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철마산-천마산

鄕香 2020. 3. 14. 15:29

고요의 바다 잠에서 헤어나 창문을 보니 뽀얗다 밤새 누군가 하얗게 칠을 했나!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보니 햇살이 반짝 눈을 콕 찌른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 한 점 없다. 오, 이렇게 좋은날 우한폐렴  때문에 집콕방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겠다. 자전거를 가지고 강변으로 나가 어디든 가야겠다 싶어 서둘러 현관을 나섰는데 무언가 석연치 않은 듯 생각이 머뭇거리게 한다. 아 그렇지 이렇게 좋은날에 가보고 싶던 산이 있었지 바로 철마산이다. 시각을 보니 8시40분, 그 산 들머리까지 버스로 대략 1시간을 이동해야한다. 급히 다시 자전거를 집에 두고 간단하게 초콜릿과 견과자 물만 챙긴 배낭을 메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500m 달리기 선수가 되어 진접행 93번 버스를 타고 진접 '신도 브레뉴 아파트' 앞 정류장에 내리니 10시20분이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친구가 살고 있다. 전화라도 해줄 가 싶었지만, 요즘이 어떤 때인가 우한이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피해야 하고 방콕하는 때가 아닌가! 더구나 얼마 전 철마산을 왕복하고 왔다는데 또 친구 스케줄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부담주기도 싫고 해서 너를 보듯 네 사는 棟을 어림잡아 사진 한 컷 기념하고 철마산 정상을 행해 발길을 옮긴다. 언젠가 친구와 철마산 오르는 중간 첫 봉우리까지 가본 적이 있어 들머리는 초행이 아니라 거침없이 산길로 들어섰다.

 

 

     

들머리는 신도 브레뉴 아파트 단지와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사이에 숨어 있는데 여러 층의 여러 계단을 오르면 자연을 생각해 목재로 터널처럼 만든 파고라가 속세와 神天地 사이를 구분 짓고 있다. 속세와 선계를 구분지은 파고라 통로를 통과하면 바로 별천지 무릉도원이 펼쳐진다.

 

 

   

동굴처럼 긴 파고라 안에서 보이는 울창한 송림은 바로 무릉도원의 초입이다.

  

 

      

안평대군이 꿈에 산속을 헤매다 찾아든 무릉도원 들머리도 송림이 무성했단다. ㅎㅎ 실제는 모르지만, 꿈속의 안평대군께서는 험준한 바위산속을 헤맸다지 아마!

  

두 갈래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든 정상으로 가는 길과 합친다. 나는 우측으로 들어섰다.   

 

 

 친구가 사는 0000동을 보는 것으로 친구 얼굴을 본 것으로 갈음하고 사진에 담았다.  

 

 

 

 이제부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발길을 돌려 처음 맞이한 계단키를 두드린다. 들리는 음도 박자도 일률적인 단음이지만 상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100m 정도) 내 좋아 팔짝 뛸 황금빛 아름다운 길이 열렸다. 이에 무슨 우한폐렴이 있을 소냐! 있어도 금쪽같은 내 친구 나무의 진들이 모두 살균했을 것이기에 호흡이 이리 상쾌하지 않겠느냐! 깊은 심호흡에 폐가 춤을 추네.

 

 

 

 조만치 돌아가는 귀퉁이에 사람을 닮은 선녀가 오고 가네. 

    

 

 

   아담한 봉우리를 바라보는 행복을 놓치지 마세요.

 

 

 

 우와, 기쁨이 샘솟아나는 저 풍경 좀 보세요! 가슴이 마구 놀란다. 내가 다가서니 나무들이 몸을 꼬며 춤으로 반긴다.

   

 

 

 요긴 조 아래 사는 내 친구가 매일 오르내린다는 첫 봉우리랍니다. 함께 여기까지 와본 적이 있는데 그 때 기쁨을 준 이 길을 못 잊어 오늘 다시 오게 된 것이지요.

 

 

    

봄은 이미 왔는데 가을빛 머금은 저 마른 잎, 아직은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네 빛깔 너무도 애처롭건만 무심타 저 봄바람 아랑곳없구나!

 

 

 

 

 갈참나무 무리진 오솔길가에 봄볕에 붉게 타는 가랑잎이 메마른 가슴에 불을 지피네.

  

 

 

 능선 넘어 군부대사격장이 있단다. 어쩐지 간헐적으로 총소리가 들린다. 산책길은 능선을 방벽 삼아 우측으로 산탄의 위험을 비켜간다.

  

 

 

 우리의 소나무는 그 자태가 여인의 굴곡만큼이나 자못 요염이 넘친다.

 

 

        

철마산-(1.03km)-현위치-(3.4km)-해참공원(들머리) , 이제 버스정류장으로부터 4km정도 걸었다.

   

 

    

바위와 소나무와 참나무 그리고 잡목이 그만한 비율로 어우러져 우리 산의 정취를 잘 지니고 있어서 어릴 적 뛰어놀던 동산의 모습을 추억 속에서 퍼 올려준다. 다시 앞을 바라보니 한 봉우리가 앞에 버티고 있다.

 

 

 

「빼룡산」

올라선 봉우리는 평평하다. 이제까지 오는 동안 두 번째 쉼터가 아닌가 싶다. 긴 의자 4개와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는 해참공원 3.5km, 철마산 정상 750m를 알려주고 있다. 양지바른 곳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봄볕에 녹아 질척여 발길이 조심스럽다.  

      

 

      

다시 쉼터가 있는 봉우리에서 어느 정도 내려가니 좀 더 가파르고 바위들이 얼기고 설긴 봉우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험상궂은 모습을 들이 댄다. 하 겁주지 마세요~~♪ 난 그런 네 모습이 사랑스럽고 너무 좋아요 ^^ 

    

 

 

 저 아래 사는 내 친구 요길 어떻게 넘었을까! 생각하니 또한 즐겁다 ㅎㅎ

  

 

     

「일어서기 봉

바위봉우리를 다 내려와 보니 다시 또 봉우리, 봉우리에 좀 올라 돌아서서 넘어온 바위봉우리를 바라본 모습예요. 그냥 아가씨 젖가슴 마냥 봉긋하죠?

  

 

     

「철마산(鐵馬山)」

다시 돌아서서 앞을 보니 조선시대 질박한 옹기자배기처럼 순박하고 넉넉하고 펑퍼짐한 아낙을 꼭 닮은 봉우리가 어여 와요 손짓합니다.  

    

 

     

역시 시골 아낙은 인심이 좋아요 목 축이라고 물바가지도 아닌 샘을 통 채 내 오셨네요. 샘 이름을 여쭈니 없다며 지어달라시기에 나름대로 "목갈샘(목을 축여 갈증을 다스리는 샘)"이라 부르게 했습니다. ㅋㅋ 7백여m 높이 철마봉을 오르려면 갈증이 날 테니 목을 축이고 가시라는 의미를 담았지요. ㅎㅎ

  

 

       

600m가 족히 되는 능선에 이렇게 물이 솟아나는 것에 경이롭고 고맙습니다. 바위산에 건강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곳에서 솟아나는 이 샘물은 여러 수종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무들이 머금었다 쏟아내고 바위가 걸러낸 그야말로 석정수요 약수가 아니겠습니까! 한 모금 머금어 본 물맛은 달고 씁쓰레함을 느낄 듯 말듯합니다.

  

 

 

 목을 축이고 넘어야할 봉우리를 들어서니 오메! 아까 보았던 넉넉한 자태는 어디로 가고 험하고 가파른 모습만 보여 줍니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샘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고, 험준한 곳이니 목이라도 축이고 넘어가라는 것을.. 그 자비로움이 감동입니다.

  

 

     

괴이하게 생긴 이 바위는 물론이요 이 산에 드러난 바위들은 모두 검고 푸르스름 합니다, 속살도 여지없이 검고 푸르스름할 것입니다. 옛 사람들이 왜 철마산이라 이름 했는지 알 것 같아요. 鐵馬山은 쇠말산(黔丹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옛날 어느 지사가 이 산에서 철이 나올 것을 예견했고 산 정상에 있는 바위의 형상이 말처럼 생겼다해서 철마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철마산 서쪽 골짜기에는 '쇠를 푸는 광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쇠푸니(金谷里)마을이 있고 쇠푸니의 남쪽 봉우리인 이 봉우리를 철마산, 북쪽 봉우리를 내마산이라고 부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한 파란하늘에 시위라도 하는 걸가요 거무죽죽한 돌멩이들이 삐쭉삐쭉 여기저기 돋아있어요.

    

 

 

 좁은 능선길가에 잡목이 무성하지만 앙상한 가지여서 그 사이로 펼쳐진 정경이 그림처럼 보입니다.

   

 

      

봄볕 따사롭게 내리는 산등성이에 바위와 잡목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맛을 봄바람에 폴폴 풍깁니다.

  

 

 

 수천 년 풍파에 시달려 뭉텅뭉텅 떨어져나가고 이리저리 금이 간 흑회색바위의 형태에서 세월의 유구함을 읽고 한순간일 뿐인 인생을 느낍니다 그 짧은 인생들이 수천 년을 살 것처럼 고통 속으로만 치달리는 어리석음을 어찌할까..

 

 

 

《철마산 정상》

  이곳 철마산에서 북쪽으로는 주금산(8.2km), 동남쪽으로는 천마산(7.16km)입니다. 또한 서쪽으로는 오남리 저수지(4.4km)가 있지요. 나의 들머리 해참공원은 4.43km입니다.

  

 

 

 초행이라 이곳 철마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일단 철마산정상에서 최종 날머리를 정할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시각을 보니 12시38분입니다. 진접 신도브레뉴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이곳까지 4.43km를 두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마음에 두었던 천마산정상까지 이곳에서 7.16km라고 하니 4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고 오후 5시면 천마산 정상에 닿을 수 있겠다싶어 천마산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鐵馬山》(해발 711m)

철마산은 음지 마을의 주산으로 화악산 줄기의 대표적인 명산입니다. 옛날에 한 장군이 암굴에서 철마를 타고 나왔다는 전설에 의해 불려 진 이름입니다. 정상에는 지금도 철마산성의 성터가 남아있고 주위에는 높고 험한 산줄기가 이어져 천혜의 요새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남서 방향에 돌을 쌓았으며 불암이라는 절벽에는 장군이 나왔다는 바위굴이 있는데 그 바위굴은 장군이 말을 매어 두고 사육했던 곳으로 암반 곳곳에 장군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전설로는 바위굴에 신라의 선인 옥단춘의 출생지로서 고려 초 보조국사가 그 자리에 한선를 건립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철마산은 웅장하고 빼어난 자태는 없으나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가 있고 인적의 발길이 뜸해서 자연 그대로의 깨끗함이 살아 있습니다. 남쪽으로 능선 따라 여러 봉우리 넘어 십여 km 거리에 천마산과 이름난 스키장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야기는 전설이고 이곳 지질은 철이 섞인 철광석입니다. 따라서 철에다 이 산의 역사적 유래를 담아 이름을 붙인 것이겠습니다.

  

 

    

  멀리 서쪽으로 도봉산과 북한산줄기가 천리장성처럼 둘려져 있습니다. 좌측 앞 제법 높은 산은 관음봉이 아닌가 싶다. 

    

 

  

  진접면 도심이겠지요. 

    

 

 

 

 

  철마산 정상에서부터 초당하산고갯길까지 760m는 이렇듯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재밌는 길이었습니다.

     

 

 

  초당으로 내려가는 고개마루턱 이정표,  철마산-760m-현 위치-오남저수지-3.65km. 현위치-6.4km-천마산.

   

 

  

  초당으로 내려가는 고갯마루갈림길의 포근한 모습을 천마산 방향에서 철마산 방향으로 담은 모습입니다.

   

 

  

왼편 오솔길은 천마산(6.3km)으로 가는 길이구요. 능선 타고 바로가는 길은 오남 저수지(3.56km)로 빠지는 길입니다. 보시기에 능선길이 호젓하여 구르몽이 불쑥 튀어나와 "낙엽 밟는 소리가 아름답지" 할 것만 같죠? 여기서 저는 저 아름다운 낙엽을 애써 외면하고 왼편 천마산 길로 들어섰답니다. 

    

 

 

 

 

과라리 갈림길. 철마산1.5km- 천마산 5.5km.

 

 

 

아, 정말 미치겠네. 저 나뭇가지들의 자태 좀 보세요. 나무들이 뒤엉켜 블루스에 지르박에 탱고 왈츠,그리고 트위스트, 림보에 막춤까지 현란한 춤의 향연을 벌이고 있잖아요. 아 참! 이 맘을 어쩐단 말이냐..!

  

 

     

우측을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아련한 그리움 같은 자태로 세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정답지 뭐예요. 오- 저 봉우리들은 이름이 뭘까 저쪽이면 천마산 방향과는 반대편인데 오늘 들려볼 수 없겠다 싶으니 섭섭하고 아쉽지 뭐예요. 해서 줌으로 당겨볼 생각을 합니다. 

     

 

       

금한 건 못참아서가 아니고요 산세를 좀 더 자세히 보려고 줌으로 당겼는데 또렷하지 못합니다.

  

 

  

 능선의 모양새가 마치 토성을 연상시킵니다.

철마산으로부터 2.31km 지점이라고 하니 이곳에서 천마산까지는 대략 5km 정도의 거리겠지요.

    

 

    

 과라리 고갯마루턱 돌무지에 세워져 있는 '과라리 아리랑' 무거운 짐을 이고 진 임들이 이 고개에서 돌 하나 당산나무 앞에 고이 던져 마을의 안녕을 신령님께 빌고 쉬어감을 노래한 것이리라.  

 

 

  

 「과라리 아리랑」

산다는 게 살아간다는 게 모두

굽이굽이 돌아 산마루턱에 다다르는

산길과도 같아서

 

천 번을 다녀도 갈 적마다 새로운 것이

우리인생 여정과도 같아서

 

늘 한 자리에서 만고풍상 마다 않고

얼싸 안는 모습이 따스한 어머님 품속 같아서

 

그래 많이 힘들 제?

여기 잠시 쉬었다 가거라

 

긴 숨 한 번 들이켰다가

쭉 내 뱉어 보거라 

세상사 뭐 그리 부러운 임 없을 게다

 

그래도 어느 한 구석 짠 한데가 있거든

여기 과라리 고갯마루에 무심한 돌 하나 던지거라

 

아리랑 아리랑 과라리 아리랑

과라리 과라리 울엄니 아리랑

 

자 다시 시작 하거라

가는 길에 행여 고비를 맞거든

 

스스럼없이 이제

나를 밟고 지나 가거라

무심하게 그냥 무심하게

과라리 과라리 울압지 아리랑  

 

(과라리 당산고개 정경)

 

 

 과라리 아리랑의 고달픈 위로를 뒤로 하고 천마를 타고자 나는 간다. 내가 타려는 天摩는 하늘을 잡을 수 있는 곳이지 천년을 어둠고 음침한 무덤 속에서 잠자던 자작나무 수피에 그려진 그 天馬는 아니렷다.

  

 

 

 지둔리 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턱. 펑퍼짐한 터에 긴 의자 둘이 정답다.

이곳 이정표는 철마산 (2.35km), 천마산 (3.54km), 또한 지둔리는 2.35km를 게시하고 있어요.

  

 

  

 퇴적으로 이루어진 큰 사암 윗부분이 뒤쪽은 붙어 있는데 앞쪽은 개구리가 입을 벌린 모양새로 벌어져 있네요.

   

 

  

 과라리 골 너머 아득한 곳에 나뭇가지 사이로 인수봉과 백운대 실루엣이 가물거린다.

   

 

  

 인수봉과 백운대의 윤곽을 자세히 보고 싶어 줌으로 당겨봤습니다.

   

 

    

  나뭇잎이 무성해지면 이 숲길을 어찌 갈 수 있단 말이냐?

  

 

  

   좁은 능선 따라가는 길에 잡목이 무성하여 봉우리가 있는지 없는지.. 발길은 아랑곳없이 그냥 갑니다. 

    

 

 

 나지막한 과라리봉우리(679m)위에 이정표가 지키고 있다가 심심했던지 긴 의자를 가리키며 앉아 쉬었다 가랍니다. 졸지에 이정표의 심심풀이가 되는 순간입니다. 

          

 

  

 다시 갈 채비를 하려니 이정표가 한마디 합니다. 저 앞 검무죽한 형상이 천마산인데 정상까지는 2.4km 입죠. 아니 지금 나를 희롱하시는가? 바로 조만치 보이는데..

   

 

 

 곧게 뻗은 봉우리를 두고 왜 피해서 돌아가는지 모르겠네.

   

 

  

   앞서 이정표가 말하길 저 봉우리가 천마산이라 했는데 줌으로 당겨 보지만 물어볼 수도 없고 호패도 뵈지 않느니 내 알지 못하겠네.

  

 

 

 갈참나무, 신갈나무에 둘려 있는 평편한 공터 해발629m봉우리 지나 맞이한 배랭이 고개랍니다. 바랭이와 바탱이는 알겠는데, 배랭이고개라 배랭이가 뭐시여? 뭐시긴! 바탱이가 배탱이 듯 바랭이나 배랭이나 그게 그것이제!

   

 

  

 우측을 봤으니 좌측도 봐야겠지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길은 없네.

  

 

  

 봉우리를 비켜가는 길에 낙엽도 좋고 길도 예쁘고 누구라도 시인이 되겠어요.

  

 

   

 팔현리 갈림길, 철마산으로부터 6.4km 지점.

 

 

   

   좌측 팔현리 쪽으로 오르내리는 산길이 있고 우측 방면은 화도읍 가곡리와 보광사 쪽으로 오르내리는 산길입니다.

보광사는 임경업 장군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고려 초(949년)에 혜거국사가 창건한 말사입니다.

    

 

 

  

 위치 말뚝을 보니 보구니바위라는 것이 2.7km 앞에 있다고 합니다. 보구니 바위? 바구니처럼 생긴 바위를 이르나보다.

   

 

   

사거리를 지나 크고 작은 검은 바위와 돌멩이들이 제법 널려 있는 다소 험한 산길이다. 바위절벽이 앞을 막아서면 PE로프가 슬며시 손을 내밀고 있고, 바위절벽을 올라서면 엄장한 덩치의 둥그스름한 바윗덩이가 기다린다. 둥그스름한 바위봉을 내려서면 다시 바위들의 치받이 오르막이 나를 시험하려 들던 길을 지나니 부드럽게 솟은 또 한 봉우리가 나뭇가지에 숨어 나를 엿보고 있네  

 

 

       

나뭇가지로 가린 오르막을 지나고 보니 험상궂은 바위가 등성을 타고 앉아 있어 길은 곧장 직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우측의 바위봉우리 허리를 감돌며 미로처럼 꼬리를 잇습니다. 그렇게 바위 허리를 끼고 우회를 하게 되는 이 바위봉우리가 바로 보구니바위입니다.

   

 

  

   보구니바위를 우회해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갑니다. 

     

 

   

 「보구니 바위」

바위의 생김새가 바구니처럼 생겨 얻은 이름이겠습니다.

    

 

   

 보구니바위에서 삼각점이 있는 정상까지는 1km 거리입니다. 길은 제가 좋아하는 각진 바위도 오르며 적당히 가파른 갈만한 길입니다

 

 

  

 퇴적암 바위 표면에 물결처럼 형성된 모습이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잠시 돌아서서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본 풍경입니다. 우측 원경의 철마산에서부터 갈지자로 이어져 온 능선을 바라본 정경입니다 .

 

 

      

정상으로부터 280m 떨어진 능선에 위치한 '돌핀샘바위입니다 그 모습이 돌고래 형상이라 하여 얻은 이름이겠지요. 이 바위도 앞서 바위와 같은 성격의 퇴적암입니다.  

    

 

  

  지금 오르는 봉우리가 頂上인줄 알았는데 보이는 옆 봉우리가 정상봉입니다.

  

 

  

  터널처럼 길을 감싸고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은 철쭉이겠습니다. 가을에 찾아오면 몸도 마음도 분홍빛에 물이 들겠네요.

     

 

  

  어제 내리 빗물이 바위에 흐르다 밤새 얼음이 되었나봅니다. 지금도 바람이 세차고 춥거든요.  

     

 

   

 잠시, 숨 고루며 뒤돌아본 정경입니다. 길을 감싼 철쭉너머로 거쳐 온 능선과 봉우리가 아스라히 보입니다.

    

 

 

  

 오, 이제 여기가 정상인가보다 싶어 가뿐히 오르려는데 푯말이 있어 자세히 보니 정상은 옆 봉우리랍니다.

   

 

   

 정상봉 옆 봉우리의 이정표인데요. 철마산-6.9km-현위치-260m-정상. 이라고 알려줍니다.

 

 

 

 드디어 천마산 정상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두어 사람이 정상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시각을 보니 정각 4시입니다.

 

 

   

기기묘묘해서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바위 틈새로 정상봉으로 가려고 앞을 바라보니 발그레 봄볕을 머금은 나뭇가지들이 흥겨워 춤사위를 고르지 않는 녀석은 찾을 길이 없어라.

  

 

 

 기묘하고 괴이해서 더욱 아름다운 바위에 얼음도 한 모습하고 있어요.

   

 

  

조선의 대가 정선의 진경산수도, 정학교의 괴석도, 모두 이와 같은 자연을 필사하였나니 이 풍경 어찌 그들의 스승이 아니겠는가?

   

 

  

 정상봉으로 오르는 환희의 계단입니다.

  

 

  

 방금 전에 넘어온 봉우리의 모습입니다. 금강산이나 가야산의 만물상은 아니더라도 아름답고 멋지다는 말을 이낌없이 주고 싶습니다. 

    

 

  

 가슴이 타 트이고 상쾌합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 뿜으니 폐가 춤을 춥니다. 우한이가 숨어들었었다면 심호흡 한 번에 모두 뛰쳐나오거나 청청공기에 삭거나 녹아버렸을 것입니다. 아무튼 억눌린 듯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렸고 가뿐하고 즐거웠습니다.

  

 

 

천마산 정상 앞머리에서 오늘 내가 걸어온 길을 바라봅니다. 마치 큰 뱀이 사막의 모래언덕을 연속적인 갈지자로 오르는 형국과 같네요. 

 

 

 

 겨울과 늦봄 산행의 묘미라면 신록이 무성한 여름철에는 볼 수 없는 골짜기와 가지능선들이 연출하는 산주름과 山勢가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모습의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를 보는 듯 무아지경이라 하겠습니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취해 헤어날 줄 모르는 마음을 다독여 조만치 위에 있는 정상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학처럼 양 날개를 활짝 연 듯 멋진 소나무와 감탄스런 바위능선을 모두어 담으려니 해가 욕심을 부리며 내주질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소나무에 숨어서 아쉬운 모습을 담을 수밖에 없었어요.

 

 

  

 인간의 부조물들이 야금야금 잠식하건만 자연은 그 만의 모습으로 말이 없습니다.

 

 

   

앞산 나무들은 봄볕으로 화사하게 꾸미고 융단처럼 포근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말만 들어오던 용문스키장은 보내는 겨울이 아쉬워 아직도 흰 눈을 부여잡고 안타까운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짝은 앞서 내려 가던데 저 여인은 망부석처럼 움직일 줄 모릅니다.

  

 

   

 용문산이 보일 방향인데 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천마산/天摩山812m.」

천마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기 전인 고려말 때 이 산이 하도 높아 손이 석자만 더 길어도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 하여 天摩山(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예로부터 산세가 험하고 조잡하다하여 '소박맞은 산'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스키장이 조성되어 있고 각종 연수원, 수련장과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천마산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가면 가곡리 고개 기슭에 임경업 장군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고려 초(949년)에 창건된 보광사가 있고 다시 능선따라 가면 괘라리 고개가 있고 거기서 서북쪽에 산행길이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철마산 (711m)이 있다.

     

 

  

 정상 표석을 사진기에 담고 시각을 보니 오후 4시20분이었습니다. 철마산(12시40분)-(7.11km)-천마산(16시20분) 3시간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렇게 청정지역에서 마스크는 왜? 우한이 때문에 한 것이 아닙니다.

능선을 걷는데 어찌나 바람이 세찬지 입이 얼고 경직되어 어쩔 수없이 마스크를 쓰고 벋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걸었습니다.  바위에 얼음 보셨죠? 봄바람이라지만 추웠습니다. 그렇지만 않으면 번듯한 얼굴 왜 가리겠어요 ㅎㅎ

   

 

  

 개성 미 넘치는 삼각점 바위와 그 너머 산, 그 너머 북한산 줄기가 숨바꼭질하잡니다.

   

 

   

  나무는 그 자태가 예술적이요 그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천마산역까지의 하산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거리도 정상에서 역까지 3km입니다.

   

 

  

 이 길은 백봉산을 거쳐 운길산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경춘선 천마산역 날머리입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3월11일 -鄕村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