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늦은 밭갈이를 하고 어둑한 저녁 녘, 재(嶺)를 넘을 때 호랑이가 나타나 주인이 소의 멍에를 풀어주니
주인을 네 발 사이에 감싸고 호랑이를 물리쳤다는 충성스런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옛 우리네 농가에 큰 일꾼이자 재산 목록1호인 소,
그 큰 순한 눈망울에 어질기만 한 너는 점잖고 위엄 있는 어른 같다는 생각도 들던 그 소가,
요즘 구제역으로 수없이 살 매장되고 있습니다.
그 크고 순한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이고, 음매~~ 특유의 구성지고 애처로운 소리도 한번 못하고,
죽어가야만 하는 소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가슴 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 고장은 비켜가겠지 하던 바람도 매서운 날씨에 여지없이 깨지고 말아
더욱 추운 것처럼, 더욱 서글퍼지는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 근하신년 』
이리도 추운 것은, 밀려나가는 백호랑이 해가 마지막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버티려하는가 봅니다.
그래도 새해는 어김없이 밝아 오겠지요.
지난 해 온갖 서러움 다 보내시고 오는 새해 福 많이 받으십시오.
사랑합니다. 이 세상 티끌까지도....
「 庚寅年 」마지막 날에, - 鄕 -
2010년12월31일 오후4시7분 - 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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