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TV에서 "착한식당"이라는 프로를 방영한 중에 밀가루나 다른 분말을 섞지 않고 순 우리 메밀만으로 손님이 주문한 양 만큼만 껍질을 제거한 후 주인이 손수 반죽을 하여 메밀국수를 뽑아 만든다는 것에 메밀을 좋아 하는 식성에 이끌려 점심 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제천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심 때까지는 여유로운 시간으로 횡성호수 주변을 구경하고 메밀음식집으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횡성땜 준공기념 조형물>
청동으로 조형한 이 조형물의 모양은 동서남북 사방위 어느 쪽에서 보아도 "水"字로 되어 있습니다.
수자원의 발전하는 기상과 횡성땜의 다양한 용도와 건설의지를 함축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휘호석과 건설참여자 기록석은 다목적땜에 담수된 물결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며, 받침을 이룬 동심원의 형태 역시 물의 파문을 나타내면서 횡성땜의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 오르는 중앙의 분수는 쉬임없이 움직이는 물의 속성과 역동적인 힘을 표상하는데 이는 미래지향적인 다목적댐의 건설정신과 일치한다는 표현이라 합니다. <1999년 12월 15일 조각 : 관동대학교 교수 오세원 作>
<횡성땜 관리소 전경>
방죽 위는 길로 꾸며 건너편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건너 산 위에 정자를 두어 횡성땜과 주변을 조망할 수 있겠다 싶기에, 방죽을 건너 정자(亭子)에 오르려고 가까이 가서 보니 계단입구에 철조문이 설치되어 있고 굳게 잠긴 채 <출입통제>한다는 안내문이 걸렸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냥 돌아설 수밖에...
<제방 중간에서 바라 본 저수지(貯水池)>
<제방아래쪽 모습>
횡성땜 아래쪽에는 야유회를 할 수 있는 족구장과 여러 시설과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땜에서 좀 내려오다 보니 국도변 작은 오솔길로 들어서는 곳에 커다란 반석 위 의자 모양을 한 괴석에는 사기막이라는 글이 새겨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옛날 사기그릇을 굽던 가마터가 있는 마을이 있을 것 같습니다.
횡성땜에서 흘러내려온 맑은 물이 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된 보(洑)에 담겨있는 곳입니다.
보 위에 서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일정한 높이의 보에 담긴 물이 넘쳐 흐르는 수로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하류쪽에서 올려다 본 물길의 모습인데, 그 구조가 이채롭습니다. 정화를 위한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삼군리 "메밀촌"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위치한 저수지입니다. 왼편 호수 끝에 들머리입니다. 거기서 2km 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이 저수지의 지번은 공근면 삼배리 1번지 입니다.
자동차 1대가 갈 수 있는 좁은 도로가 여인의 곡선처럼 S형의 연속입니다. 마주 오는 차량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약 50m 간격으로 차 한 대 비낄 수 있는 공지를 두었으며 길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었습니다.
"삼군리 메밀촌"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삼군리 <TEL (033)-343-0016 . 342-3872. 이 복 재.>
드디어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막다른 산골인 '메밀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삼군리 '메밀촌"에 도착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100여대가 족히 되는 승용차들이 임시 만든 주차장은 물론 인근 밭과 주변 도로에까지 비빌 틈도 없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답니다. 내어 준 번호표의 숫자를 보니 '120번' 번호를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마이크에서 '67번 손님 들어오세요.'라고 호명을 합니다. 그럼 얼마를 기다려야 할까 싶어 시간을 보니 12시 50분 먼저 온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나의 번호 120번...
무료한 시간을 기다리느니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논길을 따라 미나리도 캐고 나물을 뜯으며 위쪽 산자락 밑 다른 집 한 채 있는 곳으로 가다가 내려다 본 '메밀촌'은 완전히 자동차들로 둘려 싸여 있습니다. '메밀집 건너편 밭과 도로에는 또 얼마나 많은지.. 이 멀고 깊은 강원도 막다른 골짜기에 기적 같은 일입니다. 참으로 무섭습니다. 매스컴의 위력이 여실히 보이는 현장입니다. 이런 국민의 눈이요 귀요 대변자라는 개체가 편파적일 때 그 파장은 온 나라를 뿌리 채 흔들고도 남겠지요. 지난 10년 세월처럼...
가까이 가본 외딴 집은 아마도 따습고 순박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다 쓰러져 가고 있었습니다.
양철지붕은 녹슬고 삭아 내렸어도 뒷간만은 오독거니 서있습니다.
두어 끼니 먹을 수 있는 나물을 해서 내려와 시각을 보니 2시 30분, 때 마쳐 부르는 번호는 89번입니다. 거의 2시간이 되었건만.. 건물이 두 채가 나란히 있는 그 사이에 사람들이 몰려 있기에 가봤습니다. 아, 메밀국수를 뽑아 삶는 곳입니다.
참나무 장작을 지펴 물을 데우는 보일러 같은 장치입니다.
커다란 가마솥이 걸쳐 있는 아궁이에서는 장작을 태우는 불길이 닫힌 아궁이 문 사이로 붉은 혀를 내밀어 넘실거리고 가마솥 위에는 국수를 눌러 짜 내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보일러에서 발생한 수증기의 압축으로 국수를 짜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주인장은 옆방에서 반죽을 하고, 아주머니는 짜낸 국수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간 시간입니다.
주인장이 메밀을 통나무 모양으로 만든 반죽을 짜는 기계에 넣어 주니 국수가 가마솥 끓는 물로 들어가갑니다. 아주머니가 나무막대기로 젓고 있습니다.
주인 내외가 다 삶아진 국수를 건져낸 후 아저씨는 또 반죽을 하기위해 메밀 삶은 물을 그릇에 담고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삶은 메밀국수를 차고 맑은 물에 냉각시켜 면발이 보들 거리도록 손을 보고 있습니다. 한 번 삶아내는 분량이 대략 8사람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저 분량이 주방으로 들어가면 여덟 사람만큼의 번호가 호명되겠지요.
면을 뽑는 장소의 전체 모습입니다. 물을 끓여 수증기의 압력을 얻는 보일러, 메밀국수를 뽑는 압축기, 가마솥 등이 어느 농가의 부엌처럼 소박한 모양새로 다음 과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물 옆 길가 쪽 공터에는 참나무 토막들이 쌓여있습니다. 차들로 가득한 주차장에 미처 세우지 못한 차들이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넓은 마당이건만 여기저기 무더기로 쌓여있는 통나무들
살림집 옆에 장작을 쪼개는 장소에 도끼가 있기에 여러분께 시범을 보입니다. ㅎㅎ
나무 정수리에 도끼날을 대고 집중력을 그 자리에 모으고..
정수리를 노려보며 도끼를 들어 올렸습니다.
정수리를 향해 도끼날이 내려 갑니다. 도끼날이 정확하게 정수리에 꽂히는 순간 통나무는 두 동강이 났습니다.
제가 태권도를 한 30여년 했더니 눈썰미 하나는 정확하거든요.
다시 반쪽을 2등분하기 위해 양분된 토막을 새우고 내리치는 순간 입니다. 사진에 몸은 선명한데 손과 도끼날이 선명치 않은 걸 보시면 연기가 아님을 아시겠지요. ㅎㅎ 친구가 순간을 잘 포착(捕捉)했군요.
통나무로 만든 이 자리에서 잠시 쉬는데 드디어 저의 번호를 부릅니다. 시각을 보니 4시가 다되어갑니다.
점심은 거르고 이른 저녁을 먹는다 싶습니다.
차려나온 음식이 정갈하고 색깔도 보기에 좋습니다. 메밀전과 메밀묵은 써비스로 나온 것입니다. 정식으로 시키면 전도 묵도 6천원입니다. 물론 양은 이보다는 많겠지요. 김치 하나는 묵은 김치를 비빔용으로 잘게 썰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겉절이입니다.
<써비스로 나온 순메밀전>
<맛보기로 나온 순메밀묵입니다.>
모든 재료가 우리 것으로 된 겉절이입니다.
온전히 순 우리 메밀을 껍질을 제거하고 주인 양반이 손수 만들 수 있는 양(약 8인분) 만 반죽을 하여 뽑아내온 메밀국수는 큰 스텐리스 그릇에 메밀향이 살아있는 면과 오이채, 김, 참깨를 엊어 내 오면 비빔이든 물면이든 간과 맛은 상에 준비되어 있는 간장, 고추장, 식초, 들기름, 참기름, 육수 등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춰 스스로 맛을 내야 합니다. 양은 작은 편이 아니지만, 사리는 주문을 받아 청하는 분에게 무료 제공합니다.
맛이 어떠냐 하신다면,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정갈하고 정성이 담긴 순수한 메밀의 담백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고, 입맛은 당신의 손끝으로 양념의 가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즉 당신의 손맛이 당신의 혀를 감동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묵도 전도 국수도 메밀의 향을 최대로 살려 한 올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습니다. 물론 신청해 서비스 받은 사리까지 말입니다.
이곳까지 찾아 온 분들이니 메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겠지만, 둘러보니 모두 남김없이 비우고 있었습니다. 옆에 두 분을 보니 상위의 육수주전자 옆에 사리를 서비스 받아놓고 있군요.
주방의 풍경입니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온 가족이 모인 것 같습니다.
식탁이 있는 안의 풍경입니다.
생전처음 순수 메밀로만 만든 메밀국수 잘 먹고 즐겁게 되돌아 나오는 꼬불꼬불 첫째 고개는 S 코스..
아름다운 여인의 허리곡선처럼 유려한 길을 돌아 나오니 해는 서산마루에 걸렸습니다.
공근면 삼배리 저수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주인아저씨, 아주머니 종일 쉴 새 없이 손으로 반죽을 하고 묵을 쑤고 전을 부치는 그 고달픔에 몸살이라도 날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야 흔치 않은 정성담긴 음식 잘 먹고 갑니다만, 부디 건강 잃지 마시고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오늘도 하는 일 없는 백수의 하루여정이 담백한 메밀국수로 마감되는 순간입니다.
2012년 4월17일 (화요일) - 鄕仁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