는 2.1km이다.


《국망봉 1,620m》天祭壇 같은 느낌에 神聖스러운 기운마저 감돈다.


이 바위의 표면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비바람 풍화를 겯뎠을까 그 모습 형언할 수 없이 고고하고 엄숙하네. 


국망봉을 마악 지나니 또한 바위가 길목을 지킨다. 앞서에도 있더니 뒤에도 侍衛峯처럼 국망봉을 받들고 있다. 


늦은맥이재로 가는 방향을 바라본다. 잘 꾸며놓은 아름다운 장원을 보는 느낌이다.  


들판 같은 이 높은 선상의 길을 가며 노래를 부른다.

"검은 구름 하늘 가리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로 작별하여 떠나가리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꽃피는 시절에 다시 만나리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다시 만날 때까지.

검은 구름 하늘 가리고 숲속의 나무들도 침울해 산골짝에 부는 바람도 오늘의 이별을 슬퍼하리

알로하 오에 알로하 오에 꽃피는 시절에 다시 만나리 알로하 오에 알로하오에 다시 만날 때까지."

자연의 바람과 풀과 나무와 대화하고 자신과 이야기하며 오늘 하루 그렇게 아름다운 소백에 동화되어 간다.

 


국망봉을 지나 초원 같은 이 길을 타박타박 걸어 가는데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노래가 있다. "Rhythm of the rain."  

Listen to the rhythm of the falling rain, Telling me just what a fool I've been. I wish that it would go and let me cry in vain, And let me be alone again. 빗줄기의 리듬을 들으면 생각나는 그 사람, 빗줄기의 소리는 정답게 내 마음에 스미네, 멀리멀리 하늘에 뭉게구름 떠 있고 빗속에서 만나 사람 그리워 내 마음에 스미네,  흩뿌리며 지나가는 안개비에 산상의 분위기는 고적하고, 또 다가오는 안개비을 맞으며 홀로 걷는 마음의 침제를 이렇게 경쾌한 리듬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이겠다.



일월비비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모습 마치 群舞하는 학의 무리 같다.  


지나온 국망봉은 짙은 안개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아무도 없는 침침하고 을씨년스런 첩첩산중에 조금은 두렵고 마음에 의지가 될 그 무엇이 그립다. 


철쭉이 군락을 이룬 그 속에 들어서니 그물망속처럼 촘촘하다. 






여기서 마음은 헤맨다 어디로 가야지! 사람이 없으니 물어볼 곳도 없다. 뒤로 되돌아가기는 싫고 고치령 방면으로 더 가보기로 했다. 

 

뿌연 안개비 속에 안경마저 뿌옇게 시야를 가린다. "늦은 맥이재" 이름도 참 그렇다. 어쨌든 재에 가면 또 다른 길이 있으려니 그곳까지 가보자.


늦은 맥이재에 당도하니 생각대로 '을전'이란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거리는 4.5km 푯말에서는 제일 가까운 거리다. 그곳에 가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심경은 저 맑은 물에 성큼 뛰어들고 싶건만 기다리고 있을 님들과 예매해놓은 기차표시간때문에 다만 두 손바닥으로 물을 떠 목을 축이니 물맛이 달다. 땀에 절은 수건을 적셔 머리에 열을 식힌 다음 시원한 물에 적신 수건을 머리에 얹고 다시 길 떠난다. 




다래넝쿨 아닌가 "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그 옛날 송강 정철의 靑山別曲에 실린 작자 모를 이 노래가 지금에 와서도 후대의 심경에 哀를 끊나니..



길인가 마른 개울인가 깊고 깊은 산중에는 길도 개울도 한가지라네.


어디선가 물소리 나기에 옆 계곡으로 다가서보니 하얀 포말을 뿌리며 물길은 머리를 풀고 있었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태고의 풍경에 홀려 힘든 줄 모르겠다. 아름다운 풍경이여 자연이여..



넉 점 고비에서 또 한 고비를 지났구나! 이제 남은 고비는 2점이구려.


길인가 물기 마른 개울바닥인가! 그러나 나에게는 참 좋은 길이다. 어느 돌을 밟을까 몰두하여 좋고 고달픔을 느낄 수 없어 좋고 발바닥이 지압으로 즐거워하니 이 또한 좋다.


천년세월의 저 이끼는 넋을 홀리고 청청 맑은 옥수는 머물다 가라 하네.

나그네 발길은 정처 없다지만 이 속인은 얼기고 설긴 사연 많아 그럴 수가 없다네. 


위를 봐도 내려 봐도 옥수는 절로절로 계곡을 휘돌아 이어지고 시원한 노래의 여운 또한 끊임없이 내 귓가에 감도네. 세월이 그렇고 자연이 그렇건만 이 몸의 삶은 어찌하여 끝머리가 보이는고..









2017년 7월22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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