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30일. 구월의 마지막 날. 아직 설악산 단풍시기로는 이르지만, 단풍제철에는 단풍보다 수많은 자동차와 인파에 시달렸던 기억에 단풍이 아니라도 아름다운 山勢 호젓함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풍요로워질 설악산이 아니더냐 더러는 일찍 물든 단풍도 있으려니..
미리 예매한 06시05분 동서울~속초행 우등버스를 타고 속초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08시20분, 터미널 밖 우측 시내버스정류소에서 설악동 가는 7-1번 시내버스를 이용 설악동에 도착한 시각은 08시50분, 대략 700m 정도 걸어 도착한 신흥사 일주문에서 다시 확인한 시각은 09시20분 신선대까지 2.3km 거리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오늘의 내 발길은 "버스정류장~(0.7km)~신흥사~(2.3km)~비선대~(3.5km)~마등령삼거리~(공룡능선4.9km)~무너미고개~(천당폭포2km)~양폭대피소~(귀면암3.5km)~비선대~(와선대2.3km)~신흥사~(0.7km)~소공원버스정류장.에 이르는 총 18.9km에 대략10시간 산행이다.
군량장(軍糧場)이라는 글이 새겨진 이 비석으로 보아 이곳이 군량미를 군사들에게 배분하기 위해 쌓았던 창고자리였던 곳인가보다.
와선대로 오르는 계곡,
와선대 암반에 각조된 이름들.. 바위처럼 悠久한 세월을 無病長壽하기를 念願하는 마음으로 새겼으리..
이 봉우리가 범봉?
비선대삼거리 오늘은 우측으로 가던지 좌측으로 가던지 공룡능선을 거쳐 다시 이 자리로 오는 산행이다.
금강굴 입구 전의 오름 길가에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다.
무슨 열매인지 알 수 없지만 빛깔이 참 곱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길이지만 돌이 많은 곳은 돌이 생긴대로 자연스럽게 계단식으로 쌓아 주변 경관을 거스르지 않아 좋고 오르기에 지루함이 없다.
나무사이로 보니 금강굴 입구가 보인다. 일찍이 여러 번 들려 본 곳이라 그냥 지나친다.
해가 짧아진 만큼 늦은 시각에 시작한 산행, 어둡기 전에 산행을 마치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하겠다.
대청봉정상 인근이나 양지바른 곳에는 단풍이 들었겠지만, 마등령 오르는 길은 아직 이른 시기이다. 하지만 내일이라도 물드는 곳이 설악산의 얼굴이다.
좌측으로 잠시 고개를 돌리니 대청봉과 함께 공룡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뽀얀 연무에 잠긴 태양이지만 등지고 오르니 그래도 초가을 선선함이 사그라져 등이 따사롭다.
이제 마등령능선에 올랐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은 이제까지의 측면을 타고 오르는 길보다는 수월하다 바람도 불고 좌우 시야도 트여 눈도 즐겁다.
구절초? 그냥 가을 들국화라 하자.
우측 가지능선의 모습이 그대로 만물상이다.
마등령삼거리는 2.7km, 아직도 멀다.
등산로 길바닥에 깔린 돌이 다섯발가락을 닮았네.
나뭇가지 틈새로 그 너머의 속세를 보니 흰 바위들의 세상이다.
자연에 순화되고 보니 자연속의 인위적 시설도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공룡능선에서 제일 높은 1.274봉을 비롯하여 수많은 봉우리와 암벽등반의 꽃 천화대 그리고 대청봉이 뿌연 연무 속에 아스라이 보인다.
우측 멀리 울산바위를 줌으로 당겨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잎파랑치 해맑게 투명해지며 단풍들어가는 이파리들.. 너희를 보니 아! 가을인가 봐~~,
조각조각 바스러진 바윗길도 즐겁다.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마등령 삼거리1km 전의 고개마루턱을 넘도록 아직 쉬고 싶은 생각 들지 않았네.
가을햇살에 봉우리마다 반짝이는 설악산, 넉넉하고 아늑한 맛은 없으나 고요한 마법의 성채처럼 멋스럽게 뾰족뾰족 솟아오른 수많은 봉우리들이 구름과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어우러진 그 사이사이 숨바꼭질 할 때 산너울 구름너울 바다너울 넘실넘실 감동의 여운 가슴 울리면 그 마법에 끌려 등뿔 돋아오른 공룡의 등을 타고 온몸에 희열을 담아보자고 이렇게 훌쩍 달려온 마법의 성채 공룡능선~~!
설악동에서 5km지점,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마등령 삼거리까지 이제 1km 남았다. 가을이건만 이마에 땀이 구슬처럼 영롱하다.
쪼개지고 부서져 내렸어도 태고의 옷 무늬 아름답구나 !
높은 곳으로 오르는 만큼 그 만큼 단풍도 따라 울긋불긋 물이 들고 있다.
보이는 저 능선이 공룡능선이겠지.
무수히 갈라지고 쪼개지고 금시라도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데 한 무릎을 포개 얹고 앉아 무상무념 하는 저 모습, 半跏思惟像이로세.
저 뾰족한 봉우리가 공룡의 제일 봉 1,274봉이 아닐까 싶다.
저 첨탑 같은 모양의 봉우리로 이어지는 것 중 하나가 천화대 일 것이다. 그래도 설악산을 꽤나 여러 번 왔었건만 누구처럼 봉우리 마다 구슬 꿰듯 외워내지 못하겠다.
엷고 은은한 빛깔 여인의 봄옷처럼 우아하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바라본 천화대 풍경.
이제까지 거쳐온 마등령과 금강굴을 거쳐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과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가는 방향, 희운각을 거쳐 대청봉이나 천불동계곡으로 가는 길로 갈리는 마등령 삼거리, 공룡능선은 여기서부터 희운각 대피소 전의 무너미고개까지이다.
돌담이라도 무너져 내린 것같이 쌓여 있는 너덜겅길은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무너미고개 삼거리, 천불동계곡을 거쳐 소공원까지 8.3km를 19시까지 가야만 예매한 21시 동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음에 부지런히 가야겠다. 곧이어 땅거미 내리겠으니..
오후18시36분, 갈길은 멀고 발걸음은 무겁고 시간은 촉박한데 어둠이 내린다. 소공원까지는 3km, 얼마나 걸릴까! 어쨌거나 소공원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19시02분, 버스는 방금 떠났고 30분을 기다려 속초시내버스를 타고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20시10분, 터미널 옆 국밥집에서 점심 겸 저녁식사를 마치고 21시 정각 동서울행을 버스에 탑승 무사히 귀가했음을 감사합니다.
2016년 9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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