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제천 하소동 겨울 아침 풍경.

鄕香 2010. 12. 17. 16:00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저렇게 눈이 내리니 어떻게 집에 앉아 있겠어요. 나이 들어도 자연을 대하고 눈 내리는 것을 보며 마냥 즐겁고 들뜨는 마음은 아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부랴부랴 늦은 아침을 먹고 방한복을 입고 나서니 12시, 그렇지 않아도 하루 한 번은 휘돌아보는 하소약수길, 언제나처럼 '등너머약수터'에서 수평운동을 시작으로 해서 다시 용두초교로 가는 등성이 길을 휘돌아 내려 올 참으로 말입니다. 앞에 가시는 아저씨 배낭에 물병 가득 담고 손마저 물병 들고 발걸음도 가벼운 것은 아마도 내 마음 같은 상쾌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사진은 며칠 전에 소개한 쓰레기더미 사진이지요. 그런데 왜 또 올렸느냐 하시겠죠? 제천의 많은 시민들께서 맑고 청량한 약수도 드시고 신선한 공기와 자연에 눈도 맑게 씻을 겸 해서 오르는 길목에 곱지 못한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양심에 호소라도 하고 싶었던 것이었지요. 그런데...

 

 

오늘 보니 그 곱지 않던 무더기들을 말끔히 치워 주변이 산뜻하지 뭐예요. 그러니 오가는 분들이 얼마나 마음이 즐거웠겠어요. 누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셨을까! 쌓였던 분량으로 봐서 개인이 아닌 시청이나 관계되는 부서나 공공기관에서 했으리라 추정해 봅니다만 어찌 되었던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 웅덩이는 일부 동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짐작하는 건데요 샘이 솟나봅니다. 생명도 있겠지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데, 주변이 어설피 얼어 빠질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흔적 없이 소복이 쌓여있는 하얀 눈을 차마 밟기도 그렇고.. 이렇게 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 숲 그대로가 보기에 참 좋지요.

 

 

등너머약수터 근처 건너편 하얀 눈꽃 피운 소나무群 사이사이 솟아오른 앙상한 나뭇가지가 이채롭습니다. 

 

 

근접해있는 소나무가지를 창틀로 생각하고 건너 봉곳한 봉우리의 소나무들이 하얀 눈꽃으로 분장한 것을 보았지요. 참 아름다웠는데.. 좀 더 곱게 담을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등 너머 약수터로 내려가거나 되돌아가는 이 101계단을 오르내릴 적마다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이 계단이 마치 108계단 같다고  또한 등너머약수는 감로수 같고요. 이 계단을 오르내리노라면 자기 성찰과 사색의 오솔길로 더 없이 좋은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천국에 오르는 '하늘계단'으로 상상도 합니다. 이 산책길을 다른 어떤 이름이든 의미를 붙여 제천의 한 요소로 명명하여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명상의 길입니다. 더 나아가 제천시 올레길 이외에도 요소요소에 전설이나 의미를 주어 하나의 데마가 될 수 있는 길로 만들어 제천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 하고자는 여망입니다.   

 

 

 발자국은 있는데, 한 분도 안 보이시네. 운동을 하다보면 모두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즐거움도 있는 곳이지요.

 

 

발길도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는 소복이 싸인 눈 위에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쪼그려 앉아서보니, 세상에나 놀랍게도 아주 작은 거미가 눈 위로 걸어가고 있네요. 이 추운 날, 눈 위에..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옆에 있는 큰 소나무 가지에서 떨어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사진을 찍고 이 녀석을 소나무 밑 옴폭한 곳에 옮겨 주었습니다. 소중한 작은 거미야, 나는 네가 너 이 겨울을 잘 견뎌내었음 참 좋겠다.

 

 

 

이런 의자를 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답니다. 가수 권혜경 님이 부른 것으로 기억되는 "호반의 벤치"라는 노래인데요. 제가 학생시절에 좋아했던 노래지요. " 내 님은 누구일까 어디 계실까 무엇을 하는 님 일까 만나보고 싶네 동그란 얼굴일까 갸름한 얼굴일까 호반의 벤치도 가봐야겠네"

 

 

이 샘은 참 잘 생긴 샘이지요. 바위 밑에서 솟아나는 수정보다 맑은 청량수로 넘치지도 않게 부족하지도 않게 흐르지요. 흔치 않은 샘입니다. 이용하시는 시민들이 주인의식으로 아끼고 청결하게 사용하여 잘 보존했으면 좋겠습니다. 몇 몇 智覺없는 사람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비치되어 있는 물바가지로 개에게 물을 먹이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고 관리자가 되어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아까 말씀 드렸지만, 계단은 108계단, 이 샘은 감로수로 테마적으로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이 어떨까요. 종교적인 색깔이 있다면, 꼭 이런 이름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오던 길에 담았던 사진의 미흡함을 채워 보려고 되돌아가는 길에 오던 길에 담았던 풍경을 다시 한 번 담았습니다.

 

 

저는 담배 태우는 분들을 볼 때마다 불안을 느낍니다. 왜 그러냐고 하신다면 , 피우던 담배를 슬쩍, 아니면 불도 안 꺼진 꽁초를 아무 곳에나 휙 던지는 분이 십중팔구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마른낙엽이 쌓인 산에서도 흔치않게 담배꽁초를 보기 때문입니다. 산불이라도 날까 싶어서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이 지구는 공동체입니다. 다수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는 개인적 행실은 양식 있는 사람의 처신이 아니지요. 지구와 환경은 지금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거든요. 그것이 제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이 녀석 내가 넣어준 그 고목 움푹한 곳에서 이 밤 무사히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2010년 12월17일 - 鄕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