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천 계곡은 1억4천4백만 년 전~약 7천만 년 전 백악기시대, 선사시대, 청동기시대를 거쳐 역사시대의 흔적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아우르는 자연사박물관이자 노천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대곡천을 끼고 들어가는 반구대암각화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목에는 '집청정'이라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정자가 있다. 그 정자를 지나면 암각화박물관이 나오고 좀 더 호젓한 길을 산책 하듯이 걸어 들어가면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이 있고 200m 더 가면 암각화를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조망처가 나온다.
울주군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을 사이에 두고 반구대를 마주하는 자리에 지어진 이 정자 집청정(集淸亭)은 경주 최씨 貞武公派 派祖 청백리 병조판서 최진립崔震立 장군의 증손 운암 최신기雲巖 崔信基1673~1797가 세운 亭子이다. 맑음을 모은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집청정은 청류헌(淸流軒-물흐르는 소리를 듣다), 왼쪽에 대치루(對峙樓-서로마주하다) 을 두고 있다.
진경산수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반구'와 겸재 또는 그의 손자 鄭榥으로 추정되는 '언양 반구대'에도 집청정으로 보이는 정자가 묘사되어 있다. 집청정은 반구대를 찾는 시인 묵객의 소통의 장이 되었으며 조선 후기부터 구한말까지 284명의 시인이 400여편의 시를 남겼다 그 작품들을 운암의 후손 최준식(崔俊植)이 정리하여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集淸亭詩集에는 숙종과 英.정조 때의 문신 권해權瑎의 盤龜題詠도 실려 있다.
집청정
《盤龜臺》
대곡천 중심에 선조들이 신선골이라고 불렀던 천혜의 절경, 반구대가 있다.
반구대 아래 위로 대곡천 길을 따라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와 국보147호 천전리 암각화가 자리하고 있다. 반구대는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저술 활동을 하던 반고사 터, 고려말 언양에 유배돤 정몽주 선생을 기려 창건한 반고서원, 조선 후기 수많은 선비들이 머물고 시를 짓던 집청정을 품고 있다. 반구대를 노래한 한시는 400수 이상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반구대 비경을 그린 산수화는 지금까지 두 점 정도가 전부다. 겸재 정선의 '반구도'와 교남명승첩에 실린 '언양반구대'이다. 정선의 '반구도'는 지난 2008년 권섭의 공회첩에서 발견되었으며 반구대의 기암절벽과 집청정, 대곡천 바닥의 바위를 묘사한 진경산수화이다. 겸재 정선이 경상도 하양(경산)과 청하(포항)현감을 8년간 지내면서 반구대를 방문하여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영조임금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인 장현(사도)세자는 반구대 현장을 방문한 기록은 없지만 겸재의 그림을 보고 '능허관만고'에 반구대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언양 반구대> 그림은 실경산수화로 '교남명승첩'은상하 2권에 58폭으로 구성돼 있고 영남지방의 34개 지역 58개 명소가 이름을 올렸다. <언양 반구대>그림은 반구대암각화 발견 당시부터 소개되었지만 최근까지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화폭에 담긴 풍경은 지금의 반구서원 주변에서 본 반구대 일원 풍경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몽주와 조선시대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올라가 시와 여흥을 즐겼다고 전해지는 반구대 너럭바위 위에 갓을 쓴 선비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림의 왼쪽 하단부에 있는 집들은 옛 반고서원으로 추정되고 오른쪽 산기슭에는 집청전과 반구암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남명승첩은 작품에 낙관이 없어 제작 시기와 작가에 대한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겸재 정선의 작품으로 보고 있는 반면, 일부 전문가는 겸재 정선이 아닌 정선의 손자 정황의 작품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암백색 큰 바위와 그 앞 작은 방형의 바위를 아우러 반구대라고 합니다. 정선의 그린 한 점에 실경산수화 반구대가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대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좀 더 가면 대곡천 가에 선명한 공룡의 발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빨간 재킷에 화사한 모습의 여인이지만,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닌 선비 같은 여인입니다.
우거진 수림사이로 호젓한 황톳길이 맨발로 걷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하고 길가 대곡천은 공룡들이 살았었고 선사시대 사람들이 생활했던 유서 깊은 곳입니다.
공룡들이 살던 곳이어서 일까! 산마저 공룡의 등을 닮았는지 원만하게 둥근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고 계곡의 숲 또한 둥글둥글하여 왠지 포근함을 느끼게 합니다.
가을의 따가운 햇살과 자외선으로부터 벗어나 피톤치드의 좋은 기운들을 흠뻑 받으며 즐겁고 기쁘고 가뿐한 마음과 걸음으로 마냥 걷고 싶던 길이 었습니다.
암각화를 망원경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시력이 좋은 분은 고래 등 뚜렷하게 새겨진 동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더러 있습니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아래쪽 대곡천의 풍경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평화롭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라 하겠습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 암벽 전경>
대곡리 암각화에는 왼쪽에는 고래.물개등의 바다짐승. 오른쪽에는 호랑이.사슴.맷돼지.개 등과 같은 들짐승을 새겨 놓았습니다.
오른쪽 끝에는 별도로 다듬어진 작은 면에 위쪽에는 호랑이 한 마리, 아래쪽에는 고래 한 마리를 새겼는데, 이들은 들짐승과 바다짐승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표현하는 것이며, 이른 시기 이지역의 생업이 狩獵漁撈 생활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암각화의 제작연대는 매장문화재 등과 달리 절대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또 관련 동반유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유적의 특성상 정확한 연대를 알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과학적인 테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연대를 추정하고 있는데 현재는 신석기 말부터 청동기시대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암각화 주변의 자연생태와 유적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이루어져 암각화 제작인들이 당시 거주했던 흔적(매장문화재)이 발견되면 정확한 연대의 측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岩角畵 또는 바위 그림은 글자 그대로 "바위면에 다양한 수법으로 그려진 모든 그림'을 뜻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과 시대에 걸쳐서 나타나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예술 표현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암각화에는 약동하는 생명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왼쪽의 고래 무리 가운데는 물위로 뛰어 올랐다가 힘차게 강하하는 고래와 춤을 추는 듯 율동을 가미한 고래가 있습니다.
특히 강하하는 고래는 덩치도 큰데다 힘줄까지 표현되어 있어 강렬한 힘을 엿보이게 합니다.
선사시대의 조형행위는 오늘날 처럼 조형세계의 역역이 뚜렷히 구분지은 것이 아닌 미분화된 삶에 대한 생명력 그 자체입니다.
암각화의 표현 방식에서는 실루엣을 이용한 형태표현과 투시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세부의 표현은 생략하고 대상의 형상만을 표현한 실루엣적인 처리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이 암각화 왼쪽 위에는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두 손을 얼굴에댄 인물상이 있는데, 이 모습을 보면 무언가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며 학자들은 이 인물을 하늘을 향해 기원하고 있는 제사장으로 해석합니다.
또한 그 줄 아래에는 사지를 쭉 뻗고 누워 있는 모습의 인물상이 있는데 이 상은 손발을 크게 그려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대게 엑스터시의 경지에 빠져 있는 무당으로 해석됩니다.
고래잡이 모습도 재미있는데 카누같이 폭이 좁은 배를 타고 고래에 작살을 매기고 숨을 거둘 때까지 쫓아가는 장면은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처럼 그림자의 윤곽만 표현하였지만 그것이 무엇을 하는 모습인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암각화에서는 날카로운 도구로 돌을 쿡쿡 조아내는 쪼으기기법으로 면과 선을 표현하였으며, 이러한 기법을 사용한 시기는 대개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 중기로 추정합니다. 세계에 수많은 암각화 유적이 존재하고 있지만 반구대암각화처럼 수많은 동물과 種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표현한 암각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구대암각화는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포경유적일 뿐만 아니라 북태평양의 독특한 선사시대 해양문화를 담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높이 3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여러 가지 모양을 새긴 바위그림으로 암각화라고도 하는데, 암각화란 선사인들이 자신의 바램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바위 등 성스러운 장소에 새긴 그림을 말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암각화는 북방문화권과 관련된 유적으로 우리민족의 기원과 이동을 알려주는 자료입니다.
1965년 12월 울산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완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현재 물 속에 잠겨 있다 연중 5~6개월 가량 물속에 잠기며, 6~7개월 정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어 1년 중 갈수기인 11월에서 5월까지의 7개월중 2~3개월 정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곡천으로 인하여 가까이 다가서서는 볼 수 없고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바위에는 육지동물과 바다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육지동물은 호랑이, 멧돼지, 사슴 45점 등이 묘사되어 있는데, 호랑이는 함정에 빠진 모습과 새끼를 밴 호랑이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멧돼지는 교미하는 모습을 묘사하였고, 사슴은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모습 등으로 표현하되어 있습니다.
필자가 탐방할 때는 물이 없어 망원경으로나마 암각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우측 중단에 편편한 부분이 암각화가 가장 밀집되어 새겨진 부분입니다.
바다고기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 등이 표현되어 있으며,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의 모습도 묘사하였으며, 그물이나 배의 모습도 표현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선사인들의 사냥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사냥감이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위에 새긴 것입니다.
반구대암각화에 나타난 표현을 구분하면,
1.동물상으로는 사슴, 양, 멧돼지, 등을 포함한 우제목. 호랑이, 범과 같은 고양이과. 여우나 늑대 등 개과. 족재비를 포함한 식육목과와 같은 육지동물과 고래목과 상어 같은 바다동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2.人物像으로는 모두14점의 사람 그림이 확인되며 이 중 대부분인 87.7%에 해당하는 그림들이 측면으로 새겨진 전신상이며 나머지 부분은 얼굴 부분만이 그려진 안면상에 해당합니다.
3.도구상으로는 반구대에서 5점의 배 모습이 발견되고 있고 이 중 직접적으로 어로 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그림도 있는 반면, 다른 형상들과 떨어져 그려진 그림도 있습니다. 울타리, 그물, 작살, 활과 같은 사냥도구 형상과 사람과 함께 긴 막대기 형상이나 도구와 같은 형상을 동반한 것들도 보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돌아서서 암각화가 있고 옛 先史人들이 살았던 그 흔적을 안고 있는 봉우리를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물에 잠겼을 때에는 이 사진을 통해서 암각화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은 상태여서 망원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암각화를 보고 되돌아가는 길 옆 대곡천의 풍경입니다. 바라보고 있자니 그 아늑한 풍경의 즐거운 나른함에 아슴아슴 잠이 스며듭니다.
다시 돌아서서 바라본 대곡리암각화가 새겨진 암벽의 풍경입니다.
졸참나무를 다래넝쿨이 감고 있습니다. 마치 뱀이 사력을 다해 감아 조이는 듯 참나무의 불거진 모습에서 생동감을 느낍니다.
숲은 짙고 길은 호젓하고 사색에 젖을 수 있는 좋은 산책로 입니다.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
이곳의 공룡발자국 화석은 약 1억만 년 전 前期 白堊紀 시대에 살았던 중대형 공룡의 것으로 귀중한 자연사 자료입니다. 당시의 공룡들은 亞熱帶 氣候 아래 雨期와 乾期가 반복되고 열대 무역풍이 영향을 미치는 사반나 지역의 하천평야 일대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호색을 띄었겠지만, 가을을 온몸에 담은 사마귀 한 마리가 공룡발자국바위에서 갈 곳 몰라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가을은 깊어 가는데...
공룡발자국이 있는 암반에서 암각화가 새겨진 대곡천 하류 방향의 풍경입니다. 백악기에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작은 공룡들이 살았던 곳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입니다.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는 바위에서 대곡천 위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백로 한 마리가 점심 공양으로 물고기를 찾고 있습니다.
다시 대나무숲을 지나 돌아가는 길니다. 길 한편은 대나무 숲이고 다른 한편은 여러 종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어색함 없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길도 숲도 아름다워 다시 찾아오고 싶은 느낌이 듭니다.
이 나무다리도 느낌이 좋아 다시 돌아서고 싶은 애틋함을 줍니다. 다리를 건너면 암각화박물관과 주차장 인근입니다.
가을은 어느새 이렇게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본 가을로 접어든 대곡천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2017년10월17일 《瓊↔鄕》
'◈ 세월에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장산,백암산(白巖山.內藏山) (0) | 2017.11.19 |
---|---|
사량도 지리산/蛇梁島 智異山(지리망산智異望山) (0) | 2017.10.23 |
신불산(神佛山) (0) | 2017.10.18 |
②. 설악산(雪嶽山 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설악동) (0) | 2017.10.09 |
① . 설악산(雪嶽山 오색~대청~희운각) (0) | 2017.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