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중국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址 . 열사공원》.5

鄕香 2015. 5. 17. 22:01

여분의 시간을 이용해 이곳 장사시에 있는 일제강점기 때 항일투쟁의 거점이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옛 건물을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버스로 이동하여 옛 임시정부건물址 근처에 내려 안내자를 따라가는데 펄럭이는 것이 보입니다. 어, 이건 뭐지 싶어 쳐다보니 높은 전선줄에 세탁한 옷들이 하늘하늘 거리고 있습니다. 한 순간 호텔에서 빨아 널어놓은 양말이 이틀이 지나도 건조되지 않고 젖은 그대로 있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바람마저 없어 세탁물이 잘 마르지 않아 이렇게 세탁된 옷들이 거리로 내몰린 것입니다.  



중국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골목길풍경이나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그리 낮 설진 않았습니다. 6~7십년대의 서울변두리였던 용두동이나 왕십리의 골목과 비슷하여 옛 시절을 떠올리는 향수마저 느꼈습니다. 더구나 이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친근감을 느낍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 어렵던 시절 청계천 뚝 길 따라 사과상자나 종이상자로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 2층집을 짓고 살던 곳에도 이처럼 빨래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영자누나의 빨강팬티도 아주머니의 고쟁이도 아이들의 깁고 꿰맨 양말도 눈부시도록 흰 옥양목저고리에 검정물들인 광목치마도 청계천 바람에 너풀너풀 춤을 추던 그 시절의 풍경들을 보고 자란 나의 정서적 감정들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감회의 불을 지피고 있었습니다.  그 땐 우리도 이랬지...

 


대한민국임시정부 건물을 답사가고 있는 거리의 풍경에서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청계천 7가 복개천 인근에 있던 주상복합아파트 뒷골목 어디쯤과 같은 모습을 빼어 닮은 이 거리의 모습과 앞서가는 그 시절을 살아온 초로의 여인들 뒷모습을 보노라니 아득히 먼 아린 시절의 60년대 메리야스 공장에서, 방직공장이나 봉제공장에서 또는 버스 안내양이나 파독 간호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꿔세운 억척스런 아가씨들이 살던 시절의 풍경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보는 듯하여 아, 진정 소박한 정과 정들이 엉클려 사람사는 냄새가 납니다.



중국 장가계에 와서 자연의 오묘한 기교에 감탄도 했지만, 그보다 정작 놀란 것은 중국사람들의 대륙인 다운 발상과 그 시설규모에 더 놀랐습니다. 시내에서 시작하여 일천오백여m 의 절애의 암벽 꼭대기까지 7~8km 거리에 놓여진 길고 엄청난 게이불카에 놀라고, 깍아지른 봉우리에 일직선으로 굴착하여 봉우리 정상까지 설치한 대형 승강기에 놀라고, 봉우리꼭대기에서 지하로 뚫어 그 안에 7단계로 설치한 자동계단(에스컬레이터) 규모에 놀라고, 수 십길 낭떠러지 벼랑길이 헤일 수도 없을 만큼 굽어진 계곡 험한 좁은 길을 거침없이 휘몰아 달리는 순환버스의 곡예에 놀라 간 떨리고, 수백 길 절벽에 설치한 귀곡잔도에 놀라고, 이제 또 놀라운 것은 아파트란 아파트는 모두 1층에서 꼭대기 층까지 하나같이 철창을 치고 있습니다. 스스로 감옥 안에 들어가 사는 분위기입니다. 마치 닭장처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 까요? 

 


<대한민국임시정부건물안내표시판>



《대한민국 임시정부 창사 청사 현지 설문

후난성 창사시 개복구 남목청 湖南城 市 开福区 楠木厅(湖南城 長沙市 介福區 楠木廳) 6호는 항일전쟁시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장사에서 정착할 때 조선혁명당 본부이며 한국광복전선 3당통일 회의를 개최한 장소이며 한국의 국부 김구 선생이 저격을 당하여 부상을 입은 지점이기도 한다. 1937년 7월 중국에서 항일전쟁이 발발한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재지인 송후淞(滬)지구는 바로 전쟁터가 되어 같은 해 11월 김구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과 가족 100여명은 중국 정부의 도움하에 난징南京에서 당시 후방인 창사長沙로 이동하여 계속 통일을 이루어 자주독립을 위한 불굴의 투쟁을 전개하였다. 김구 주석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은 창사의 서원북리, 남목청, 마원령에서 거주 했으며 당시 후난성 정부의 지지와 적지않은 도움을 받았다. 김구 주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7년 11월부터 1938년 7월까지 창사에 머무는 동안 독립운동을 진일보 추진 하였다. 한중 양국의 국민이 단합하여 일본의 침략에 저항하고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는 역사이며 한중 양국 국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우의를 선양하기 위하여 남목청을 잘 보호하고 한중 양국 국민이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는 투쟁 역사를 재현하고 양국의 전통적 우의를 선양하기 위하여 2007년 장사시 인민정부는 남목청 6호를 시급 문화재로 지정하였으며 2009년에 특별비로 청사를 복원하고 전시실을 만들어 기념을 기하였다.   


 

임시정부 건물은 좁은 주택가 골목 안에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옹색한 주변 환경에 갇힌 듯이 초라한 건물을 보는 순간 왠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장사)활동구지>



대문을 들어서서 7~8보 앞 우측현관으로 들어서니 거실 같은 곳 정 중앙벽에 김구 선생의 흉상과 김구 선생의 필적 '독립정신'이란 액자가 걸렸있습니다.


<이층 회의실>

김구 선생이 쓴 "獨立萬歲"


<이청천 장군의 서재 /李 靑 天 將軍 書齋>

 

<이청천 장군 침실>

 

 

마치 닭장처럼 아파트란 아파트는 모두 1층에서 꼭대기 층까지 하나같이 철창을 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까닭을 알고 보니 梁上君子께서 불시에 수시로 내집 드나들 듯하며 재물을 축내서 어쩔 수없이 스스로 自進해서 철의 장막을 치고 이리 살고 있답니다. 허 참!

 

 

《열사공원/烈士公園》

중국 장사시내에 위치하는 공원으로 오늘의 중국을 위해 싸우다 순국한 사람들을 위해 세운 충혼탑을 중심으로 공원을 꾸민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탑에 참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공원이 궁금하여 남는 시간을 활용하려는 생각일 뿐입니다.

 


중앙 높은 지대에 충혼탑을 세우고 탑을 중심축으로 동서남북으로 길을 두었습니다. 공원 남쪽으로 보트와 유람선을 탈 수 있는 큰 호수가 있고 탑 가까운 동쪽에는 적당한 크기의 연못이 있는 넓고 수림이 울창한 큰 공원입니다. 

  

여행 내내 어리벙벙한 나를 챙겨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유람선을 운행하는 큰 호수입니다. 

 


금붕어에 자라 등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주변의 숲이 짙어 휴식하기에 좋은 연못입니다.

 


장사시長沙市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사방으로 이렇게 탑을 향해 길을 내었는데 동서남북에서 탑을 향해 가거나 바라볼 수 있도록 길을 낸 것 같습니다. 이 길은 탑에서 큰 호수가 보이도록 직선으로 낸 길입니다. 



탑에서부터 큰 호수로 향해 낸 길입니다. 사진을 찍은 이 지점은 내곽순환 산책길입니다. 호수가로 외곽 순환길이 있습니다. 

 


내곽순환 산책길가 옆 숲 입니다.

 

 

 내곽순환산책길가에 있는 또 다른 연못입니다.  



외진 시골의 연못을 연상케하는 풍경입니다. 시내의 공원에 이런 숲과 연못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이렇게 보존하는 시민의식이 많이 부럽습니다. 


탑의 구조와 내면도 궁금했지만 일행에 엮인 몸이라 개인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 


 

기석전시관奇石展示館 앞에 전시된 '天下第一石'이랍니다.

 

열사공원 내에 있는 반상기석관潘湘奇石館입니다.

 


<중국 호남성 장사국제공항터미널>

이제 떠나야할 시각입니다. 늘 공항은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찾아오는 부메랑 같은 곳입니다. 이 공항을 다시 찾을 일 없을 것 같기에 여권을 면밀히 들여다보던 제복의 견장에 별 3개가 반짝이는 고혹적인 미모의 女 公安도 거친 내 발을 맛사지해 주던 젊은 여인의 부드럽고 감미롭던 손길도 모두 아련한 그림자로 길게 드리워지는 순간입니다. 

 


5박6일의 장가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오후 5시14분 출국수속을 끝으로 고마움을 세상 모든 것에 드립니다.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익일 5월 1일 12시18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제천시를 향해 인천대교를 달립니다.

 

2015년 4월30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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