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시27분 상선암주차장 출발.
오늘 산행은 상선암 주차장-(1.9km)-제봉-(0.45km)-형봉-(0.23km)-신선봉-(0.43km)도락산삼거리-(0.6km)-도락산정상-(0.6km)-도락산삼거리-(0.31km)-채운봉-(0.38km)-검봉-(2.62km)-상선암주차장. 총 6.62km. 4시간 40분, 소요.
도락산 들머리에 율무가 빛깔도 고운 보랏빛 꽃을 피워 나를 반긴다.
오른편은 채운봉을 거쳐 정상이요. 왼편으로 가면 제봉을 거쳐 정상이라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이지 말아요. 이리가나 저리가나 다시 이 자리에 오기는 매한가지..
제봉으로 오르는 들머리에 제봉은1.7km요, 정상은 3.1km 랍니다. 하지만 이 거리표시는 도중에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일괄성이 없다오. 사진을 찍는 순간, 어느 님이 힘찬 걸음으로 내 앞서 오릅니다.
초입은 원만한 언덕 숲 우거진 길에 바위도 덩달아 푸른 융단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네요.
숲길을 100여 m 왔을까 싶은데 가파른 곳에 커더란 바위가 누워서 부드럽게 하는 말, "줄을 잡고 내 등을 타고 가세요."
저만치 앞서가는 여인, 주변에 바위도 멋지고 나무도 예쁘건만 땅만보고 내달립니다.
큰 바위에 뿌리내리고 틀어지고 휘어가며 바위위에서 곱사위를 추고 있네.
한 시절 내 추억이 담긴 광나루와 구리.. 글자를 보았을 뿐인데 친구마냥 반갑구나!
처음부터 오르는 길은 울퉁불퉁해서 잘생긴 바위뿐이라오.
가은산의 흰꼬리진달래는 벌써 시들어졌는데, 도락산 흰꼬리진달래는 지금도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다.
큰 바위 그 위에 뿌리내릴 틈도 없건만.. 너를 통해 神의 솜씨를 보는구나!
더께를 입은 바위와 녹색 비로드(green veludo)를 뒤집어 쓴 산의 조합이 어떤가요! 그대로 그림이죠?
푯말에 상선암주차장에서 1.1km 지점이고 정상까지는 2.2km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산행시작은 9시27분, 지금시각은 10시18분. 1.1km 거리에 51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초입에 서 있는 이정표는 3.1km라고 하더니 여기서 있는 이정표씨는 3.3km라 하네요.
살아서는 꽤나 아름다웠을 네가 죽어 안타깝다. 네 옆으로 무수한 발자국에 바위마저 닳아 반들거리거늘 인간의 손독에 견딜 수가 있었겠느냐 그래도 살아서 하던 소임 다하려는 듯 뼈골조차 아름답다. 죽어서도 널 사랑한 바위에게 報恩으로 버티고 있구나!
뒤돌아 다시 봐도 그 아름다움 단연코 으뜸일세.
멋진 바위에 얼기설기 뿌리를 감고 건강하게 자란 한 그루 소나무, 바위에 감사하는 마음인가! 가지마다 휘어지고 비틀고 림보를 추고 있네.
네가 바위와 어우러져 내 눈을 즐겁게 하니 석별이 아쉬워 뒤돌아보았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바위를 부둥켜안고 있구나!
건너 앞 능선의 바위들의 모습이 모남이 없이 친근감을 준다.
가깝게 당겨서 보니 각양각색으로 그 형상이 다르건만 아름다운 화음처럼 더없이 조화롭다.
상선암들머리에서 1.3km 지점. 시각은 10시28분. 1시간이 소요되었다.
얼마간 바위를 딛고 가면 얼마간은 마사 섞인 황톳길이다. 크고 작은 바위 그 모습도 다양하여 보는 재미 쏠쏠 하고 길 또한 지루할 새 없는데 아름다운 주변경치는 視角따라 시간마다 새롭게 펼쳐지니 활동사진이 따로 없다.
적당한 나무 숲에 불규칙적으로 단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을 오르노라면 마치 놀이공원 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펑퍼짐한 암반 가운데에 앉아있는 나무의 자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펑퍼짐한 암반 가운데에 앉아 양손으로 끌어안듯이 바위를 뿌리로 끌어안고 있는 나무의 자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식물이라지만 삶의 의지에 저리도 영리할 수가 있을까 싶어 존엄성마저 보는 듯하다.
사랑의 빛깔이 고와서..
높은 바위위에 소나무 한 그루 그 정기 푸르고 푸르네. 그 기상 가상히 여겨 바위마저 손 모으듯 감싸고 있구나! 지조 있고 격조 높은 조선의 선비들 그 얼마나 너를 본받고자 했던가...!
소나무 줄기와 가지의 기묘한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 줄기와 가지를 유지하기 위한 뿌리의 몸부림 또한 숭고하고 아름답다.
충북의 산들은 대부분 판상절리를 이루고 있는 사암이나 석회암들이 일반적이다.
도락산은 그 토질이 모래 섞인 진흙이어서 오르는 길은 미끄럽기도 하다.
<제봉>
작은 마당에 오밀조밀 바위가 모여 있는 제봉, 쉼터인지 봉우리인지.. 이곳에서 정상까지 1.4km거리이다.
잠시 앉아 몸의 열기를 식히기에 안성의 방짜그릇 맞춤같은 자리이다.
바위도 거무죽죽 참나무도 거무죽죽 다만 흙길만 갈색 포근하니 덩달아 낙엽도 길 위에 뒹굴며 흙이 되고자 한다.
둔덕처럼 생긴 작은 언덕으로 오르는 길 위에 납작한 돌을 깔아놓았다. 무수한 발길에 파일 것을 방지하고자 디딤돌을 깔아 놓은 듯..
골짜기에 냇물은 보이지 않고 상천으로 올라가는 길이 길게 누웠다.
이 바위언덕을 기어오르면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까! 사뭇 기다려지는 설렘이 어느덧 뇌리에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는 바위에 올라타기를 좋아하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소나무 옆 바위의 표면에 사람의 발길에 반질거리는 것을 보니 사람이 벼랑을 피해 넘나드는 길이 되었다는 것이다. 네가 그 자리서 얼마나 견뎌낼지 걱정이 앞선다.
바위능선 길에는 바위를 타고 앉은 소나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단체가 아닌 혼자 다니는 산행은 사물에 생명을 주어 대화를 나누며 누웠거나 곧추선 바위 사이로 요리조리 넘고 피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오른쪽도 왼쪽도 벼랑을 이루고 있는 길은 두려움에 소름도 돋지만 아찔한 스릴에 성취감도 만만치 않다.
바위능선에는 주로 소나무가 서식하는데 중턱에 무리지어 있는 소나무들 보다 싱싱하고 자태도 아름답고 건강하다. 바람이 잘 통하고 그 바람으로 인해 해충이 겯디지 못하니 해충도 없고 석수만 먹어 그런가 보다.
숲속은 나무도 바위도 이끼의 寄生으로 인해 시달리고 종내는 바위는 부식되고 나무는 죽는다.
다시 걷는 재미있고 전망 탁 트인 바위능선 길가 나뭇가지에 매어달은 리본들이 내 가는 길을 안내한다.
비탈진 능선을 오르내리는 길에는 크고 작은 선바위들이 불쑥불쑥 얼굴을 들이 밀며 나를 반긴다. 내가 저 좋아하는 것은 알아가지고 강아지 꼬리치듯 반긴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바위가 길이 들어 미끄럽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오른쪽 경치를 보며 긴 숨 들이 마시고.. 겹겹으로 늘어선 산너울 장단에 숨을 고른다.
앞으로 갈 소나무 능선을 보며 저 숲속에 웅크리고 나를 기다릴 바위를 생각한다. 성깔은 있을까! 어떤 녀석일까!
도락산삼거리가 멀지 않은가 보다. 우측으로 꺾인 곳에 채운봉이 우뚝 솟아 있다.
능선 옆 계곡 쪽에 절지도 아름다운 枯死木이 죽어서도 기묘한 자태로 주변의 景觀을 압도하고 있다. 바위능선의 나무들이 거센 비바람이나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줄기나 가지가 실타래처럼 꼬아가며 성장하는데 그 까닭이 있다.
오, 아름다워라! 너의 얼굴, 연지곤지 찍고 눈썹을 그렸구나! 담징의 솜씨인들 너의 무늬를 능가할 수 있을소냐!
古色蒼然한 옷을 걸친 바위에서 자란 소나무 가지가 舞姬의 손놀림처럼 보기에도 미끈하고 거침없이 아름답다.
수십길은 족히 될 바위절벽위 정수리에 뿌리내린 소나무 가지의 자태에 名妓마저 울고 가겠다.
검봉 아래 작은 바위봉우리와 철조계단과 테크를 줌으로 당겨보니 범상치 않은 바위 봉우리를 배경으로 두 고사목이 마주보고 림보를 추고 있다.
조금 옆으로 바라보니 검봉과 채운봉이 연이어져 있다. 도락산삼거리에서 바로 신선봉을 거쳐 도락산정상을 들렸다가 다시 도락산삼거리에서 검봉을 거쳐 채운봉으로 간다.
검봉의 검字가 어떤 한자인지는 모르지만 봉우리의 모양세가 尖形이어서 검봉이라 하는가 보다.
바위능선을 내려와서 뒤돌아본 모습이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골짜기를 이룬 곳의 능선을 재嶺라고 하니 이제 바로 도락산삼거리에 이르나 보다.
<도락산삼거리>
계속 앞으로 300m 정도 가면 내궁기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좀더 앞으로 300m 가면 도락산정상입니다. 정상을 딛고 다시 되돌아 이곳에서 채운봉을 거쳐 상선암주차장으로 하산합니다. 상선암주차장에서 09시27분에 출발하여 이곳 삼거리 2.7km지점에 도착한 시각은 11시31분, 2시간04분이 소요되었습니다.
흰꼬리진달래의 꽃망울이 솔방울을 닮았네요.
<神仙峯>
도락산에서 전망이 제일인 신선봉이다. 거대한 암반에 노송들이 솟아 있고 눈앞에는 월악산이 버티고 있다.황정산, 수리봉, 작성산, 문수봉, 용두산 등의 연봉이 보인다. 다채로운 암릉을 갖춘 숲길과 암릉길 바위틈에 솟은 푸른 솔은 암벽과 함께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린다.
《岩井》
신선봉 岩井에는 깊은 溪谷에서나 사는 무당개구리 스무여 마리가 물가에서 한가롭게 유영하고 있다. 생명이 살고 있으니 살아있는 우물이 아니겠어요?
"神仙峯,"
그 이름이 말하듯이 산천경계가 한 눈일세.
속세에 쌓은 생각, 한 바람에 실려 가네.
한량없는 자연에 마음 녹아내리니 그대로 無我之境일세.
신선봉을 지나 도락산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내궁기로 갈리는 삼거리입니다.
암릉골짜기를 잇은 다리 건너 보이는 도락산정상.
신선봉의 한자락 줄기를 보네. 금강산 일만이천봉이라 한들 저럴까!
<도락산정상/道樂山頂上>
정상을 오르는 동안 각가지 모양의 큰 바위들이 웅성거리듯이 몰려 있는 암봉들이 덮쳐올 것만 같은 몸짓으로 내려다보는 틈새를 긴장된 마음으로 지나기도 하고 좁고 호젓한 바위능선을 걸으며 조선의 진경산수화를 병풍을 펼쳐보듯 가슴에 담을 수 있었던 멋진 경관입니다.
도락산 정상은 적당한 공터를 이루고 그 위에 돌을 깔아 사람의 발길과 호우로부터 파이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도락산삼거리를 향해 가는 길은 명쾌하고 나무들이 멋진 율동으로 춤을 추는 아름다운 모습은 마침표가 없습니다.
하얀 바위지대를 이루고 있는 능선 넓은 바위 복판에 하늘을 담고 개구리가 살고 있는 岩井이 있고 仙界를 펼쳐 놓은 듯이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로 상영되는 이곳은 '신선들이 悠悠自適이는 '신선봉'입니다.
수심이 제법 깊은 것 같은데.. 개구리가 살고 있으니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岩井을 앞에 두고 앉아 전개된 봉우리를 바라보니 세속의 名利 산 너머 먼 세상의 한줌 티끌 같고 다만 한 조각 命理일뿐일세.
도락산 바위능선은 신선봉을 비롯하여 검봉 채운봉 형봉 등의 암봉이 성벽처럼 둘려져 있다.
도락산삼거리에서 채운봉으로 가는 바위능선 길로 들어서서 가는 路中입니다.
검봉으로 오르는 중턱의 풍경입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얼굴바위가 신라인면문수막새의 얼굴모습을 연상케합니다.
온화하고 지혜로움이 담긴 은은한 미소에서 신라 여인들의 고운 모습과 장인의 소박한 심성을 보는 듯합니다.
인면문원와당(人面文圓瓦當) (얼굴무늬수막새)
韓國 - 新羅 《7世紀》 / 慶州市 沙正洞 ?廟寺址出土 / 토제(土製 瓦質) 徑 14.6cm, 厚2.1cm / 國立慶州博物館 所藏
신선봉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신선봉의 옆면의 모습입니다.
채운봉을 줌으로 당겨본 모습입니다. 정선의 실경산수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신선의 흰 옷처럼 거대한 하나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장중한 신선봉의 당당한 위엄이 서린 모습입니다.
신선봉에서 채운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는 길에 돌로 계단식으로 쌓아 안전한 사행과 능선의 훼손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내려온 길을 돌아서서 담은 모습입니다.
이 멋진 바위봉우리는 수직과 수평으로 갈라지고 쪼개진 상태여서 타고 오르기에는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안전을 위해 철조계단을 이용하여 우회할 수 있도록 설치되었건만 바위 면에는 사람의 발길에 닳은 흔적이 반질거립니다.
멋진 바위봉우리를 돌아 내려와 돌아본 모습입니다.
굵은 모래가 섞인 토질은 사람의 발길에 잘 패이고 무너집니다. 흙이 패여 드러난 나무뿌리가 자배기에 걸쳐놓고 그 위에 숙성시킨 술밑을 담은 베자루를 올려 술을 걸러낼 때 또는 순두부를 걸러낼 때 쓰는 나무 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물개의 뒷모습을 닮은 바위입니다.
검봉의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수십 길 벼랑을 이룬 좁고 날선 바위능선을 설치된 안전봉을 붙잡고 가는 데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앞에 버티고 선 저 봉우리는 애써 몸을 나무로 가리고 있지만 근성은 어쩔 수가 없는지 날카로운 송곳니를 하얗게 드러내고 있다.
바위를 위해 네가 피뢰침이 되어 번개를 잡고 벼락을 맞는구나.
바위능선너머 좌우로 겹친 능선이 보기에 좋아서..
채운봉이 바로 앞인데, 저 계단을 밟고 얼마를 내려가야 채운봉으로 오를 수 있는가 보다.
바위에 난 홈을 타고 하늘을 향해 용틀임 하듯 기어오르는 것이 석룡인가! 구렁이인가! 눈을 부릅뜨고 다시 보니 高邁하고 神妙한 石松일세.
철조계단을 내려와 돌아본 모습이다. 철조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채운봉으로 오르는 줄 알았는데 얼마간 바위들이 솟아있는 능선이 있다.
뒤돌라보니 넘어온 검봉이 우뚝솟아 있고 그 뒤로 신선봉의 일부가 보인다.
수억만 년의 검버섯이 끼어 보기에 험상하고 울퉁불퉁하지만 그래서 잘 생긴 바위들이 더없이 아름답게 보인다.
바위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름대로 멋을 부린 소나무가 맵시를 뽐낸다.
바위를 무대 삼아 마치 호리호리한 몸매를 자랑이나 하듯이 가지를 손인양 교묘하게 뻗어 서로 춤을 추듯 마주보며 사뭇 교태마저 보인다.
온통 바위산인데 바위가 삭아 내린 모래알갱이와 풀잎과 낙엽이 섞여 부엽토를 이루고 나무와 풀이 번식하기를 반복하여 이렇게 숲을 이루고 있다.
왼쪽 바위능선의 바위들이 그 모습이 먼 거리에서 보기에도 예사스런 풍경이 아니다.
먼 거리의 바위능선이 아름다워 줌으로 당겨서 본다.
채운봉정상의 모습이다.
정상 바로 밑 넙적한 바위 있는 곳에 있는 이정표이다.
채운봉에서 거쳐온 곳을 돌아본 풍경이다.
채운봉에서 바라본 동남쪽 풍경이다.
다시 상선암을 향해 가는 길로 들어선다.
산행 길은 사람의 발길과 비바람에 흙이 쓸려간 자리에 드러난 바위사이로 보이는 나무뿌리의 형상이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 상호 간에 바윗돌을 감아 안고 다시 실타래처럼 꼬아 나무줄기를 지탱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모은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고 그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본다. 수십 년을 두고 이렇게 견고히 기반을 쌓은 나무를 동물인 사람이 돌아가면 될 것을 인간은 작은 편의를 위해 아무 생각도 없이 나무를 베어내고 죽인다. 산업을 위한 조림은 몰라도 순수한 자연에서만은 그래서는 안 되겠다. 나무도 교감을 나눈다 하지 않던가!
벼락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다만 돌덩이가 생긴 대로 모여 있을 뿐인데, 아름답지 않은가. 가식과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은 그대로 아름다움이기에..
벼락봉 밑으로 우회로가 있다. 어찌 봉우리로 오르지 못하게 했을까? 벼락봉 밑에서 본 벼락봉을 절벽을 이루고 있다.
벼랑 틈새마다 나무가 자라 무성하고 이끼 덮인 바위의 표면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바위벼랑에서 저만한 줄기와 가지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의 모습이 사못 궁금하다.
옆에서 본 바위는 갈라지고 쪼개져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벼락봉이 끝나는 시점과 우회한 산행 길이 합치되는 시점에 벼락봉 끝머리를 바라보니 쪼개진 바위와 그 위에 자란 큰 나무들이 함께 덮쳐올 것 같은 분위기를 토해내고 있다.
왜! 벼랑봉을 오르지 못하게 했는지 수긍이 가는 모습이다.
상선암주차장을 09시27분에 출발하여 제보-신선봉-도락산정상-신선봉-검봉-채운봉-벼락봉 이자리에 도착한 시각은 14시11분이다. 4시간44분간 산행 중이다.
오르는 능선 없이 경사진 내림만 있는 능선에는 그래도 심심치 않게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바위들이 반긴다.
바위나 잘생긴 나무는 반드시 뒤돌아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평평한 능선을 이루고 있는 바위지대이다. 주변이 탁 트인 곳이니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본다.
바위능선 끝에 고목 한 그루, 살아 있는 모든 나무를 넘어서 그 고상함이 으뜸일세.
골짜기너머 이제까지 거쳐 온 능선이 도락산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커다란 바위를 움켜쥐고 있는 이 소나무를 태풍인들 쓰러뜨릴 수 있으랴!
붉게 핀 중나리가 다소곳 수줍다.
채운봉에서 뻗어 내린 또 다른 능선의 고혹적인 자태가 자꾸 눈길을 끈다.
길가에 그 모습도 아름다운 소나무, 보는 내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사람들이여! 그냥 보고 감동만 담고 가면 안 되시는가? 휘어진 줄기에 그 무딘 등산화발로 밟고 올라가 상처를 주는가!?
수도 헤아릴 수 없을 그 행위에 상처 아물 날이 없고 종내 견디지 못하고 죽으면 후손에게 남길 수 있는 소중한 자연은 아무 것도 없으리, 그런 행위로 사라지는 것이 이 나무뿐만이 아니기에..
넙적하고 커다란 암반이 있기에 좀 앉아 쉬려는데 참나무 숲 안에 희번덕이는 물체가 어렴프시 보인다.
일어나 자세히 보니 엄청 큰 선바위, 아 네가 이름 하여 '큰 선바위'로구나! 밑둥은 일정한 높이로 검어서 碑臺와 같고 올려놓은 크나큰 모습은 마치 광개토대왕비석을 보는 듯하다.
내려오다 큰 선바위를 돌아다보니 앞면과 다르게 갈라지고 벌어져 무노져 내리기 직전과 같아 보기조차 두렵다.
하산 길에는 길도 다양하다. 철봉을 잡고 내려가거나 밧줄을 잡고 내려오거나 나무나 돌을 잡고 내려가는 길에 나무를 이용해 계단을 만든 곳도 있어 어렵다든가 힘이 부친다는 생각은커녕 마냥 즐겁다.
높은 산에 둘려진 고지대의 마을풍경을 줌으로 당겨봤다.
다시 철봉이 지그재그로 설치된 가파른 길이다.
상선암주차장을 1km 앞에 두고 또 커다란 선바위가 길을 가로막고 있다. '작은 선바위'라지만 결코 작은 바위가 아니다.
채운봉에서 내가 내려온 능선과 또 다른 멋진 바위능선을 이루며 내려온 두 능선사이 계곡에 가로 놓은 철조다리이다.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없다.
시각에 맞춰 입산을 금지하는 문이다.
도락산산행이 끝나는 날머리이다. 오늘도 아름다운 경관으로 내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 고마움으로 산행 중 버려진 쓰레기와 페트병을 큰 비늘봉지 하나 가득 우겨담아 수거하여 자연에 감사를 표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담은 선암계곡의 하선암 지대이다.
<명월소조 (明月紹竈)>
넓적한 하얀 바위 바닥에 올려져 있는 큰 두개의 바위 사이 안쪽에 음각으로 새긴 갑골문(甲骨文)에 가까운 전서체(篆書體)로 주칠(朱漆)을 한 네 글자 명월소조(明月紹竈), 옛 선비는 이 곳의 경치를 넉자로 표현해 새겨 놓았습니다.
구태여 짧은 식견으로 해석한다면 "부뚜막처럼 생긴 곳에 밝은 달빛 머물었네."
<명월소조 (明月紹竈)>
중선암 방향으로 담은 모습입니다.
하선암 상류 방향입니다.
하선암 인근의 야영장입니다. 어느새 피서객으로 붐비고 있습니다.
2016년6월25일. 단양 도락산 <鄕香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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