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하고 예쁜 여인이 운전하는 버스로 5시간30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전국에 소문난 부산돼지국밥집입니다. 걸쭉한 돼지국밥이 오늘 하루 일정을 받쳐주기에는 안성맞춤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돼지국밥 한 그릇을 먹고 도착한 오늘의 시발점 용궁사, 해안산책로인 갈맷길을 따라 송정해수욕장과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 동백길을 거쳐 해운대까지 가는 여정입니다.
용궁사로 들어가는 길목입니다. 깜깜한 밤인데 제법 환하게 찍혔습니다.
이른 새벽, 보이는 것은 어둠의 장막 뿐입니다. 탑이 희미하게 보이니 용궁사에 이르른 것같습니다.
랜턴을 비추고 조금 걸어가니 이내 바다가 보입니다. 칠흑 같은 밤바다를 용궁사 맞은편 시랑대가 있는 곳에서 조리개를 한껏 열어 사진기에 담아봤습니다.
수평선위로 연무가 띠를 두르고 그 위로 붉게 물이 들어가니 곧 해가 솟아오르겠지요.
시랑대에서 바라본 용궁사 옆 바위에 쌓은 돌탑이 이란의 회교사원을 연상시킵니다.
용궁사 전경입니다. 중앙 건물이 대웅보전입니다. (이 사진은 시랑대에서 담은 것입니다. )
도착해 들어올 때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용궁사 바깥마당에 나오니 12지신상 등 석물이 장관입니다. 그런데 함께온 분 들이 한분도 안 보입니다. 여기서 잠시나마 마아 신세가 되었습니다.ㅎ
갈밋길(기장 포구)
옛부터 화사을포(고리), 월내포(월내/임랑), 독이포(문오동/칠암/신평), 동백포, 기포(이동), 이을포(일광/이천), 무지포(대변), 공수포, 가을포(송정)을 기장포구로 불렀습니다.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의 무대인 일광을 넘어서면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인 죽성이 있답니다. 대변고개를 넘어서면 매년 4월 멸치축제로 유명한 대변항이 있고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이 깃든 오랑대를 지나면 기장 팔경의 하나인 시랑대가 용궁사와 함께 있습니다. 송정해수욕장의 끝부분에 수령 300살의 해송이 반기는 구덕포와 청사포를 지나 달맞이 고개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미포가 가는 이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한다는데...
갈맷길 좌측의 한량없는 바다, 바위에 작렬하는 파도소리와 부서지는 물거품이 저물어가는 인생의 심금을 울립니다.
떠오를 해를 기다리며..
남해의 일출을 보는 시각입니다.
너도나도 일출을 붙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동서고금을 망라해서 태양 숭배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는 서로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이군요.
바다에 부표가 있는 곳이 궁금했는데 마을 아낙의 말씀이 미역양식장이라고 합니다. "미역카면 기장이라카이!"
해송과 바다가 잘 어울립니다.
물위에 그것도 파도가 심한 바다에 양식장이 마치 바둑판처럼 각이 정교합니다.
해안 따라가는 길에 이런 길도 있고
이런 길도 있습니다.
저는 너덜겅이나 이런 돌무지 길을 좋아합니다.
가는 길마다 갈맷길리본이 나풀거립니다.
아담한 어촌마을입니다. 이정표를 보니 '공수해안1길'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수포구'입니다.
아담하고 여인의 품처럼 아늑한 포구의 모습.
조용한 포구에 한 순간 오색 꽃이 피었습니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 나건만 미역을 추리는 아낙의 시선은 아랑곳이 없고 그 손놀림은 시계바늘처럼 정확합니다.
모든 이 떠난 자리에 다시 고요가 서렸어도 아낙은 그 자세 그대로 변함이 없습니다.
방파제는 널어놓은 미역으로 미역제방이 되었습니다.
공수포의 끝머리입니다. 다음은 '송정'이겠지요.
2014년 3월17일 07시20분 <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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