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설악산』흘림골 - 주전골 - 오색

鄕香 2011. 10. 25. 11:47

아침 눈을 뜨고 내다본 하늘에 검은 구름이 하나 가득 금시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조짐이다.

베란다로 나가 바닷가를 봐도 설악산 쪽을 보아도 암울 하기는 마찬가지..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산도 우의도 없이 흘림골 들머리로 나섰다. 비가 온다면 기꺼이 그 비를 맞을 생각으로 ..

그 또한 훗날 돌이켜 보면 후회 없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되겠기에-

 

(영랑리조트 베란다에서 본 속초 앞 바다 풍경.)  

 

"영랑호리조트" 베란다에서 내다 본 설악산.

 

 

흘림골 들머리에 많은 비로 떠내려 온 바위와 유실된 도로를 복구한 기념비 뒤 흘림골로 들어서서 이제부터 저와 함께 유람하실 곳은, 흘림골-여심폭포-등선폭포-십이폭포-용소폭포-오색약수.  약 6.7km 거리에 3시간50분이 소요되는 신선의 세상입니다. 

   

 

 

흘림골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언제나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린 것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 골짜기는 점봉산의 한 능선으로서 2004년 9월20일, 20년 만에 자연휴식년제에서 해제된 곳으로 여심폭포의 신비로움과 신선이 올랐다는 등선대(1,004m), 등선폭포, 십이폭포 등 남설악 최고의 절경을 간직한 구간으로 폭포와 기암괴석, 소(沼) 등 비경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데 제가 좋아하는 그 폭포들이 가뭄으로 물이 메말라 그 아름다움이 상실되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폭포에 물이 없다는 것은, 술 없는 주안상이나 다름없지요.

 

 

 

 

(살가운 정)

두 남녀가 서로의 애틋한 정을 못이기는 듯 얼굴을 부벼대고 있습니다.

 

 

 

 

 

 

여심폭포로 오르는 길 좌측의 칠형제봉. 

 

 

칠형제봉우리 중 줌으로 당겨본 4봉

 

 

칠형제봉우리 중 줌으로 당겨본 세 봉우리

 

 

젊은 여인의 원피스 옷감 무늬로 쓰면 어울리겠다. 

 

 

 

<여심.여신폭포(女深.女身瀑布)>

가녀린 한 가닥 물줄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폭포로서 바위와 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양이 여성의 깊은 곳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女深 또는 女身瀑布라고 한다. 높이는 약 20m 정도이며, 계절에 따라 보는 이들마다 여러 감흥을 느끼겠다.

 

 

아무리 아름다운 폭포라도 물이 없으니..

그 풍요롭고 촉촉함을 느낄 수 없음에야 어디 폭포라 할 수 있으리.. 

 

 

<칠형제바위>

 

 

 

 

나를 보고 내 주변으로 다가와서 느닷없이 뭘 찾는 척 능청을 떤다. 사람들이 먹을 걸주니 사람을 보면 숨지 않고 따라다닌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다. 야생은 야생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싶다.

 

 

 

<등선대(登仙臺)>

신선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을 지닌 등선대는 기암괴석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만 가지 모습으로 보인다고 하여 만물상이라 하는데 그 중심이 등선대입니다. 북쪽의 서북능선과 남쪽의 점봉산, 동쪽의 동해바다를 전망할 수 있으며, 또한 44번 국도방향을 바라보면 일곱 봉우리가 병풍처럼 나란히 펼쳐져있는 칠형제봉이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등선대에서 바라 본 옆 바위 모습.

 

 

등선대에서 바라 본 남서쪽 점봉산.

 

 

자연의 한 자락 산을 휘감아도는 구름과 비경을 보노라니 '나웅선사'의 시가 떠오릅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蒼空兮要我以無垢, 聊無愛而無憎兮, 如水如風而終我,'

'歲月兮要我以無語, 蒼空兮要我以無垢, 聊無怒而無惜兮, 如水如雲而終我.'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혜요아이무구, 료무애이무중혜, 여수여풍이종아,

'세월혜요아이무어, 창공혜요아이무구, 료무노아무석혜, 여수여운이종아.'

〈 나옹선사 懶翁禪師 〉

 

<등선대에서 바라 본 구름과 안개에 싸인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

 

 

<서북능선>

 

(서북능선) 안산- 한계령-귀때기청봉 그리고 가까이 칠형제바위가 조망됩니다.

 

 

이렇게 등선대에 올라서서 주변을 보니 귀때기청봉(1578m), 소청봉(1550m), 중청봉(1676m), 대청봉(1708m), 점봉산(1424m) 등 설악산의 큰 봉우리들이 보이고 이 가을에는 끝도 없이 피어오르는 구름과 안개 속에 기암괴석과 단풍이 조화를 이루어 선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등선대에서 본 남쪽 관경

 

등선대에 옆 바위 모습

 

 

등선대에서 본 남쪽,

안개와 구름 속에 솟아 있는 바위의 모양. 끝도 없이 휘감아 도는 안개 속에 숨은 신장(神將)의 모습을 한 이 바위를 담으려고 20분은 족히 기다려 겨우 이 정도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등선대아래 데크로 이어진 주전골로 가는 길.

 

 

등선대 아래 능선에서 바라본 점봉산 풍경

 

 

주전골로 가는 길 옆 봉우리 모습. 

 

 

주전골로 가는 길 앞에 솟아 있는 봉우리들 모습. 

 

 

 길 옆 우측 점봉산 줄기의 봉우리들  

 

 

 

<등선폭포/登仙瀑布>

신선이 하늘로 오르기 전 이곳에서 몸을 깨끗이 정화하고 신선이 되기 위해 등선대에 올랐다 하여 등선폭포라고 한답니다. 이 폭포의 높이는 30m의 낙차를 보이며 이곳의 물줄기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는 점봉산 골짜기에서 시작되어 굽이굽이 흘러 이곳에서 폭포로 위용을 자랑하는데 비가 온 후 이 폭포를 보면 마치 하늘을 오르는 신선의 백발이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가뭄으로 물줄기가 메말라 폭포수는 보이지 않고 다만 촉촉한 흔적만 볼 수 있어 아쉬웠다.

 

 

 

 

 

 

 

 

 

 

 

 

 

 

 

 

 

 

 

 

 < 십이폭포>

점봉산에서 시작하여 주전골의 비경과 함께 열두 번 굽이굽이 흘러 폭포를 이루었다 하여 십이폭포라고 합니다. 12단 12폭의 비단 폭같이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와폭(渦瀑)으로 폭포의 전체 모습을 한눈으로 볼 수 없지만 탐방로를 따라 보이는 각 부분의 모습은 장관입니다.

 

 

 

 

 

 

 

 

 

 

 

 

 

 

 

 

 

 

 

 

 

<용소폭포>

 

 

 

용이 되려다 못된 암놈 이무기는 폭포 옆에 붙은 용머리와 용발자국 모양이 생긴 바위가 되었고 용꼬리는 폭포가 된 용소폭포.

물이 떨어지는 폭포 위 바위 모양은 여인의 치골부분처럼 생겼으며 폭포 안 벽이 음통(音筒)처럼 움푹 들어가 물이 흐르지 않고 그대로 떨어져 소리가 울려나와 크고 龍沼는 깊고 둥그스럼 하니 잘 생겨 전체적으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 용소폭포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용궁(沼)이 깊고 그 모양이 아름답습니다.

 

 

 

용소폭포 위 풍경

 

 

 

 

 

 

 

 

 

 

 

 

 

 

 

용소폭포 좌측 봉우리

 

 

 

 

 

 

 

 

 

<주전바위(鑄錢岩)>

이 화강암의 바위는 마치 동전을 쌓아 올린 듯한 모양을 띄고 있어, "쇠를 부어 만들 주(鑄)와 돈 전(錢)"의 한자로 주전바위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또 시루떡을 쌓아 놓은모양과 같다하여 시루떡 바위라고도 불립니다. 주전바위와 같은 형태의 바위를 학술적으로 '절리'라고 부르며, 절리에는 구상절리, 주상절리, 판상절리가 있습니다. 이 주전바위는 판상절리에 속합니다. 

 

 

 

<암석의 절리(節理/Joint)>

암석에 외력이 가해져서 생긴 틈을 말하며, 단층과 달리 틈을 경계로 양쪽 층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절리의 종류는 구상절리, 판상절리, 주상절리 등이 있으며 주전바위는 판상절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판상절리(板狀節理/Sheeting Joint)>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암석이 침식을 받아 땅 표면에 들어나면 암석이 받치고 있던 하중(荷重)이 제거되면서 균열이 발생하는데 이 균열은 지표에 평행하게 배열되며, 그 간격은 지표에 가까울수록 좁고 지표에서 멀어질수록 넓어집니다. 이것을 '판상절리'라고 합니다.

 

 

 

 

 

<주전골 금강문>

주전골은 설악산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외설악의 포근함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으로 주전골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이곳을 지나면 십이폭포, 용소폭포 등 주전골의 아름다움을 줄길 수 있다하여 이곳을 금강문이라 부릅니다. 예로부터 불교에는 잡귀가 미치지 못하는 가장 강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금강산에는 5개의 금강문이 있습니다.

 

 

 

 

 

 

 

 

 

 

 

 

 

 

 

푸르른 잎 알록지고 아름다운 빛깔로 물드는 이 산천을 보니 불현듯 떠오르며 불러 보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학창시절 배우고 부르던 노래,

음악가이자 한양학원을 설립하신 김연준 선생의 작사 작곡인 "청산에 살리라" 입니다. 입으로 웅얼거리며 그 가사를 옮겨봅니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리라,

길고 긴 세월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이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

 

 

 

 

 

 

 

 

 

 

 

 

 

 

 

 

 

 

 

 

 

 

 

 

 

 

 

 

 

 

"주전골"

옛날 강원관찰사가 오색령을 넘다가 주전골에서 쇠붙이를 두들기는는 소리가 들리기에 하인을 시켜 쇠 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 살펴보게 하였답니다. 10여명의 승려들이 위조주전을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보고하니 관찰사가 대노하여 관련 승려들을 처단하고 그들의 사찰까지 불을 질러 버렸답니다. '오색석사'도 그때 함께 소실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으나 확실한 검증이 없는 한 판정을 내리기에는 미흡합니다.

 또 일설에는 용소폭포 주위에 있는 바위들(시루떡바위)이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 같이 보인다 하여 "주전골"이라 부른다고도 합니다. 남설악의 큰 골 중에서도 자연경관이 가장 수려한 주전골에 흐르는 오색천은 여심폭포, 십이폭포, 용소폭포, 선녀탕 등의 名沼를 만들고, 오색약수를 지나 남대천을 거쳐 동해바다로 흘러갑니다.

 

 

 

<오색약수>

오색약수는 조선 중기 1500년 무렵 오색석사(현 성국사)라는 절릐 스님이 반석위로 솟는 물을 우연히 마셔 보고 처음 발견했다고 하며, 약수에서 5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오색약수라 불렀다고 합니다. 다른 약수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특이한 맛과 색을 지니고 있으며,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 빈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오색약수를 마시려고, 알록달록 모인 사람들...

 

 

 

 

 

한계령 들머리

귀가길에 잠시 들린 한계령휴게소에서 설악루 위 한계령 들머리에 올라서 봤습니다. 가까운 날에 이곳에서 출발해서 권금성으로 하산할 생각입니다.  

 

 

 

<한계령>   (양희은)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버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다미네. 

 

<설악루 / 雪嶽樓>

 

 

 

 

(한계리 선녀골 초입에 있는 폭포)

집중 폭우로 주변에 산사태로 덜어져 나온바위들이 무성하고 금방이라도 집채 같은 바위들이 굴러 내릴 듯 아슬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관리소와 주변 등산로 입구가 폐쇄되고 출입금지 푯말이 걸렸습니다. 이 폭포는 한계렬 휴게소에서 한계리로 가는 도로 한편에 있는 관리소 옆 계곡 초입에 있는 폭포입니다.  

 

 

 

2011년 10월 21일 - 鄕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