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불산 / 神佛山 》
신불산은 일찍이 인터넷에서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이나 글로 볼 때 능선상의 펑퍼짐한 지대에 억새가 물결치는 풍경과 칭송하는 글만 도배되어 있기에 설악산 같은 산세를 좋아하는 나는 영남알프스는 내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짝지가 느닷없이 신불산을 가자기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냥 억새밭에서 하루를 떼우자는 심정으로 간다고 했다. 그렇게 따라나선 신불산이었다. 그런데 신불산은 사진으로 보고 내가 생각했던 그런 평평하고 바람결에 으악새소리만 내는 명성산처럼 평범한 그런 산이 아닌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산이었다. 귀한 벗이자 짝지로부터 멋진 선물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영남의 기후를 우습게 알고 가벼운 차림새로 신불산에 올라갔다가 안개비바람에 고뿔이 들어 간월산정상을 900m 앞에 두고 우습지 않게 서둘러 내려와 예약된 신불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자마자 드러눕고 말았다. 휴양림의 편함은 다시 찾아보고 싶은 아늑함이었고 감기든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치유를 주는 곳이라 하겠다. 고뿔 덕분에 다음날 오르려던 영축산도 물 건너가고 말았다.
아침 06시30분경 제천을 출발하여 신불산들머리에 도착하니 10시20분, 배낭을 짊어 메고 나서니 10시 30분 산행 시작이다. 들머리 옆 광장 인공폭포 앞에는 붉은 상의에 검은 바지의 여인들이 모여 있다. 지금 사진으로 보니 아니 이럴수가 남자는 한 명도 없지 않은가! 산이고 들이고 그럴듯한 카페나 음식점 어디를 가나 보이는 것은 여인천하다. 왠지, 우울해지려고 한다. 산행하는 동안 안개구름이 신불산 봉우리들을 감아 돌거나 아예 잠식하고 있다. 이 세상도 여인들로 덮일 것 같다. 저 산에 안개구름처럼..
그냥 이렇게 여인 없는 풍경으로 보고 싶었다.
저렇게 암벽타는 것도 중독성이 있답니다. 바위에 머리를 뒤박고 한 차례 죽을 고비 넘기고 손을 접었지요.
코스는 신불산과 간월산을 연계산행을 목표로 하고 홍류폭포 방향으로 들어 설 것이다.
들머리를 기념으로 산행시작입니다.
처음부터 계단인가 싶다. 그러나 계단은 길지 않았다.
신불산과 갈월산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칼바위능선(신불산공룡능선)을 거쳐 신불산정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을 끼고 오르는 길이다.
얼마 오르지 않아 폭포다.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뜬다는 홍류폭포이다. 흐린 날씨이니 무지개는 잊고 이제 물들기 시작한 고운 단풍이 대신한다. 무지개 빛깔 못지않은 가을빛 아름다움으로..
소위 영남알프스라고 하면 모두 평전의 억새밭만 사진에 올려 어느 정도 암벽이 어우러진 산을 좋아하는 나는 큰 기대없이 친구따라 왔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바위가 세월의 더께로 치장한 아름다운 자태로 나무들에 돌려싸여 있어 무척 반가웠다. 너 참! 보기에도 좋구나!
억새평전에 공룡능선이 있다고 말한 친구의 말을 건성으로 들었는데 올라선 능선은 어느새 바위로 변해 있고 돌아서서 보면 회색도화지에 멋진 산줄기들이 그려져 있다.
능선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시야가 확 트여 원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 산봉우리의 넉넉한 모습에 바위능선까지 갖춘 모습을 보니 이제까지의 생각했던 억새밭 평전만은 아니었다.
비에 새겨진 글에 의하면 神佛山(1,159m)은 神靈이 佛道를 닦는 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道敎의 山神과 佛敎의 부처가 어우러진 독특한 명징이며 영남알프스 가운데 가지산, 천황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嶮하면서도 멋진 능선인 신불공룡능선(일명:칼바위능선)은 산악인들의 필수코스로 인기가 있고 울산12景의 하나이자 전국 최고의 억새평원으로 1,109만㎡의 융단처럼 펼쳐져 있다. 폭포수가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서린다는 홍류폭포도 유명하다. 신라시대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단조성과 단조늪이 있어 각종 휘귀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생태의 寶庫이기도 하다고, 환경부 지정 관리식물인 설맹초, 솔나리, 개족도리풀 등이 자라고 있으며 진퍼리새, 박새 등도 집단 서식하고 있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이 있어 자연 속 쉼터로 애용되고 있다고 한다.
봄이면 철쭉꽃도 예쁘게 피어 공룡능선과 어우러져 장관이겠다.
주변 원경에 매료되어 넋 놓고 보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니 이끼와 단풍으로 단장한 바위봉우리가 버티고 서 있다.
자일까지 늘어놓은 벼랑도 있구나 싶어 얼결에 타고 올라와 내려다보니 저런 곳을 내가 올라왔구나 싶게 아찔하다.
10m 정도 올라서니 또 벼랑이 또 나온다. 친구는 어느새 다 올라가 내려다보고 있다. 앞서는 두 밧줄이 모두 새것이었는데 여기는 하나는 썩은 동아줄이다. 내 뒤이어 호랑이가 오려나보다. 얼른 올라가 새 동아줄은 치워야겠다.
갈림길이다. 우측 비탈길은 자수정동굴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다.
신불산공룡능선 말 그대로 등에 뿔이 돋아있는 공룡의 등처럼 바위들이 뾰족뾰족 돋아있는 능선이다. 영남알프스라는 곳에 이란 아름다운 능선이 있다니 놀랍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인터넷에 영남알프스라고 올린 사진들은 온통 억새만 하얗게 춤추는 평평한 능선사진뿐이었기에..
이제 막 들기 시작한 단풍에 바위능선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진즉에 이런 줄 알았으며 이제까지 미루지도 않았을 것이다.
산을 엄청 잘 타는 친구다. 함께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올해도 영남알프스에 올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억새밭만 있는 줄 알고 있었으니까..
이곳 신불산은 다시 오고 싶은 느낌이다. 그때는 타의가 아닌 자발로 혼자 올 것이다. 휴양림에서 2박 정도 머물며 조용히 사색하며 이 능선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왠지 애인처럼 살가운 정이 든다.
능선을 타고 흐르는 연무를 보니 황홀경에 쉽게 눈을 돌릴 수가 없다. 어서 저 능선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신불산은 간월산, 영축산, 능동산, 재약산, 가지산, 운문산 등과 함께 해발 1,000m가 넘는 준봉들이 웅장한 산세를 이루며 겨울이면 눈덮인 고봉들의 모습이 마치 알프스의 모습과 같다하여 언제부터인가 영남알프스로 불리게 되었다. 사진의 이 신불평원은 간월산의 주능선이 남하하면서 신불산과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1시간 거리의 능선을 신불평원이라 부르며 전국 최대의 억새평원으로 유명하다. 단풍과 함께 가을의 낭만을 장식하는 것이 억새이다. 영남알프스하면 억새가 떠오를 정도로 신불산과 영축산을 잇는 신불평원은 억새명산이라 하겠다.
사람들은 저 억새의 장원만을 보았구나! 그 넉넉한 품에 하얗게 웃음 날리며 부르는 억새의 노랫소리도 나쁘지는 않겠다. 포용하는 그 품이 아늑할 테니까..!
다시 생각을 보듬고 앞 봉우리를 오를 생각에 달뜬 마음으로 발길을 옮긴다.
좌측을 보니 또 다른 평전이 얼굴을 보인다. 저 능선을 타고가면 너도 보겠구나! 싶었고 그 아래 바위능선도 탐미할 수 있겠다 싶었다.
줌으로 당겨보니 우측에 보이는 평전에 버금가게 넓고 평안함을 준다.
그런데 이정표는 신불산정상을 우측으로 가리키고 있다. 정상을 오른 후 다시 이 바위봉우리를 넘어 좌측 평전으로 가나보다 생각했다.
길은 바위봉우리를 우화하고 있다. 조릿대가 철쭉과 잡목 사이에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때 현재 등고선은 8~9백선에 이르고 있겠다. 안개비는 내리고 바람도 세차 으스스 추위를 느낀다.
바위봉우리를 우회하는 중 자수정동굴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삼거리를 지나니 200m정도 앞에 능선이 보이는데 어찌나 안개비바람이 세찬지 추워 감히 오르기가 겁난다.
이대로 정상으로 오르면 안개비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 시각을 보니 오후 1시27분이다. 정상으로 오르기 전에 바람이 못 미치는 아늑한 곳에서 따뜻한 컵라면으로 요기도 하고 속과 떨어진 체온을 덥힌 곳이다.
마음과 몸을 더운 음식으로 보듬고 다시 바위봉우리를 우회하여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길은 아름답지만 검은 부엽토는 안개비에 질척이고 미끄럽다.
능선에 오르니 이미 정상을 거쳐 간월재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능선 마루턱에 이정표 거리표시는 없다.
신불산 표석이다. 정상 아닌 곳에 2000년에 신불산 정기를 새롭게 이어받자는 의미로 상남면사람들이 세운 것이다.
정상 주변의 모습이다.
<신불산정상/ 神佛山頂上>
신불산 정상을 보니 안개비는 내리고 철이른 추위에 영혼 없는 몸만 떨고 있네.
영축산으로 이어진 신불평전의 모습으로 억새밭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능선이다.
이제 다시 가야할 간월산으로 가는 길가에는 이제 막 곱게 물든 단풍이 이별이 아쉬운 듯 아리게 눈을 파고든다.
지는 꽃이 애처롭다면 단풍든 이파리는 처절하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면 혼자 산행하는 묘령의 여인들이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거나 멋있기보다는 왠지 으스스하다. 으슥한 산책길에 하얀 소복을 한 여인을 마주치는 것만큼.. '나 떨고 있니!
오늘 못가는 신불재너머 영축산으로 이어 뻗은 능선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아쉬움을 달랜다.
이제 찾아갈 간월산은 1.9km 거리에 있다. 신불공룡능선을 넘을 때만 해도 펄펄 오르던 기운이 지금은 왠지 서리맞은 풀잎같다.
가라앉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이리저리 원경을 본다.
짝지(霸志)는 그렇게 함께 지내왔어도 알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깡마른 그 체구 어디에 저리 힘이 솟아나는지..
간월산으로 가는 길은 원만한 내림길이다. 바로 앞 봉우리에 조망대가 보이는데 영축산을 볼 수 있을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앞 하얀 바위지대와 앞산의 고운 단풍과 간월산 정상부의 연둣빛과 중간 길 아래 연록색이 어우러져 조화롭고 편함을 자아내는 분위가 좋다.
멀리 산너울은 신선의 세계를 펼쳐 놓고 가운데에 넉넉한 품새로 자리하고 있는 간월산을 앉혀 선계로 들 수 있는 求道의 장으로 만들었다. 아래 병목처럼 잘록한 간월재로 다리를 놓고 그 앞에 펼쳐진 정원은 다만 바위와 흔한 잡목만으로 채색하여 속세의 정원을 꾸며 놓았다. 혼돈의 속세에서도 멀리 선계를 꿈꾸고 수도자 되고자 좁은 관문의 잘록한 간월재 다리를 건너 구도의 장으로 들어가 가짐을 모두 비우고 득도하여 선계의 너울을 그대는 求賢하고 싶지 않으신가!
산에서 골짜기를 타고 산너머 산을 보네. 길도 따라 꾸불꾸불 배암처럼 그 산으로 가네.
간월산을 바라보며 간월재로 내려가는 좌우로 억새들이 사각사각 갈잎의 노래를 대신한다.
신불산 공룡능선에서 바라보던 간월산의 공룡능선이 아닌가 싶다.
(간월재)
간월산억새평원
2017년 10월16일 ▲
2017년 10월17일 ▼
신불산과 간월산 그리고 영축산을 연계 산행할 목적으로 1박2일 여정으로 왔으나 어제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 감기가 들었다, 계속 산행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이곳 휴양관에서 좀 떨어져 있는 파래소폭포까지 산책 겸 다녀와서 반구대암각화를 둘러보고 올라가기로 했다. 다음은 파래소폭포로 가는 길에 담은 계곡의 풍경이다.
(파래소폭포)
파래소폭포 상단의 모습.
청석의 銅성분이 물과 모래에 씻겨내리면서 연마되고 녹아 바위 표면에 침식되어 마치 흐르는 물이 붉게 물든 것 같이 보인다.
2017년10월17일 울진 국립신불산자연휴양림. 《鄕香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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