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처음으로 짝지를 따라 명동에 있는 돈가스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은 빈대떡 이외는 별로 당기지 않아 스스로 찾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지만 호기심 반 배려 반의 심정으로 따라갔는데 까칠한 겉 튀김이 조심스러웠지만 속살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에 무난한 느낌이었는데 어제 일간지에 어느 셰프가 뚝섬에 위치한 돈가스 집 ‘윤경‘을 소개한 기사를 보니 불현듯 짝지와 먹었던 그 부드러운 속살의 맛과 고소함이 떠올라 그리 멀지않은 거리이기에 운동 겸 자전거를 타고 찾아 나섰다.
구리에서 왕숙천과 한강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도착한 2호선 뚝섬역 1번 출구 앞에서 스마트 폰으로 점포위치를 확인하니 바로 근처 옆 골목 입구 안 건물측면 벽에 1층인지 1층 반인지 알쏭달쏭한 위치에 베란다를 개조한 모양새의 양 측면에 계단을 설치한 그럴싸한 모양을 갖춘 벽에 아주 크지도 않지만 그리 작지도 않은 무슨 기업체 간판처럼 “倫敬”이란 동판이 무게감을 안겨준다.
타고 온 자전거를 계단난간에 동여매놓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앉고 싶은 창가는 이미 남녀가 자리해 있다. 반듯하게 접어놓은 청결한 흰 냅킨위에 저분이 얌전히 놓여있는 탁자 앞 의자에 슬며시 앉아 느긋이 실내를 둘러봤다. 천정과 바닥 벽까지 윤택한 나무로 꾸미고 단정하지만 허전하지 않았고 깔끔하지만 유난스럽지 않았다. 가져온 메뉴판을 펼쳐보니 여백과 글자가 적절히 공존하고 있다. 소고기가 아쉽지 않게 올라간 스테이크 덮밥, 다시마로 숙성한 연어를 올린 연어 덮밥, 재료를 가득 넣어 단무지만큼 굵게 말아주는 후토마키( 大のり卷き / 큰 김밥 /太卷き) 등 어지간한 일식 메뉴는 다 있다.
그럼에도 이 집의 메인 음식은 단연코 돈가스다. 안심돈가스를 주문하고 가장 점잔하게 천천히 옆자리로 고개를 돌려보니 우아하지는 못해도 웬만큼 세련되고 보기에 청순한 20대 여성 세 사람이 서로 마주하고 수다가 삼매경이다. 슬며시 그들의 탁자 위를 훑어보니 커다란 새우튀김과 가리비관자튀김, 안심 . 등심 돈가스 그리고 연어회가 보인다. 메뉴판에서 익히 보았던 윤경정식이 틀림없겠다. 어지간한 먹보가 아니면 혼자 깨끗이 비우기 쉽지 않겠다.
오늘의 내 목적은 안심돈가스다. 창가의 한 쌍의 남녀를 생각 없이 바라보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모처럼 칼질 좀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적당한 크기로 썰어 내왔다. 까칠한 튀김에 싸인 나이테처럼 둥글고 수줍은 듯 발그레한 속살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튀김 한 점을 입에 조심스럽게 입에 넣어본다. 깔끄러운 튀김옷에 적당히 긴장감을 즐기며 씹어보니 부드러운 속살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방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고기의 결이 곱고 부드러운 안심의 특성을 최대한 음미하도록 살짝 붉은 기운이 남을 정도로 튀긴 것이 틀림없겠다. 육질의 탄력이 살아 있고 퍽퍽하지 않은 고기의 질감이 치아를 통해 흡족한 느낌을 준다. 살짝 겨자를 섞은 소스에 푹 담가서 먹으니 이만한 즐거움도 흔치 않겠다.
歸路는 올 때와 달리 든든해진 뱃심으로 중랑천을 끼고 의정부로 뻗은 자전거도로를 타고 중랑천의 청둥오리며 볏짚공예 등을 구경하며 중량교에서 망우로를 거쳐 근심을 잊고자 忘憂里고개를 넘어 구리시로 들어선 총 38km 여정이었다.
2020년 2월 25일 -鄕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