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한반도 지형마을 / 韓半島 地形村 (영월)

鄕香 2014. 6. 16. 12:01

한반도지형마을은 2009년11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배어나는 시절에 다녀와서 세세하게 올린 사진이 있어 아래에 첨부합니다. 이번에 가서 담은 사진은  짙푸른 신록이 주는 중량감과 장중한 백두산이 뻗어간 곳, 고구려의 광할한 영토 우리 땅 만주로 이어진 연봉(連峰)을 살려 담은 사진만 올렸습니다.  

 

여기 한반도지형마을의 동해에는 뗏목 위에 풍류객들이 물에 발을 담그며 유유히 한가롭습니다. ㅎㅎ

 

 

백두산 줄기가 만주로 치고 오른 것처럼, 우리 한민족의 기개를 보이듯이 한반도지형의 산맥도 봉우리 봉우리로 연이어 위로 치솟아  있습니다.  

 

2014년 6월7일 <鄕香>

 

 

제천에서 영월로 가는 38국도를 달리는데 길가에 억새와 갈대가 어우려져 바람결을 타고 손짓하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맑은 시냇물이 보입니다. 어린 시절 과천 선바위마을에 고모님이 사시는 관계로 초등학교시절 여름방학만 하면 선바위마을 앞 시냇가에서 고종사촌과 동네 개구장이들과 삼태기로 고기를 잡던 생각이 불쑥 그리움으로 솟아 길가에 차를 세우고 냇가로 내려가 모래도 만져보고,  맑은 물에 손도 담가보고,  나뭇잎도 띄어보니, 더욱 애틋하게 안겨드는 그리움...  

     

 

예전에는 이 정도의 냇가에 이렇게 갈대와 억새숲이 우거진 곳이면 참게도 살고, 맑은 모래 있는 곳에는 동사리, 참기름종개, 구구락지, 참마자 등 귀엽고 예쁜 녀석들이 참 많았지요. 돌 틈에 숨은 물고기와 숨바꼭질도 하고 납작한 돌을 주워 접시타기도 하다가 그러다 시들해지고 배고프면 참외도 몰래 따다 먹고, 그래도 심심하면 고추를 꺼내 누가 더 멀리 가나 오줌줄기 시합도 하던,  애구, 보고 싶다. 물고기도, 그 개구쟁이들도...

 

 

제천에서 영월로 들어서니 길가에 쉼터가 있는 곳에 공원처럼 꾸몄습니다. 고깔모자 쓴 돌탑도, 너와지붕으로 한껏 모양을 낸 정자도 있고..   

 

 

이 바윗돌들은 인위적으로 옮겨 온 것은 아닌가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옆 구릉에 흙을 긁어 퍼낸 곳에 같은 형태의 바위들이 살 발라낸 생선뼈처럼 드러나 있더군요. 제천시 금성면 청풍호 인근에 도로가에 흙을 걷어내고 봉우리 속에 있는 석회암을 드러내어 이와 같은 큰 형상을 만들어 영화세트장으로 활용하는 '금월봉'이 유명합니다. 태조왕건, 장길산, 이제마 등 많은 영화가 촬영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이는 탑은 10달에 걸쳐 쌓은 이곳 주민들의 염원이라고 위에서 표석이 알려줍니다.. 예나 지금이나 마을의 안녕과 번성을 바라는 마음은 아무리 세월이 가도 표현의 방식이 좀 변했을 뿐 그 의도는 변함이 없네요, 그런데 저 서구식의 풍차는 무슨 의미일까 

 

 

탑에서 13km 정도 오니 한반도지형마을이었습니다. 어딘가 전망대가 있겠지만, 그냥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물 건너 산이 한반도지형입니다. 보이는 모래마당이 뗏목 체험장이랍니다.

건너편 강가에 뗏목이 머물고 있습니다.

 

 

 

한반도지형 끝머리 저편에 동굴이보입니다. 그 위에도 있는 것 같아 줌으로 당겨서보니 석회암석이라서인지 여기도 저기도 동굴입니다.

영월에는 동굴도 참말로 많기도 해라.

 

 

하얀 모래있는 곳은 강건너 한반도 지형의 끝부분입니다.

 

 

어디선가 웅성거림이 들려 옆 산봉우리를 올려다보니, 전망대에 사람들이 북적거립니다. 학생들 같은데 단체로 관광 왔나봅니다. 저 곳을 향해갑니다.

 

 

전망대로 가는 길바닥엔 이렇게 코끼리 피부처럼 생긴 돌들이 더러 있고 대부분 황톳길입니다.

 

 

차에서 내려 30m 정도 걸어가니 이 안내판이 보입니다. 100m라고 되었는데, 실제는 50m 밖에 안 되더라고요.

 

 

어쩜, 이리 똑 같을 수가 있을까요. 허참,  자연의 오묘한 섭리 그저, 놀라움뿐입니다.  참 잘 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길이 잘리지 않게 다시 한장을 찍었습니다

 

 

 

한반도지형마을의 전경이랍니다. 마을에는 음식점 두어 집과 민박집, 그리고 농가 뿐입니다.

가운데 보이는 것이 배추밭인데요, 상품은 모두 수확하고 남은 것은 부스러기뿐인데, 한쪽에 뽑아버린 것도 있기에, 좀 추려서 속고갱이만 서너 포기 비닐봉지에 담아와 쌈과 배춧국을 끓였는데 참 고소하고 달착지근하니 맛이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또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배추잎은 지금의 호배추 보다는 부성하지만, 조선배추는 고소하고 꼬랭이가 굵고 크며 맛이 참 좋았습니다. 저 어려서 왕십리의 조선 중기에 지은 기와집에 살적에 9백 평 정도의 텃밭이 있었는데, 가을 김장용으로 조선배추를 심었답니다. 당시는 모두 꼬랭이가 굵고 큰 조선배추 뿐이었지요. 배추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뽑아서 칼로 잔뿌리를 득득 긁어 날로 먹으면 고소하고 달착지근하니 참 맛이 좋았습니다. 또 배추와 꼬랭이를 함께 넣어 배추국을 끓여 먹으면 꼬랭지의 달고 구수하고 특유의 향내가 참 좋았지요. 그 토종 조선배추 지금은 멸종됐는지 볼 수가 없는 것이 김장철만 되면 안타깝습니다.

 

 

걸어서 강가나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따로 비밀스레 있기에, 다시 강으로 내려갔습니다. 아까 아래 있을 때 본 동굴 쪽으로 가 보려고요. 길은 가파르지만, 철계단과 밧줄을 설치해서 별 어려움은 없습니다. 보고자는 동굴은 아니지만 내려가는 도중에 또 다른 동굴도 보이고 재밌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아늑하고 포근히 감싸는 맛이 좋았습니다.

 

 

전망대에서 벼랑길을 내려와 드디어 강가에 도달했습니다, 바라 보이는 곳은 강물이 한반도지형의 끝머리 휘돌아가는 부분입니다.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저는 참 좋았습니다. 전망대에서 그냥 갔다면 이런 풍경은 보지 못했겠지요. 회색구름인지 연무인지 모르지만, 하늘을 가리니 강 수면이 그대로 하얀 거울이 되어 산을 그대로 복사하여 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모래사장이 수면에 그대로 복사되어 이루어진 문양의 모습이 신비롭습니다. 여인의 陰脣처럼 각선미처럼... 한반도 지도로 본다면 이곳은 여수쯤의 위치입니다.

 

 

한반도지형의 서해쪽 부분이 강물에 비춰 묘한 느낌의 아름다움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깊고 아늑한 내 고향 동구 앞 둔덕(子宮陰脣)처럼...

 

 

한반도지형의 저 모래밭은 한국지도상으로 보면 보령 앞 바다 서해라 할 수 있겠네요.

 

 

동굴을 보기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입구를 십여m 앞에 두고  더 이상 갈 수없는 절벽이니 인당수처럼 푸른 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아쉽지만 돌아서 다시 전망대를 향해 돌아섭니다.

 

 

바위에 왠 수염이...  

 

 

동굴 있는 곳은 어두운 침묵만 흐르고, 모래밭은 하얗게 웃으며 잘 가랍니다.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여왕인 '릴리우오칼라니'가 지었다는 노래가 생각나기에 그의 노래를 불러봅니다. 그대여 안녕하시라~~ "

『 검은 구름 하늘 가리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 다시 만날 날 기약하고 서로 작별하여 떠나가리~~ 알로하'오에 ~~  알로하'오에  꽃피는 시절에 다시 만나리 Aloha‘oe ~ Aloha‘oe  다시 만날 때까지~~ 』모래가 있는 곳은 한국지도의 서해 군산항 쯤의 위치겠습니다.

 

 

위에도 아래도 아담한 동굴이 보입니다. 이곳 동굴에서 살며 물고기나 잡아먹고 들짐승 잡아 모피로 몸을 가리면 여지없는 원시인이 되겠지요. 그 시대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주택 걱정 안하고, 맑은 공기에 자연이 주는 먹을 거리에 자연과 더불어 얼마나 좋을까요. 한번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전망대까지 250m, 올라가는 길이지만, 이것저것에 호기심 많은 사람, 언젠지도 모르게 도착할 테지요.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재미도 괜찮네요, 시각적으로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해서 산행할 때 저는 가끔 돌아서서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정교하고 예쁜 말벌집이 보입니다. 어찌 이리도 정확하게 지었을까요. 그 신비로움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하찮은 곤충이나 벌레라도 함부로 해(害)하지 말아야 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옆에 있는 동굴을 들여다보니 석회암이 녹아 이루어진 굴입니다. 바닥의 표면이 물결처럼 波紋을 이루고 있습니다. 구석기인이라도 살았음직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만 , 마치 석화되어 화석처럼 보이는 이 나무등걸의 색상도 문양도 보기에 그대로 예술입니다.

 

 

이 신비롭고 기묘한 자연의 형상에서 기념이 없어서야.. 그래서 저도 한장 찰깍 !  몰골이야 소도둑 같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도 조물주가 내리신 작품인데...  고맙습니다. ^^

 

 

소도둑 같다하시기에, 모자를 돌려썼더니, 이번에는 梁上君子라는군요. 허참, 이리쓰나 저리 쓰나 그 놈이 그놈이란 말씀이시지요. ㅎ

 

 

한반도지형을 뒤로하고 가는 길에 다시 돌아보니 그곳에 나는 흔적도 없고 뭇사람만 머물러있습니다. 세월에 우리 삶의 흔적은 그리 묻혀가는 것이려니..  공연히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이도 살아있음에 있는 감성이겠지요.

 

 

보시기에 이 길이 님들의 고향마을 뒷산오솔길처럼 포근하고 정겹지 않으신가요? 

「은희」의 '꽃반지' 가 생각납니다. "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와 둘이서 거니 든 길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가슴 아픈 추억~~"

'

 

배추이삭을 줍던 밭도 낙엽이 소복히 쌓여 포근했던 오솔길도, 남긴 내 발자국도, 뒤로 남긴 채 다시 떠납니다. 가는 곳 그 어드메뇨.

그냥 내키는 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가다보니 눈에 익은 모습이 또 나를 멈추게 합니다. 내 어릴 적에 뚝섬유원지로 멱 감으러 가다보면 경마장과 경동국민학교 그리고 농가 몇 집 이외는 광나루까지 모두 밭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야채로 서울시민의 3/1정도를 먹였습니다. 뚝섬 밭은 모래밭이어서 땅콩이나 단무지 무를 재배하기에 적격이어서 많은 농민들이 이 무를 심어서 수확하는 것을 보았던 기억에 참 반가웠습니다. 옛 풍경은 이제 하찮은 것까지도 그리움의 덩어리가 되어 애틋함으로 다가옵니다.

 

 

다 쓰러져가는 스레드지붕의 농가,  한때는 따스함과 온정이 피어나던 화목한 집이었을 텐데 .. 지금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할까... 

그 옛 정경이 그립게도 보고 싶구나...

 

 

이 다리는 광산에서 채굴된 석회를 실은 화차가 분쇄하는 곳으로 가는 통로 같습니다. 이 곳 영월지방에는 시멘트공장이 군집된 곳이더군요, 

 

하얀 산을 등에 업고 있는 저  하얀공장이 궁금하네요,

 

 

 가다가 차를 멈추고 보니 백회를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온통 흰 가루가 덮였습니다.

바닥에 눈처럼 수북이 쌓였고요. 사진을 찍는데, 마스크를 한 직원이 쳐다봅니다.  저 사람의 마음도 하얀 색일까요.

 

 

얼마안가 저 산도 없어지겠구나 ...  그 때에는 이 사진이 너의 모습을 대변하겠지...

 

 

 

이 지방은 쉼터같은 것에 너와지붕을 즐겨 쓰나봅니다. 강원도의 특색을 이렇게도 살리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물도 자갈도 또한 모래도 모두가 곱습니다.  산은 거무죽한 돌산인데, 강자갈과 모래는 하얗습니다.

 

 

 이 다리의 모습을 보니 일제 강점기에 설치한 다리로군요. 예전에는 요소마다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차츰 사라져갑니다. 역사와 함께 세월의 뒤안길로~~~,  모두가 그렇게 가나봅니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고맙습니다.

2009 / 11 / 6 영월에서,  바람처럼 저 낙엽처럼...   - 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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