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앞 장 세우고 」
갈 곳이 있어 내다본 창밖은 어제 내린 흰 눈이 굳어 반질반질 潤이 나고 오고가는 이들 걸음걸이가 조심스런 모양새다. 팔순을 바라보는 耆耉의 몸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겠다. 어느 시인은 '사월은 천치같이 중얼거리고 꽃 뿌리며 온다.'고, 또 누구는 이리 읊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내 보기에 이들은 사치스런 사람들이다. 나 같이 평범하고 속된 사람은 간절히 봄을 기다린다. 옷을 서너 겹 입지 않아 가뿐해 좋고, 주제도 모르고 우쭐대는 사람도, 짧은 見識으로 남을 재단하는 사람도, 물욕에 사람을 기만하고, 사리분별도 못하는 가식적인 인간을 피해서 순수한 자연을 찾아 길 떠날 수 있는 나비 앞장세우고 오는 봄을 기다린다. 죽어 저승 갈 때 평생을 안주하며 부리던 몸뚱이조차도 챙겨가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