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여 해를 큰 탈 없이 잘 버텨준 몸이 이제 하나 둘 장기들이 고장이 나기 시작이다.
무심히 거울을 보니 지내온 연륜만큼 삶의 굴곡들이 그물처럼 얼기고 설기었다.
나도 이제 돌아갈 날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순간 불쑥 떠오른 건 두려움이 아니고 우습게도 영정사진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이 끊겨 살았으니 찾아줄 이도 없지만,
그래도 고마운 이 세상 모든 것에 내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미소를 담아 떠나고 싶은 마음,
웃는 연습이라도 하고 싶어서
내친김에 내 사진을 내가 만들고 싶어 집에서 출사를 해봤다.
다복화목하게 살아보지 못해서 그런가?
미소 짓는 얼굴을 담아내고 싶은 데 그게 잘 안 된다.
첫 시도한 작품은 여지없이 실패했다.
사진으로나마 몽매에서도 그리 바라던 지그시 미소 짓는 행복한 모습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심정을 가다듬어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것에 그 까닭도 있지만
또 한편 살아생전 내 미소 짓는 모습을 내 보고자 하는 일이니 할 일 없어 생각한 소일거리이겠다.
2020년 2월2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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