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설악산 울산바위.

鄕香 2016. 10. 20. 13:31

2016년10월17일 월요일 새벽 동서울터미널에서 06시05분 속초행 시외버스를 타고 08시16분 속초에 도착하여 설악동행 속초시내버스 7-1번으로 갈아타고 도착한 설악동, 시각은 09시10분,



신흥사로 발길을 옮기며 바라본 대청봉능선 그 위로 검은 구름너울이 또 다른 능선처럼 솟아오르며 구도와 색조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앞서가는 훤칠한 키에 멋진 친구를 따라 나도 발길을 옮긴다.



오늘도 권금성은 들고나는 케이블카를 맞기에 여념이 없다.



고풍스런 사찰돌담에 수놓은 듯 무늬도 빛깔도 고운 담쟁이가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끈다.



저 예쁜 담쟁이 잎이 떨어지면 그 위를 백설이 사뿐사뿐 내려덮겠지, 세월은 그렇게 가는 거구나 !



산자락에는 엷게 단풍물이 들어가지만 아직은 짙푸른 잎이 청청하다.

 


다리 건너 신선대 가는 길 너머로 권금성을 필두로 노적봉에 토왕성폭포와 화채능선이 雲霧에 잠식되어 희끄무레 흔적으로 남아 있다.



흔들바위 500m전이다. 반평생을 이어온 知己 친구는 열심히 앞서고 있다.



작은 계류의 물결이 시리게 하얗다. 바위에 부딪쳐 물보라 치는 물소리, 어두운 귀 들리지는 않아도 나는 안다 그 음률 맑고 청량하다는 것을..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그 소소한 것에 기쁨이 솟아난다. 본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앞서 가던 한 여인이 길가에 멈춰 서서 전파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바라보고 선 산자락에 고운 빛으로 물든 단풍을 보는 듯하지만, 나는 안다. 단풍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파를 타고 오는 음성의 주인과 그 주변의 형상이 떠오른다는 것을..



아름답게 물이든 단풍 숲에 들어선 일단의 여인들, 마음마저 고운 빛으로 물이 들었으리라..

 


《內院庵》

저 작은 암자 내력은 모르지만 몇 십 년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한가지로 그 모습 그 자리 변함이 없는 것에 왠지, 그 세월이 서럽고도 아쉽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도 많구나. 생동하는 봄의 꽃만 고운 줄 알았는데, 모종의 미를 거두고 저무는 가을 단풍 또한 아름답다. 지금의 아이들이 알겠냐마는 마지막 길 떠나는 상여의 치장처럼 슬프도록 곱지 않은가!

   


내가 전에 왔을 때는 이 자리에 음식점과 음료수를 파는 집이 여럿 있었지. 식자재며 음료수를 지게에 짊어지고 운반해주던 이름난 지게꾼 이야기도 있었는데.. 어느새 저만치 가버린 옛이야기일세.



마침 목이 마른 친구도 그 때가 아쉬웠던가, 그리웠던가! 잠시 바위에 앉아 회상에 젖어드나 보다.

 


흔들바위를 본지도 이십여년이 넘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인터넷상에 흔들바위가 떨어졌다는 글을 올렸다. 나는 그대로 믿고 있었는데, 그날이 바로 사월 첫날이었다. 그저 빙그레 微笑를 지을 수밖에... 



한 외국인이 흔들바위의 내력을 익히 들어 알았는지 바위에 두 손을 뻗어 흔들려고 한다. 그 아래 내 친구 있는데.. 



한결같은 흔들바위, 계조암, 누구나 한번쯤 다녀 간 이곳을 다시 왔을 때 지금의 내 심경처럼 지난 추억에 반가움도 아쉬움도 있겠지..

 


《繼祖庵》

모든 이에게 기념비적 바위에 새겨진 이름 徐鼎輔, 申大年 글체와 마모 정도로 보건데 지금은 이 세상 분들 아닌 것 같다. 죽어서도 이렇게 이름을 남기고 싶었을까! 까닭이야 있었겠지만, 그러나 모두 부질없음을..


 

흔들바위를 가까이 보니 내 보기에 犬公의 옆얼굴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바위 아래 벚나무인가 그 물든 빛깔 환상적이고 담쟁이넝쿨 잎 또한 너무 아름다워 깜짝 놀랐네.



나는 주변을 사진에 담기 여념 없고 친구는 석굴암에 끌렸는지 그 언저리를 맴돈다.



너의 모습에서 나를 본다. 너도 내 모습에서 네가 보이느냐!


   

《繼祖庵》

이 암자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에 慈藏律師가 창건한 新興寺에 딸린 암자이다. 巖窟 위의 지붕격인 바위의 모습이 그대로 塔에 올린 屋蓋石일세.



한참을 머물며 이리보고 저리 보던 흔들바위와 계조암 주변을 떠나 울산바위를 향해 발길을 옮기다 다시 돌아보니 그 멋진 풍경 신의 작품이 분명하다. 멀리 노적봉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흔들바위에서 200m 정도 지나 세워놓은 이정표에는 울산바위까지 800m 임을 알리고 있다 그 거리에 맞춰 마음도 배분할 수 있어 편하구나.



지금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저무는 날의 아름답게 물드는 황혼빛을 보네. 저 화려한 빛깔로 물들은 붉은 이파리 인생과 무엇이 다르더냐! 



좌측의 울산바위, 그 너머 무엇이 있기에, 철옹성처럼 웅장하게 둘려 솟아 놓았느나! 



 수억만년의 장엄한 성채일세.



이제부터 제법 가파른 오름이다. 거리표시는 600m을 제시하고 있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 친구가 안 보여 뒤돌아보니 친구는 오간데 없고 싱싱한 소나무만 그 푸른 기상 멋진 자태로 눈길을 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울산바위 밑둥이 곱게 단풍든 이파리 사이로 눈부시도록 흰 몸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울산바위정상까지 400m, 설악동까지는 3.4km라고 한다. 그럼 설악동~울산바위~설악동 주행 총거리는 7.6km일세.



이제부터는 암벽에 설치한 계단 오르기이다. 친구를 앞세워 정상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다가 잠시 멈춰 뒤돌아보면 아름답게 펼쳐진 능선과 봉우리들 다른 산들과 달리 설악의 산너울은 파고가 높다.

  


《대청봉》해발1,708m설악의 제1봉으로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봉우리로서 푸르빛으로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권금성》해발 약 800m, 고려시대에 몽고의 침략을 막기 위해 권씨, 김씨 두 장수가 하루만에 성을 쌓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토왕성폭포》3단으로 이루어진 길이 320m의 폭포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선녀가 바위에 비단을 펼쳐 널어 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마등령이 잡힐듯 가깝고 그 너머 연무에 싸인 비로봉, 공룡능선, 천화대, 그 뒤로 대청과 중청 화채능선이 줄지어 파도를 친다.

 


 바야흐르 오묘한 빛깔로 색칠을 시작한 황철봉줄기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울산바위정상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빛깔의 마술사가 붓질에 정성을 쏟고 있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색조에 反하여 뽀얀 색깔에 방형의 불규칙한 무늬를 가진 소나무 수피에 유난히 시선이 간다.



折枝도 멋진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완만한 능선을 이룬 황철봉이 액자속 그림같다.

 


화려한 단풍 바탕에 우윳빛 바위 솟아나고 수피문양도 아름다운 소나무 한그루 그 기상 하늘로 솟았네.

 


회백색 바위벼랑 틈새로 뿌리내리고 모진 환경에 시달려도 꽃을 피워내듯 아름답게 물든 단풍 예쁜 무늬처럼 곱다.

 


갑자기 하늘이 시끄럽다. 올려다보니 밧줄을 느린 헬기가 울산바위 정상을 맴돈다. 무슨 일인가?



사고라도 난 것인가! 알고보니 정상에서 공사를 하는데 그에 따른 助力이었다.



정상에 가까워 둘러본 전망, 황철봉 능선너머로 설악의 준령들이 줄줄이 뻗어 있고 그에 따른 봉우리들 마등령 신선봉, 공룡능선 천화대, 중청에 대청봉, 화채봉까지 으쓱으쓱 춤을 춘다.



저 황철봉 너머 마등령, 그 너머로 용아릉, 그 너머 귀떼기청봉에도 단풍물결 일렁이겠다.



막바지 계단을 오르는 중이다. 두 발이 후들거리던 예전의 계단에 비하면 이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자리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울산바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물들어가는 풍경이 그윽하다.



나무는 살아서도 아름답지만, 죽어서도 그 자태 흐트러짐 없이 그 품격을 더한다.



측면으로 보니 갈라지고 벌어진 바위, 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다.



울산바위를 우회하면 황철봉으로 갈 수 있겠다 싶은데 이어진 길이 있을까 !



울산바위는 동서남북 그 어느 곳도 만만한 곳이 없다. 직벽의 절벽만 있을 뿐이다.



울산바위 정상부의 바위봉우리들은 뭉텅뭉텅 올려놓은 것처럼 절리되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리고 일대는 귀떼기청봉처럼 너덜겅을 이룰 것이다. 지금의 기상변화로 볼 때 수억 년 아님 수천 년 후가 아닐 것이다. 훨씬 진행은 빠를 것이다.



우측 정상은 공사 중이어서 좌측으로만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울산바위 북쪽 끝머리의 기묘한 모습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치 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모여 있는 형국이다.



울산바위 정상과 좌측에 황철봉이 보인다. 황철봉의 흰 부분은 바위 덩어리들이 모여진 너덜겅이다. 황철봉도 울산바위 정상부처럼 우뚝 솟아 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풍화와 기상변화로 무너져 오늘의 황철봉이 되었을 것이다.



정상부 아래 단풍드는 환상의 저 솜씨는 하늘이 내린 감미로운 색깔의 극치라고 하겠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되어 땅과 선을 그었네. 그 선을 海霧가 蠶食하고 있다.



이 산을 내려가면 속초시내에서 싱싱한 회에 매운탕을 마주 놓고 앉아 일생의 벗과 함께한 추억을 소주 한 잔에 담아 내 속안에 담으리..



화려하지 않으니 천박하지 않고 은은하게 스며드는 아늑한 그 빛깔, 요조숙녀의 아름다움 같아 마음 설렌다.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되어,,

   


고운 비단같은 가을빛에 아쉬운 마음 그래서 다시 담은 사진이겠다.



《황철봉》1,318m, 너덜겅을 이루고 있다. 

《공룡능선》마등령에서 북쪽 신선봉까지 약5km에 걸쳐 바위능선이 마치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 대청, 중청이 보이고 좌측으로 토왕성폭포와 그 앞으로 권금성이 보인다. 대청봉 우측으로 공룡능선이 있다.

 


인증도 했으니 이제 하산길에 들어섰다.



보이는 정상은 공사로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속초터미널에서 사먹은 김밥 한 줄 양분으로 이곳까지 올랐는데 그래도 시장기를 못 느낀다.



올라온 길을 다시 되밟아가는 길은 地理 복습이겠지만, 그래도 즐겁다. 자연을 담고 가는 길이기에.. 



올라올 때 담은 풍경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설악산 대청봉은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노적봉》권금성 바로 동쪽 봉우리에 있는 봉우리이다. 벼를 베어서 볏단을 삼각주 모양으로 쌓아 놓은 모양과 같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달마봉》봉우리 능선이 달마대사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황철봉》북주 능선에 있는 봉우리중 하나입니다. 남쪽으로는 저항령, 마등령, 공룡능선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미시령, 신선봉으로 이어집니다.

《대청봉》설악의 제1봉으로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봉우리로서 푸르빛으로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화채봉》봄.여름에 다양한 야생화가 능선을 따라 핀다하여 花菜峯이라 불리웁니다.

《공룡능선》마등령에서 대청봉 사이에 있는 공룡능선은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천불동 계곡과 가야동 계곡을 끼고 솟아오른 바위봉우리의 들쭉날쭉한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권금성》해발 약 800m, 고려시대에 몽고의 침략을 막기 위해 권씨, 김씨 두 장수가 하루만에 성을 쌓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토왕성폭포》3단으로 이루어진 길이 320m의 폭포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선녀가 바위에 비단을 펼쳐 널어 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달마봉(해발 640m), 노적봉(716m), 권금성(670m), 화채봉(1,320m), 대청봉(1,708m), 중청봉(1,676m), 소청봉(1,550m), 황철봉(1,381m)



좌측으로부터 달마봉, 권금성, 노적봉, 토왕성폭포, 화채봉, 등이 보입니다.



친구가 어떤 심경에 변화가 생겨 언제부터 불교를 믿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반세기를 넘긴 우정에서 이런 모습은 오늘이 처음이다.  



神通第一羅漢石窟이라는 굴안에서 左侍 地藏菩薩과 右侍 觀世音菩薩을 夾侍로 帶同한 本尊과 두 菩薩에게 合掌拜禮하는 벗님아! 너의 바람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너의 念願이 이루어지기를 마음으로나마 나도 빈다. 너의 健康과 함께..



벗아! 지금 그토록 공손히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모두 얻었으면 보는 내가 엄청 좋겠다.



흔들바위를 뒤로 하고 발길을 옮긴다.



길가 휴식년에 든 곳에 핀 작은 꽃 소소한 것에서 큰 기쁨을 안고 행복하고,



도달한 신흥사 돌담을 끼고 바라보는 권금성과 노적봉 산세의 경이로움을 기쁨으로 승화하며 저 봉우리에서 즐거움을 함께한 꿈만 같은 지난날의 인연들을 그리움으로 풀어도 본다.  



정겨운 돌담도 다 담지 못했는데, 이리 화사스런 빛으로 맞아주는 담쟁이, 아- 어쩌란 말이냐 ..

  


훗날, 이 시절, 이름도 모르는 이 사람들까지도 그리움으로 아쉬움으로 떠오르겠지.. 


 

벗이여 친구여 어디 있느냐! 어서 가자. 알 수 없는 눈물이 자꾸자꾸 앞을 가린다.


 

2016년10월17일(월요일) 벗 亨宰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