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타모님의 이끌림 받아 양주 목화축제를 다녀왔습니다.
드넓은 벌판에 갖가지 꽃들이 피었고 일부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저에게는 목화 꽃의 추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주말이면 고향 압구정리에 가려면
금호나루에서 나룻배를 타고 무시막강을 건너 하얀 모래사장을 한참 걸어 다시 샛강을 건너야 합니다.
그 샛강을 건너가기 전 물가에서 새끼자라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다가
배가 고파 할머니 댁으로 가기위해 다시 옷을 머리에 올려 허리띠로 턱에 동여매고
샛강을 건너 강가 모래둔덕위에 올라서면
강바람에 하늘거리던 여린 연두 빛 목화열매가 마 악 터질듯이 실눈을 뜨고 유혹합니다.
그 봉우리를 따서 흰 속 열매를 입에 넣어 씹으면
달콤한 물이 침샘을 자극하여 침과 목화봉우리 액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차면
달콤한 액체를 목으로 넘기던 어린 시절의 잊힐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그 추억의 기쁨을 되 삭이게 됨에 고마움을 드립니다.
목화밭으로 가는 길에는 해바라기, 코스모스, 수수밭, 조밭이 풍요롭고
푸르디푸른 하늘가 뭉게구름들이 더없이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으로
도심에 물든 회색빛 마음에 서정과 정서적 동심으로 물들여 준 하루였습니다.
투명하게 맑고 연한 연둣빛 색깔의 목화 꽃에서
돌 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석수의 맛을 회상시켜주고
목화 꽃을 보면, 연옥색 꽃잎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꾸밈새에서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성과
정숙한 여인의 자태를 연상시킵니다.
연봉우리를 닮은 씨알이 영글어 빵 터져 피어내는 목화솜은
그 포근함과 아늑함에 고운 여인의 품을 떠올려줍니다.
오늘 함께한 형제자매님들 또한
그 목화 꽃 향기로운 빛깔과 온화함에 물들어 목화의 품성과 우아함으로 아름답게 피어 나셨습니다.
그 옛날 조선의 정숙한 여인이 치마 깃을 사려 쥐고 걸을 때
그 뒤태와 치마 끝자락으로 보일 듯 말듯 하얀 버선목의 감칠맛 나는 아름다움,
요염하나 천박하지 않고 보는 이의 심경에 끊임없이 흠모의 정을 일궈내는
그 사모의 정으로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함께하신 형제자매님 기쁨과 즐거움 한 아름 안겨주심에 고맙습니다.
씨알이 맺혀 보송하고 흰 목화솜이 피어나면 순수의 정,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어머니를 연상시켜 자애로운 사랑을 보고 느낍니다.
<수수/壽壽>
壽壽... 어려서 생일이면 어머니께서 경단처럼 동글게 만들어 팥고물에 뭉쳐주시던 수수팥떡이 생각납니다.
아마 열 살까지 해 주셨지 싶습니다. 그 수수팥떡의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무척이나 먹고 싶습니다. 그 추억의 수수팥떡 그것은 그냥 생일떡이 아니었습니다. 無病長壽하라는 자식에 대한 극진한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어머니...
수수의 따사롭게 느껴지는 빛깔처럼 곱게 알알이 맺힌 수수의 알갱이 만큼이나 병없이 잘 자라기를 염원한 주술적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식물로, 우리나라의 경우 신석기시대 유적(함경북도 회령의 청동기시대 유적과 여주군 흔암리 선사유적. )에 수수 낟알이 발견된 바 있어 아주 오래 전부터 이를 식용하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수는 식량 및 다양한 식품으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어린 아이의 돌이나 생일 때 떡으로 빚어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는 수수의 붉은 빛으로 못된 잡귀의 접근을 막아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처럼 식생활에서 수수가 벽사적인 기능을 담당했다면, 그림에서의 수수(壽壽⇒長壽)는 장수를 의미합니다.
수수를 이와 동일한 발음의 수수(壽壽)로 파악하고 장수의 기원을 담은 문양으로 사용했던 것이지요. 보통 기쁨을 의미하는 참새와 함께 그려지는데, 이런 경우 장수의 기쁨을 누리기를 기원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수수는 악귀를 쫒아낸다는 속설도 있고, 밧줄을 타고 오르다가 떨어져 수숫대에 찔려 죽은 호랑이이야기도 있고, 수수대궁으로 만든 빗자루는 부정을 쓸어낸다는 속설도 있는 우리에게 친근한 매력적인 곡식입니다. <鄕村仁香>
해바라기에서 김홍도의 풍속화 중 무동(舞童)의 얼굴을 봅니다.
이 해바라기는 하회탈 중 양반탈을 닮았습니다. ㅎㅎ
<조 / 粟>
우리 나라는 현재까지 조의 품종육성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재래종을 수집하여 분류하는 데 그치고 있다. 봄조 품종으로서 모래조·지나조·천안조(차조)가 있으며, 그루조로서는 청미실·강달조·국분 등이 알려져 있다.
쌀이나 보리와 함께 주식의 혼반용으로 이용되며, 엿·떡·소주·풀[糊]·새먹이 등으로 이용되고, 짚은 연료 또는 진충용으로 쓰인다. 특히, 조의 줄기는 가난한 사람이 다른 곡물이나 채소와 섞어 짚떡을 만들어 먹고, 가축의 사료, 지붕 이는 데, 땔감 등에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민간약으로도 이용되어 ≪신수본초 新修本草≫에 의하면 “좁쌀뜨물은 곽란으로 열이 나고 번갈이 있을 때 마시면 즉시 낫는다. 소갈을 그친다.”고 하였다. ≪본초습유 本草拾遺≫에서는 “좁쌀을 물에 끓여 먹으면 복통 및 코피를 다스리고,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즙을 먹으면 모든 독을 푼다. 곽란 및 위통을 다스리며 또 놀라는 병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또, ≪일화본초 日華本草≫에서는 “차좁쌀은 개에 물린 데와 얼어서 창이 생긴 데 씹어 붙인다.”고 하였으며, ≪본초강목≫에서는 “차좁쌀은 폐병을 다스린다. 차조는 폐의 곡물이니 폐병환자가 마땅히 먹는다.”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
조(粟)는 메조와 차조가 있습니다.
이 조는 차조입니다.
차조는 찰기가 있고 알곡이 잘고 빛깔이 노랗고 약간 파르스름합니다. 차조의 다른 말로는 나속(糯粟)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을 뵈었기에 기념을 남겼습니다. 그 분은 내 어려서 그리도 싫어했던 좁쌀영감이지요, ㅎㅎ 파란하늘 구름 한 점을 배경 삼으신 좁쌀영감님, 알찬 모습이 이리도 반갑고 친근할 수가 없습니다. ^^
이 조는 메조입니다. 자세히 보니 아가씨 고운 머릿결을 꼬아놓은 타래머리처럼 정갈한 구성미가 참 아름답습니다.
메조는 찰기가 없고 알곡이 굵고 빛이 노르며 끈기가 적습니다. 메조의 다른 말로는 경속(粳粟)이라고 합니다.
양주목화축제장내 목화밭입니다. 여러 나라의 품종을 심었다는데 저 보기에는 모두 한가지로 보입니다. 이런 안목이 전문인과 다른 점이겠습니다.
목화 꽃은 조신하고 우아하고 티 없이 맑아 정숙한 여인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씨알이 맺혀 보송하고 흰 목화솜이 피어나면 순수의 정,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어머니를 연상시켜 자애로운 사랑을 봅니다.
자연 속에 자연과 함께일 때 본인도 모르게 아름다움은 마음으로 스며들고 가슴에 머물게 되기에 꽃밭에 있으면, 꽃이 되고, 자연을 닮게 되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말하는 회춘이란 젊고 이쁜 여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일 때 자연으로부터 오는 것이지요.
자연은 붙잡지 않고, 밀어내지 않으며 다만 구름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살라고 할 뿐입니다.
꽃만큼 아니 더 만큼 아름답습니다. 그 눈빛 그 미소를 피워낸 그 순간 그 마음이...
청순하나 소박하지 않고 아름다우나 화려하지 않은 이 고아로움을 그 어느 꽃에 비견하리..
그대의 눈빛에 저 목화솜 같은 포근함이 담겨있다면 그 누구라도 그 눈동자에 아니 스며들 수 없으리..
2014년 9월20일 양주에서 <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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