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행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장계, 천천, 반계, 번암 등 5개의 면에 걸쳐 있는 장안산(1237m)이다. 장안산은 전라도에 자리한 지리산, 덕유산, 남덕유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으로 무령고개를 사이에 두고 백두대간의 영취산(1075m) 서쪽으로 가지를 뻗은 능선이 금남호남정맥이며 영취산으로부터 3km거리에 솟아 있다. 문중에 으뜸이 宗家이듯 산에도 宗山이 있단다 우리나라 풍수지리학상 수맥과 산맥의 조화가 이루어진 산을 이르며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치악산, 장안산을 일컬어 8대 종산이라 한다.
《무룡고개》
터널을 바라보았을 때 좌측은 영취산으로, 우측은 장안산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무룡고개에서 영취산 정상까지 往復 1.8km 35분이 소요된다. 근접해 있는 영취산을 외면할 수 없잖은가 먼저 영취산을 들렸다가 다시 이 자리로 와서 장안산으로 오른다.
영취산으로 오르는 입구이다. 정상까지는 심한 경사는 아니지만 80m정도는 계단이다.
초입부터 키 큰 참나무들이 짙은 수림을 이루고 헤아릴 수 없는 발길에 상처를 입은 길이 아물려 줄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길을 일백m 정도 오르니 계단을 설치한 길이 지면이 단단하고 바위가 있는 정상 인근까지 설치되어 부엽토를 이루고 있는 여린 땅을 보호하고 있다.
대략 20분 정도 오르니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 영취산(靈鷲山1,076m)정상이다. 동쪽으로는 낙동강, 서쪽으로는 금강,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흐르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1대간 1정간 13개의 정맥은 우리나라 10개의 큰강에 물을 대는 젖줄이자 그것들을 구획하는 울타리이다.
본래 靈鷲山은 고대인도 摩竭陀國 王舍城 동북쪽에 위치하는 산으로 석가모니 부처가 이곳에서 법화경과 무량수경을 설법했다고 한다 삼국시대를 거쳐 불교의 꽃을 피워 國敎로 삼은 고려에 이르러 유명 寺刹이 있는 뒷산을 영취산이라고 이름 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예로 여수 영취산과 흥국사, 창령 영취산과 관룡사 등을 들 수 있겠다.
《參考》
무룡고개-(0.9km)-영취산-(1.8km)-백운산-(4.6km)-중고개-(1.8km)-중재-(3.2km)-광대치-(4.7km)-봉화산.
무룡고개-(0.9km)-영취산-(2.0km)-덕운봉-(4.7km)-민령-(1.3km)-구시봉(민대봉)-(3.0km)-육십령.
나는 자연에서 인위적인 시설물을 은연중 기피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계단 길을 사진에 담지 않아 그 모습 거쳐온 과정을 올리지 못하고 이렇게 敷衍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영취산 정상을 내려오니 다시 무룡고개이다 이제부터 이어지는 장안산 정상을 향해 계단으로 시작되는 들머리로 들어선다.
무룡고개-영취산-무룡고개-팔각정-괴목고개-장안산-중봉-하봉-범연동 (약10.3km) 까지 가벼운 워킹이다.
계단은 잠깐이고, 황톳길에 沙汰防止用 麻布를 깔아 걸음이 사뿐하다.
숲 터널 저만치 이름 모를 님의 모습을 따라 발길을 옮긴다.
산행 길가에 조릿대가 무성하다. 저 녀석은 뿌리가 사방팔방으로 빠르게 퍼져 캐내기도 어렵고 번식력이 좋아 요즘은 어느 산을 가도 뒤덮고 있다. 조릿대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나무들이나 풀이 살지를 못하고 죽는다. 다른 나무를 죽이니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강구책이 있어야겠다.
경사진 길을 1.5km 오르니 잠시 쉴 수 있는 걸상이 보인다.
첫 전망대이다. 여기서부터 억새밭이라 뒤돌아서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
구름에 아스라이 보이는 산너울에 황홀하다.
원만하게 비탈진 능선 그 너머 보일 듯 말듯 어긋난 능선들 그 자태 보고 싶어 다가서면 그 너머 또 이어지는 산등성이 ..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 정경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그늘 없이 가야할 것 같다.
이 자리는 800m, 결코 낮지 안은 능선이건만 마을 뒷동산처럼 포근하고 아늑함을 내게 안긴다.
장안산은 무령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억새밭은 장관이 아닐 수 없고 바라보이는 지리산과 덕유산의 경관이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오늘은 그냥 가벼운 워킹 수준이다 특이한 바위도 풍경도 없다 우거진 수림 속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이겠지만 능선에서 바라보는 웅장한 산세의 덕유산과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은 작은 기쁨이 아니다. 기암괴석이 없는 육산이다 보니 대화를 나눌 대상은 나무뿐이다 좀은 심심할 것 같지만 다행이도 이름모를 잡목과 잡초가 있으니 그들의 이야기를 주워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구릉처럼 완만하고 평평한 능선을 한 5분 정도 걸으면 2번째 전망대가 보인다.
데크 전망대에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첫 전망대가 제법 멀리 보인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숲길로 들어서 좀 걸어가니 터널을 벋어나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듯 나무 숲 밖이 환하게 다른 환경을 보이고 있다. 남서쪽에 마주한 우뚝 선 우람한 저 산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녹색 짙은 숲밖에 나와 보니 3번째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장안산을 향해 가야할 길을 바라본 풍경이다. 시골 아낙네의 수더분한 인심을 보는 듯이 넉넉한 마음이 된다.
지나온 방향을 바라보니 두 전망대에서 바라본 그림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장안산 동쪽에 백운산(1,279m), 서쪽에 팔공산(1,151m)이 솟아있고 북쪽 물줄기는 금강으로 남쪽 물줄기는 섬진강으로 흘러든다고 한다 오늘은 하늘을 뽀얗게 덮은 雲霧인지 미세먼지인지 그로 인해 선명한 정경은 볼 수가 없다.
첫 전망대에서 지척간 거리로 느껴지던 저 산도 이젠 제법 멀리 보인다. 그 뒤로 산줄기 하나 희미하고 그 너머에 팔공산줄기가 있을 것이다.
장안산 정상(1,237m)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숲이 깊어 사방을 둘러봐도 참나무와 잡목들 뿐이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향기로움에 몸은 가뿐하고 마음은 즐겁다.
어느새 정상인가 보다 무룡고개에서 11시10분에 출발하여 1시간 정도 걸어 현재 12시11분 겨우 3km 지점인데 좀 싱겁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白頭大幹은 금강산을 거쳐 태백산까지 내려와 서남쪽으로 소백산, 속리산, 남쪽으로 추풍령, 영취산, 백은산을 거쳐 지리산 천왕봉까지 1,662km를 뻗어내린 우리나라 산줄기로 1대간 1정간 13정맥의 15개를 이루는데 이를 나무에 비유하면 백두대간은 큰 줄기이고 정간과 정맥은 큰 가지이다. 靈鷲山(1,076km)에서 나뉜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는 서북으로 뻗어가다 무릉고개에서 3.8km지점에 우리나라의 8대 종산이자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이곳 장안산 (1,237m)에 이른다.
長安山(1,237m)은 장수군 장수읍 계남면-번암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산의 북쪽 아래에 있는 장수군 계남면 장안리 지명이름으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1986년 8월18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의 물줄기는 남쪽으로 섬진강에 합수되어 남해로 흘러들고 북쪽은 금강에 합수되어 서해로 흐른다.
참나무가 군락을 이룬 휘돌아 내려가는 하산 초입은 가파르다
산목련인가! 투명하게 흰 꽃이 하염없이 지고 있다.
나뭇가지에 매어 놓은 울긋불긋한 산악회 리본들이 성황당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혼자 산행하는 내게 이 리본들은 이정표가 되어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가파른 경사에 로프를 설치해 놓아 안전하게 내려가기에 용이하다. 나는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내려가는 것이 더 편하고 즐겁다.
봉우리를 넘고 또 넘으며 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려오다 보니 배가 고프다 시각을 보니 12시44분이다. 길옆 생을 다한 나무에 배낭과 사진기를 걸어 놓고 끼니로 가져온 빵과 초코우유로 식사를 했다. 나무에 걸어 놓은 모자와 배낭을 보니 '비목'이 생각나서 사진기에 담았다. 물론 노래도 흥얼거리며.. "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희디흰 네 모습 청순하기 그지없다.
바위산을 좋아하는 내게, 짙은 수림이 잊기에 버거운 매력을 안기고 있다. 오밀조밀 굽어지고 치솟고 치달리는 오솔길에 풋풋한 향기 뿜어주는 울창한 숲길은 바위산과는 또 다른 기쁨을 안겨 준다.
길도 예쁘다 '오솔길' 얼마나 정감 있는 이름인가!
아마, 이런 노래도 있었지!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운 추억'
노래를 불러서 그런가 오솔길에 늘어선 나무들이 춤을 추네.
이곳은 바위도 나무도 표면이 닮았다. 같은 모양새로 검버섯도 피어 나이를 가름할 수가 없구나!
녹색 터널에 색색의 밝은 빛깔이 반짝 빛난다. 덩달아 오솔길도 더욱 아름답다
바위가 없다고 투정이라도 할양이면 불쑥 나타나는 奇木의 자태가 奇巖에 못지 않다.
갈림길이다 내 종착지 범연동까지 3.4km가 남았다. 지금 시각은 1시 12분, 앞으로 범연동까지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것이다.
유난히 참나무가 많다. 그것도 잘생긴 녀석들이다 그 생김에 이끌려 나를 잊는다.
키 큰 참나무 밑에는 철쭉 병꽃나무 싸리나무 이외에도 이름도 모르는 많은 작은 나무들이 서식한다. 그 밑에는 또한 풀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앞을 보고 가는데, 옆 수풀에서 무언가 화사한 빛깔이 내 눈을 밝힌다.
자줏빛 분홍에 하트 모양의 꽃잎 주홍색 꽃방, 오~ 얘는 뭐지! 온통 녹색에 싸여 조금은 무료할 쯤 한순간에 큰 기쁨으로 다가온 곱고 예쁜 꽃이여 -
다시 난폭한 무법자 조릿대가 등장한다. 다른 식물을 죽이는 너를 곱게 볼 수가 없구나!
속은 모두 곤충에게 보시했나보다 그래도 싱싱하게 살아있다.
수림이 울창해 바람은 없고 더운 날임에도 시원하다. 풀과 나무 이파리의 향기로움이 짙어 더없이 좋고 곡선도 아름다운 길이여, 길이여..
산행하는 동안 특이한 재미는 없어도 향기롭고 호젓하고 세속의 찌든 몸, 살균되고 병든 마음 치유되니 더 바라면 욕심이겠다.
요즘 하기 좋은 말로 힐링이라면 이리로 오시라. 어찌 기쁨 없으리-
깊고 깊은 산중에 요리조리 이어지는 숲길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고 아름답다.
길을 잃고 아프다면 잊지말자 위치번호 1002 구조의 지름길 어찌 아니랴!
내 발길 가는 종점 범연동, 이제 3km 남았네.
보이지 않아도 좋을 조릿대는 극성스러울 정도로 보이는데 참 이상도 하지, 君子라 할 수 있는 소나무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충북의 산들이 소나무의 천국이지만, 그래도 참나무도 많고 다른 나무들도 공생하는데, 이 지방 특히 장안산에서 들머리 조금 지나 소나무를 두서넛 목격한 것 외에는 본 기억이 없다. 활엽수 특히 참나무의 천국이라 하겠다.
내 사는 서울의 행성도시 9개의 동리가 합쳐 하나의 위성도시가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자랑(?)하는 九里市의 산악회 리본을 먼 타지 깊은 산중에서 이렇게 보는 것도 그리 쉽지 않으리, 그래서 인지 몹시 반갑다. 재작년 가을 괴산 막장봉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도달한 이 고개는 처음으로 갈림길이다. 지도상으로 장안산 정상과 범연동 사이에 중봉과 하봉 두 봉우리가 있기에 길 잘못 들어설까봐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정표를 보니 우측은 덕천암으로 가는 길이고 범연동은 직진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로 2.2km를 가야 한다. 중봉과 하봉은 푯말도 안내판도 나온 적 없으니 오르는 이 봉우리가 중봉일까 하봉일까 아님 지나온 것일까!
봉우리를 넘어서니 다시 예쁜 길이다.
어, 연리목? 그런데 위에도 붙었네!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봐야겠다.
참나무와 벚나무가 포옹을 하는지 그 형태가 자못 거시기하다. 밑동도 붙었고 위쪽 줄기도 붙었다 이들을 連理木이라 해야 할 지
連理枝라 해야 할 지 아리송하다. 樹種이 서로 다른데 잘 살 수 있을까!
굴참나무의 수피가 이 정도로 두텁고 건강하다. 보는 내가 즐겁고 행복하다.
목적지까지 1.6km가 남았다. 아직 힘들고 피곤한 곳은 없다. 오솔길이 폭신하고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보다.
늘씬하게 큰 키에 건강한 굴참나무들의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저 나무의 수피는 그 탄력으로 인해 방음재, 마개, 보온재 등 쓰임이 많다
《참나무 연리지》
여기는 젊은 남녀가 이 나무를 보면 사랑이 더욱 도타와 진다는 連理枝이다.
온 산을 참나무들이 차지하였지만, 다른 잡목들도 받아들여 더불어 공생하는 너그러움을 본다. 반면 소나무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활엽수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겠다. 소나무는 장안산 들머리 초입에서 안깐힘으로 버둥거리는 서너 그루를 본 것이 전부다.
장안산 산행 내내 어디에서도 소나무는 볼 수 없었지만, 밝은 연록의 상큼한 낙엽관목의 풋풋한 향기와 예쁜 오솔길은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충북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위와 공생하는 요염한 자태의 소나무들이 이곳에서는 바위가 있음에도 바위와 잘 어울리는 소나무를 볼 수가 없다. 풍토가 다른 때문일까?
드디어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삼킨 호수의 얼굴이 보인다. 종착지에 다온 것이다.
저수지 옆 도로를 향해 내려가는 흙계단을 한 걸음 두 걸음 내려디딜 적마다 오늘 하루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준 이곳 자연에 고마움을 내려놓으며...
이 저수지는 전라북도 장수군 범연동 용림堤이다.
2018년6월6일(수요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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