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도 슬픔도 없는 세월에 그냥 봄볕이 좋아 무작정 경의중앙선 전동차에 몸을 실었다. 오후 12시10분,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을 벗어나 계곡 따라 굽어진 호젓하고 상큼한 운길산 오르는 길로 들어섰다.
햇볕 따사로운 날 휘적휘적 산길을 걷노라니 하- 그냥 좋다 서글펐던 일도 서러웠던 일도 아쉬웠던 일도 이제는 그냥 좋다. 나 절로 노래하나 흥얼거려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 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닭》
12지 띠 가운데 유독 두 발에 날개를 가진 것은 닭이 유일합니다. 또한 수많은 날짐승 중에 고상하다는 학(鶴)도 아니요. 용맹스런 수리(鷲)나 매(鷹)도 아니요. 제왕(帝王)을 상징하는 봉황도 아닌 닭이 하늘을 날으는 금(禽)의 대표격으로 낮이 저물고 밤이 스며드는 초 저녁녘의 중한(幕重) 시각을 지키며, 또한 모든 귀신을 물리치고 새벽을 맞는 之神의 자리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벼슬(官職), 공명(功名), 벽사(酸邪)>등의 의미가 있는 닭띠, 그 수탉이 서 있는 것은 집안에 길한 운세가 일 년 내내 가득하기를 나타낸다고 하였습니다. 밝음을 예고하는 새로 신조(神鳥)로 생각했으며, 새벽에는 귀신을 쫓는 대길(大吉)의 새로 여겼습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옛사람들은 새해를 맞을 때 온 집안의 재앙을 물리치기를 기원하며 호랑이, 용, 닭 등의 세화(歲畵)를 대문에 붙였습니다.
이렇듯 닭 그림이 백수의 왕이라 하는 호랑이나 신령스러운 동물인 용과 함께 세화(歲畵)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날이 밝으면 어둠이 걷히고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온갖 귀신들이 물러난다. 시계를 사용하지 않았던 옛 사람들은 새벽이 밝는다는 것을 닭의 울음소리로 알았고 귀신도 그러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옛사람은 또한 닭이 오덕(五德)을 갖추었다고 여겼습니다.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文)이고, 발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니 무(武)이고, 적을 보면 물러서지 않고 싸우니 용(勇)이고,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이고,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 했습니다. 머리의 관(冠)이라 함은 닭의 볏을 은유한 것으로, 관을 썼다는 것은 관직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닭은 벼슬길에 나아감을 기원하는 의미의 그림으로 그려졌으며, 지금까지도 닭의 볏을 닭 벼슬이라 부르는 사투리가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수탉은 웅계(雄鷄)라 하여 영웅을 상징하며 수탉의 울음소리를 공계명(公鷄鳴)이라 하여 부귀공명의 공명(功名 :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침)과 같은 의미로 파악했습니다. 닭과 함께 맨드라미를 그리기도 하는데, 이를 관상가관(冠上加冠 : 관 위에 관을 더함)이라 하여 입신출세의 최고의 경지를 뜻하는 길상 적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맨드라미 역시 그 모양이 닭의 볏과 같기 때문입니다.
병아리를 돌보는 닭 그림 또한 여러 점 전하는데, 이러한 그림은 닭이 병아리를 돌보듯이 자식들을 잘 키워 출세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렇듯 옛날부터 닭은 신성시 되었으며 상서로움의 길상으로 전해오는 동물입니다.
시골길가에 자연석으로 척척 쌓은 돌축대 아래 자유롭게 살아가는 한 쌍의 토종닭이 여유롭게 벌레를 찾고 있는 모습이 황홀하여 사진기를 꺼내 담으려고 하는데, 뒤태가 멋진 수탉이 하던 짓을 멈추고 쳐다보며 하는 말, "뭐여?" '아, 내도 닭이여!', 닭인 건 알고 묻는 건데, 남 근사하게 데이트 하는데 왜 방해 하냔 말이요!", 하 넘보기 좋아서 그렇소!
물길 따라 가는 길 따라 가는 길에 듣지도 못하는 물소리 마음으로 담으며 발걸음 사뿐하다.
고개 마루턱 사거리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인다. 시각을 보니 오후 3시경 운길산을 거쳐 수종사를 가거나 적갑산을 거쳐 예봉산으로 가거나 두 곳은 길게 휘돌아가려니 시간이 짧고 바로 가려니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산에서 밤을 맞을 수는 없기에 새재고개를 지나 도심역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우환폐렴으로 세상 난리건만, 자연은 아랑곳없이 골짜기엔 남풍 불고 시냇물 용솟듯 흐르는 소리 우렁차게 봄을 독촉하고 있다오.
동네 아파트단지내의 산수유는 만개했지만, 산자락의 산수유는 이제 막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2020년 춘삼월 초엿샛날 도심에서, -鄕村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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