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대야산/大耶山 (槐山)

鄕香 2016. 6. 21. 18:57

백두대간의 한 맥으로 남쪽 조향산과 북쪽 희양산 사이에 대야산은 위치한다. 암벽과 조망과 다양한 형상의 바위와 경관에 매료된 산행이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벌바위 마을에서 시작하여 월영대-다래골-밀재-정상-건폭-피아골-월영대-벌바위 마을에 이르는 코스를 택했으나 어느 산악회 단체와 겹쳐 그 소란스러움을 피해 호젓한 기분으로 산행을 즐기기 위해 나는 월영대에서 그들과 반대쪽 피아골로 들어서 대야산정상을 거쳐 다래골로 내려오는 산행을 하였다. 대야산 정상에서 밀재까지의 구간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이며 가파르고 암벽과 바위능선에 여러 형상의 바위와 집채 같이 큰 바위들이 덮칠 것 같은 위기감마저 느낄 수 있어 간담이 서늘해지는 아찔함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월영대 아래 계곡은 설악산의 12선녀탕 중 복숭아탕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용소가 있다.  




대야산주차장 출발 시각 (10시07분.)


대야산주차장에서 계단으로 올라가 고개를 넘어 용추계곡 들머리인 벌바위 마을로 가는 길이다. (거리는 200m)



벌바위마을에 세워진 용추계곡찬양 글 碑



주차장에서 0.4km 위치 입니다. 벌바위마을에서 용추까지  0.7km, 대야산 정상까지는 4.8km,



산행 초입 시냇가에도 조릿대가 번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릿대의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산야초와 작은 나무들이 모두 멸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당소/巫堂沼>

물 긷다 빠져 죽은 혼을 위한 굿을 하던 무당마저 빠져 죽었다는 무당소에 접근을 막기위한 금줄을 쳐놓은 걸 보니 깊기는 깊은 가보다.

 


매끄러운 암반이 떨어져 나갔으니 물길이 드셀 때는 쇠라도 감당 못할 것 같다. 하기야 물로 쇠도 절단하니까...


 

용추계곡의 바닥은 고운 입자의 화강석으로 이루어진 岩盤地帶 이다.



고요한 정적을 깨는 것은 물소리 새소리 나뭇잎으로 비파를 켜는 바람의 소리 뿐이다.



용추폭포 아래에서 바라본 용추폭포 一帶는 흐르는 물의 양만 적당하면 미끄럼타며 놀기에 좋은 곳이다. 어린 시절 외가 앞 개울에서 벌거벗고 물놀이 하던 때가 떠오른다.



경사진 바위 면을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면을 유리로 코팅한 것처럼 엷은 막처럼 얇고 투명하여 청자 표면의 釉膜을 보는 듯하다.



<용추계곡/龍湫溪谷>
용추폭포는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과 경계를 이루면서 소백산맥 고지에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채 깊숙이 숨어있는 대야산 자락의 용추계곡의 여러 경치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하겠다. 2단으로 이루어진 용추폭포는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용추 양쪽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할 때 용트림을 하다 남긴 용의비늘 흔적처럼 신비롭게 무늬가 일정한 폭으로 길고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용추는 설악산 선녀탕 계곡의 용소에 못지않은 비경을 지녔다.


상층 용추의 형태는 자궁과 陰脣처럼 기묘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沼의 양쪽 口脣에서 시작된 띠를 이룬 무늬가 일직선상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 입체적인 무늬가 마치 뱀의 허물같아 용틀임으로 인해 생긴 흔적이란 말이 성립 될 만하다.


 


용추의 형상을 보면 위아래 두개의 용추가 이어졌으며 수만 년 기나긴 세월을 쉼 없이 흘러내린 소용돌이치는 폭포수에 모래와 자갈이 섞여 바위의 면을 갈고 또 갈아 돌개구멍을 만들어 보기에도 신비스런 하트모양의 沼를 만들어 놓았다.




위에서 내려다본 용추폭포의 전체 모습이다. 물이 많이 흘렀다면 환희의 기성 저 등성이너머로 울려 퍼졌을 것이다.



다시 月影臺로 발길을 옮긴다.


계곡 옆 호젓한 良質의 흙길을 옛 나그네처럼 여유를 가지며 주변의 건강한 자연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취하며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을 吟味하며 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계곡에는 나의 精神과 육신을 살찌우고 생명을 이어주는 맑디맑은 생명수가 거울처럼 온 주변을 감싸안고 흐르는 듯 마는 듯 정서적 고요함을 준다.



<월영대/月影巖>

용추에서 계곡을 따라 20분 쯤 오르면 넓은 반석지대에 이른다. 휘영청 밝은 달이 중천에 높이 뜨는 밤이면 바위와 계곡을 흐르는 맑디맑은 물위에 어리는 달빛이 아름답게 드리운다 하여 月影臺, 한 여름 밤 銀漢은 자정, 중천에 둥근달 물에 비치면 잔물결 수많은 편린으로 반짝이고 한 오라기 바람결에 나무이파리들 다투어 비파를 켜는 잠 이룰 수 없을 야심한 심산유곡의 풍경이 절로 떠오른다.




이 넓은 암반에 물이 넘쳐 흐를 때는 대야산 풍경을 모두 담아 비추고도 남을 만큼 壯觀이겠다.



절편처럼 일정한 두께로 떨어지는 바위의 성질로 보아 퇴적사암이 아닐까싶다.



월영대 옆 등산로로 올라서니 밀재와 피아골로 나뉘는 갈림길이다. 갈림길이지만 밀재로 오르면 피아골로 하산하고 피아골로 오르면 밀재로 하산하게 된다.





대야산주차장에서 2.3km지점 월영대, 여기서 다래골로 오르는 어느 산악회의 수많은 사람들의 번다함이 부담스러워 그들과 반대로 사람 없는 피아골로 들어선다.

 



피아골 초입에는 조릿대가 잡풀과 작은 나무들을 죽이고 더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집채 만 한 바위가 갈라지고 쪼개진 채 내리 무너질 태세로 지나가야할 나를 압박한다. 많은 비라도 내리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십상이겠다. 




월영대에서 700m 지점으로 대야산 정상까지1.2km가 남았다.



이곳 피아골 골짜기는 무너져 내린 큰 바위들이 곳곳에 쌓여 있을 뿐 흐르는 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 피아골의 피아가 저편과 이편을 의미하는 彼我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지리산의 피아골이 가을이면 단풍들이 핏빛으로 물들어 그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지만 이 피아골은 거무스름한 바위들이 갈라지고 부서져 기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을이면 이곳도 樹種으로 보아 그 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 줄 것 같다.

  

  


갈라지고 쪼개진 바위들만 골짜기를 차지한 것이 아니라 부러진 큰 나무들도 덩달아 동참하고 있다.



갈라진 바위의 면과 모서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워 조심스럽다. 구석기나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이런 돌의 특성을 이용하여 뗀석기(打製石器)와 간석기(磨製石器)를 만들어 도구로 사용하였을 것이다.

 


이곳의 석질은 입자가 곱고 미끄러워 어느 정도 경사가 지면 암벽타기나 기어오르기가 싶지 않겠다. 그래서 일까 계단으로 길을 놓았다.



이곳의 바위는 粒子 고운 퇴적사암과 잘 부서지는 화강편마암으로 갈라지고 무너져 내리기를 잘한다.  



급경사를 이룬 것도 아니요 그저 원만한 비탈인데 등산로 가의 나무에 밧줄을 연이어 묶어놓아 붙잡고 오르거나 내려가도록 설치하였다. 바위가 갈라지고 쪼개져 내린 할석들이 밟으면 미끄럽고 모서리가 날까로워 자칫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어 그 예방책이 아니겠는가.  

 


정상까지 700m 정도 되는 지점에 철조계단이 본격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바위들이 미끄럽고 갈라지고 쪼개지고 부서져 내려 발을 딛고  오를 수 없는 곳이기에..



왼쪽으로 물 없는 마른 폭포가 보인다. 이름 하여 乾瀑, 정상부근 절벽지대이니 물이 있을 수 없지만, 비라도 오면 급격히 늘어나는 빗물로 短時間 폭포로서의 면면을 보일 수 있겠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줄기가 반원으로 휘어 다시 바위에 닿은 것인지.. 쓰러지다시피 기운 긴 줄기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철조계단은 지그재그로 치솟아 있다. 얼마나 될까 궁금하여 수를 세며 오르다 4백 넘어서 잠시 사진을 찍고 나서 수를 깜빡 잊고 말았다.



대야산정상으로 오르는 막바지다. 이제 300m 남았는데 시각은 12시18분, 월영대에서 11시05분이었으니 1시간13분이 소요되었다.

 


계단을 오르다 흐르는 땀을 훔치려다 옆을 보니 바위틈에 낀 듯 틈에서 자란 나무가 틈을 꽉 채워 어려서 자연 숙제물로 만들어 본 병속 개미집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철조계단이 끝나는 길옆에 겹겹으로 세워 놓은 모양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이는 바위가 여차하면 누구라도 덮칠 기세다. 죄 많은 몸 黃泉으로 옭아가는 곳은 아닐까.. 



간 졸이며 후딱 지나서 긴 숨 내쉬고 다시 돌아서서 본다.

 


다시 계단이 보인다. 안내지도에 급경사로 표시되어 있더니 그냥 계단 오르기다. 계단이야 난해한 길은 아니잖아요.

 


오른쪽을 보니 근엄한 얼굴에 묵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바위가 있다. 바위 형태를 보니 정상이 가까이 있겠다.  



계단은 끝나고 속살을 드러낸 가파른 지면에 돌을 계단식으로 깔아놓은 길이 100여m 정상으로 이어져 있다.



잠시 멈춰 건너 능선을 바라보니 큰 바위가 있어 줌으로 당겨본다. 주워들어 기억하는 '어부바바위'가 아닌가 싶은 모양으로 큰 바위가 작은 바위를 업고 있는 형국이다. 전체적으로 코끼리를 연상케도 한다. 뿌연 연무에 遠거리의 물체를 줌으로 당겨서일까 선명하지 않다.

 


오른편에는 나무에 가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언뜩 보기에 싸리버섯 모양 같아 담은 사진이다.



정상 바로 아래 푯말이 세워져 있다. 주변 나무그늘마다 월영대에서 보았던 募산악회 사람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어 어수선하다. 시각은 12시40분, 月影臺에서 여기까지 1시간45분이 소요되었다.



『白頭大幹 大耶山』 표석의 글씨나 전체적으로 풍기는 모습이 과묵한 선비를 보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더 몰려들어 번다해지기 전에 인증을 하고 주변경관을 둘러봐야겠다.



정상 건너 편 봉우리의 모습이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월영대에서 밀재와 저 봉우리를 거쳐 이곳 정상으로 오지만, 나는 저 봉우리에서 능선을 따라 밀재를 거쳐 월영대로 가야 하겠지.

 


건너편 봉우리 옆 또 다른 봉우리의 그 모습 예쁜데, 출입금지구역이다 가보고 싶은데..



빵과 과일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내려 가야할 칼날 같은 능선의 자태에 벌써부터 마음 끌린다. 이런 나 어떡해.. 



태산준령들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안개 같은 연무가 온통 뿌옇게 칠해 그림을 망쳐놓고 있다.  



저 산들의 능선을 보는 순간만큼은 여인의 곡선을 보는 것보다 더 좋다.



내가 애인만큼 좋아하는 나무와 돌과 능선을 하나로 볼 수 있음을 合掌합니다. 여기에 그림 같은 여인이 말없이 있어만 주어도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우리라..



일찌감치 인증사진을 담아놓길 잘 했지요.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입니다. 따라서 나는 퇴장할 시각입니다.



대야산정상과 마주한 봉우리를 잇은 철계단과 철다리를 건너 마주한 정상을 바라본 풍경이다.



보고 있어도 가볼 수 없는 바로 옆 봉우리를 보며서 아 세상에는 북한 말고도 가볼 수 없는 곳이 많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스스로 규제를 말들어 부자연스런 그 틀 안에 자신을 가둔다.   



먼 준봉들이 베일에 가린 양 연무에 가려 보일 듯이 보이지 않네. 조리개를 2.8로 좁히고 셔터를 60에 놓고 담으니 다홍치마 끝자락에 감질나게 보이는 꽃 같은 아가씨의 희디 흰 버선목처럼 수려한 능선의 윤곽을 설핏 보인다.  

 


엄청난 바위 그 위세에 기죽어 기어오르지 못하고 굴욕스럽게 그 밑으로 기어간다. 장비만 있었다면 기고만장 했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바위봉우리로 기어오르다가 왠지, 느낌이 이상해, 고개 들어 쳐다보다가 정신 줄 놓을 뻔했다. 아, 글쎄 아기공룡 둘리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잖아!



모처럼 파란하늘이 보여 나도 모르게 풍덩 뛰어 들어 游泳하는 중인데, 이건 무슨 바위냐고요. 내참, 이건 바위가 아니라 내가 넘어가야 할 길이라고요! 길! 이제 아시겠어요?



바위능선 아래는 이 능선 들어서 처음으로 철조계단이 멋진 소나무 사이로 설치되어 있다.



기묘하고 멋스럽게 틀어지고 벌어진 나뭇가지사이로 커다란 바위들이 시선을 끈다.



앞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니 정상에서 줌으로 본 어부바바위가 조그맣게 보인다.



오른편에는 적당히 녹색 옷으로 몸을 가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눈길도 주지 않네.  



타고 내려갈 능선을 기념하기 위해서..



대야산정상에서 밀재 사이 능선은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으로 그 능선에 집채 같은 바위들이 줄지어 있다. 그 이름을 열거하면 '공룡바위, 코끼리바위, 대문바위, 어부바바위, 거북바위 등을 들 수 있다. 이 바위는 코끼리 등마루인지 하마의 등인지 둥글 넙적하다 내려가서 좀 떨어져서 보면 알겠지..



등마루바위에서 뒤돌아본 대야산정상과 거쳐 내려온 바위 능선의 모습이다.



정상 맞은 편 능선에서 서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출입금지 되어있는 능선의 모습입니다.



잘라놓은 것 같은 이 두 개의 바위가 대문바위가 아닌가 생각된다. 큰 바위와 큰 바위 사이가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는 넓이로 보기에 얼추 대문 같다. 



큰 바위 밑 한쪽에 칠팔 명이 앉을 수 있는 특이한 공간이 있다. 그 자리에 어느 직장 단체에서 온 여인들이 모여앉아 허기를 채우고 있다 바람이 잘 통하고 시원한 바위 밑이니 이 더위에 명당 중 명당이겠다.

 


이 바위가 대문바위



바위능선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경치로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기분이다.



연무에 잠식된 능선의 너울이 가물거린다.



대야산에서 바라보면 칠보산도 막장봉도 괴산의 산들 다 보이련만 어느 방향으로 있는지 조차 모르니 보고도 모르겠지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 옆면 뿌리내릴 흙 한줌 없는 곳에 파란 생명이 신비롭다.



피아골로 오르던 바위들은 회색 사질편마암으로 갈라지고 쪼개져 무수한 할석이 쌓이고 깔렸는데 밀재로 내려가는 능선은 집채 같은 엄청난 화강암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바위들은 그 모양이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하고 희멀건 하여 유순하고 넉넉한 심성을 가진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



정상에서 400m 내려온 지점이다. 큰 바위 앞에 12지신 그 중 하나가 세워져 있는 것 같다.



앞산 능선 너머로 가물가물 보이는 산이 있기에 줌으로 당겨본 모습이다.



울퉁불퉁 거무죽죽한 바위에 소나무, 그 사이 망부석처럼 먼 곳을 응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상무념 경지에 이른 도승 같기도 하고..  



잡목우거진 숲길 바위능선은 이제 끝인가 보다 싶었는데..



내리막 숲길을 살펴가다 옆에서 흰 빛이 번뜩 거려 쳐다보니 하얀 바위가 층으로 누워 있다. 햇볕도 없건만 눈이 부신다.



이 능선에 있는 바위들은 그 크기도 엄청나고 그 큰 바위들이 겹쳐 있거나 모아놓은 듯이 쌓여도 있다.



갈라져 벌어진 바위사이로 보이는 모나지 않은 바위를 보며 추상적인 미감을 떠올려본다.



무수한 발길에 깎이고 파인 상처를 붕대로 감은 양 마포를 깔고 덮었건만 그 마포인들 견딜 수 있겠는가.. 



수억만 년 세월에 온도와 기후 변화로 갈라진 모습이 자연스런 문양으로 자리해 있다.




정상을 출발한지 1시간25분만에 도착한 '밀재' 시각은 오후 2시28분, 거리는 1km.. (정상쪽을 바라본 밀재)



정상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밀재' 쉼터. 하산은 왼편으로..



이제부터는 녹색터널에 계곡을 동무삼아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이 계곡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그 속내를 알 길이 없다.



건설부..! 대한민국이 탄생하여 22년 전(1994년)까지 존속되었던 부처의 이름이 아닌가! 내 한 시절을 보듯이 그냥 반갑다.

 


밀재에서 500m 아래 지점, 월영대까지는 1.4km임을 가리킨다.



흘러내리는 듯 아닌 듯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이 있는 듯 없는 듯이 다만 검은 바윗면을 촉촉이 적셔 번들거릴 뿐이다. 그러나 그 밑 작은 沼?를 보시라 흘러내린 물의 여파로 수면에 이는 물결이 넘실대며 번지고 있다.

 


길고 긴 세월에 바위에 낀 이끼가 뽀얗게 白化되어 한 무늬 꽃으로 피었네.



이 골짜기를 다래골이라고 부르더이다. 계곡에는 이렇게 물이 흐르고 그 이름처럼 돌들의 모습도 소박합니다.

 


백여 톤(ton)은 능히 됨직한 큰 바위를 참나무 둘이서 버텨내고 있습니다.



오전 나절 보았던 피아골의 으시시 한 느낌과 감췄거나 내비치던 백상아리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예리하고 섬뜩하던 할석들이 뿜어내던 기세에 비한다면 이곳 다래골의 풍경은 낙원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아늑함마저 느껴집니다. 

 


<소나무와 참나무>

싱싱하고 젊은 두 나무가 서로 몸을 비빌듯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서로 닿을 듯 말듯 요상하게 몸을 비비꼬며 림보춤을 추듯이..



붉은 수피를 가진 소나무를 가운데로 오른쪽 참나무와 왼편의 나무는 전나무 같기도 하고 아무튼 세 나무의 수피의 무늬와 색깔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곰살맞게도 바위가 입을 벌려 고비를 키우고 있네.



판상절리되어 다시 쪼개져 할석이 된 피아골의 바위와 달리 다래골 바위들은 무게가 있습니다. 듬성듬성 큼직큼직..



바위 얼굴에 빛이 나뭇잎을 이용(照映)하여 무늬를 그려 넣었습니다.



길가에는 어느새 드세고 거칠고 억센 조릿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사이 계곡은 널찍한 암반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월영대에 이른 것입니다.



널찍한 바위면에 물이 번져 흐르는지 아닌지 촉촉이 젖었는데 마치 코팅한 것처럼 물막을 형성하여 보기에 반들거리고 있다. 물이 좀 더 흐를 때는 그 水幕에 달이 비춰 月影臺라 한다지요. 



바위에 앉아 남은 포도를 먹으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소란스럽더니 일단의 여인네들이 내 앞 물가로 몰려와 허연 발을 드러내고 그 맑은 물에 발을 씻네. 생면부지의 남자 앞에서 허연 허벅지에 발을 스스럼없이 내 보이고.. 아, 어떡하라고 이를 어쩌나! 



고인돌 아닌 고인돌이네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고인돌인지 알 수 없지만 안쪽 공간이 고인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크고 넓다.



서울 근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건강한 참나무의 수피를 보는 마음도 행복하다.  



이곳 바위들은 큼직하고 方形이다.



사람이 드문 곳은 나무들도 건강하고 자연이 살고 생기로움이 활기차다. 사람이 많은 곳은 자연이 가공되고 자연이 살지를 못한다. 어찌해야 할까!? 자연을 사람에 맞춰 제단하지 말고 사람이 자연에 맞춰 살아야 한다. 더도 말고 한 200년만 물리자 그 시절로 돌아가면 사람도 자연도 살 수 있겠다.



이 얼마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樹皮인가!



계곡은 그럴듯한데 물이 없구나! 물이 없는 계곡은 아름다울 수가 없다. 생명이 태어날 수 없다.



이 계단을 내려서면 용추폭포 인근이겠으니 용추계곡이겠다.



비록 지반이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지만 양분이 많은 腐植土가 덮여 나무가 무성하고 숲이 우거졌으나 지대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보니 덮고 있는 부식토층이 얇아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없어 수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여름철 장마 때는 빗물을 흡수하는 토양이 없다보니 물이 급격히 늘어나 계곡으로 쏟아지겠고 바윗면에 풍화로 부식된 모래를 쓸어내려 계곡의 바위바닥을 연마하고 갑자기 지반이 낮아진 곳에서는 폭포를 이루며 돌개구멍과 沼를 만들어내겠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인만큼 위로부터 강한 석영질의 굵은 모래가 많이 흘러내려와 계곡에 축적되어 있다가 여름철 雨期 때면 이런 모래들이 큰 물길에 휩쓸려 내려가면서 굽어진 곳을 지날 때면 소용돌이치며 흐르다가 용추폭포와 같은 沼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물이 맑으니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고기들이 평화롭게 무리지어 游泳하고 있다. 나 어려서 북한산 정릉천 길음동(지금은 복개천)에서 모래무지, 기름종개, 피라미, 가재 등과 함께 천렵의 대상이었던 물고기였다. 




대야산 주차장 1.4km, 월영대 0.9km, 대야산 3.8km,



용추폭포 위 바위면의 모습이다.



흐르는 물이 좀 더 많았다면 얼마나 보기에 좋았을까! 



모래와 자갈이 섞인 많은 물이 바위바닥면이 경사지고 휘어진 물길을 거치면서 실타래처럼 감아돌며 용추폭포로 떨어지면서 물이 회오리치듯 돌면서 아래 바위를 연마하여 돌개구멍을 내고 용소를 이루어 놓았다.  



용추폭포 바로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용추계곡/龍湫溪谷>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용추 양쪽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할 때 용트림을 하다 남긴 용비늘 흔적이 신비롭게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용추는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의 용탕에 못지 않은 비경을 지녔다.  


용추폭포 아래에서 올려다본 용추폭포의 전경.




용소바위에서 아래쪽 무당소 방향으로 내려다본 계곡의 모습.



<용소바위/龍搔巖>

암수 두 마리의 용이 용추계곡에서 머무르다 하늘로 승천할 때 발톱이 바위에 찍혀 그 자국이 신비롭게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 이를 용소암이라 한다고..



무당소에서 용소바위 사이의 계곡을 아래에서 바라본 풍경.



무당소 위 계곡의 바닥은 하나의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무당소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무당소 위의 풍경. 용추계곡의 용추폭포, 용소바위 무당소 이 모두는 오를 때 거쳐 갔고 내려갈 때 또 보지만 그냥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오늘의 좋은 풍경과 아름다운 경치와 산행의 기쁨은 아름다운 친구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고마움을 드린다. 드립니다.


2016년6월15일. <鄕香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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