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장수대~대승령~1408봉.(설악산)

鄕香 2013. 10. 15. 13:33

아침 06시30분 서울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하여 도착한 원통버스터미널, 시각은 08시, 이곳에서 20분을 머물고 다시 출발하여 장수대탐방관리소에 도착한 시각은 08시 37분입니다. 표시안내판에 의하면 이곳 장수대에서 귀때기청봉을 거쳐 한계령공원까지 총 12.6km에 7시간35분이 소요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시간대로라면 오후 4시면 도착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초행이고 사진도 찍어야 하니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원통버스터미널운행시간표>

 

 

행장을 다시 점검하고 게시된 안내판을 다시 한 번 숙지하고 08시45분 장수대분소를 지나 산행길로 들어섰습니다.

 


장수대 건너 점봉산자락 풍경.

 

 

내.외설악약도

 

 

대승령으로 오르는 들머리입니다. 대승령에서 좌측은 안산과 남교리로 갈 수 있고, 우측은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소나무가 대부분인 이곳은 단풍은 볼 수 없지만, 진한 소나무향기에 상쾌함이 푸른 솔잎만큼 기분 좋은 곳이지요. 

 

 

용처럼 뒤틀어 감아 오른 소나무줄기가 경이롭습니다.

 

 

어제만 해도 일기예보는 구름이 많은 날씨라고 했고 이튼 날은 비가 온다고 해서, 오늘 비라도 내릴 가 봐 걱정을 했는데 올려다보니 대승폭포 넘어 푸른 바다가 보이는 것같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가파른 계단 오름의 연속입니다.

 

 

 <대승폭포>

대승폭포 이야기는 12선녀탕 산행 때 자세히 올렸기에 생략합니다.

 

 

대승폭포 뒤 봉우리 주변 풍경

 

 

대승폭포를 지나 낙엽 활엽수 지대에 이르니 예쁜 단풍잎이 울긋불긋 꽃피듯 아름답습니다.

 

 

장수대에서 귀때기청봉을 지나 한계령으로 가는 동안 단풍나무의 단풍은 대승폭포 근처인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10시가 채 안된 시각인데, 하산하는 한 분이 있습니다. '어디서 오시는데 벌써 하산을 하십니까?' "장수대에서 대승령까지 갔는데 단풍도 없고 그냥 밋밋한 능선만 보이고 여기만 못해서 도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아, 이 분은 단풍객이시구나! 속으로 웅얼거리며 서로 사진 품앗이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대승령 입니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까지 0.9km, 40분, 대승폭포에서 대승령까지 1.8km 1시간20분, 모두 2.7km 거리에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였는데,  저는 1시간25분이 걸렸으니 35분을 단축시켰습니다.   

 

 

 

 

<대승령의 십자측량점>

 

 

대승령에서 1408봉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안산 능선.

 

 

<감투봉>

감투를 쓴 인물상의 바위들입니다. 1408봉으로 가는 능선 좌측에 위치합니다. 조선시대 쓰던 망건을 쓴 모양의 바위들이 솟아 있습니다.

 

 

줌으로 당겨 봤는데 흔들려 아쉽게도 선명치 못합니다.

 

 

청명한 날씨에 햇살마저 활짝 웃는 산행 길은 낙엽이 융단처럼 폭신함을 줍니다.

 

 

낙엽을 밟으며 젖은 감상도 잠시 나뭇가지사이로 험상궂은 검은 巖峰이 우둑 앞길을 막고 섰습니다.

 

 

저 봉우리를 어찌 넘어가나 싶었는데 가파른 철계단이 봉우리 위로 놓여 있습니다.

 

 

사다리를 곧게 세워 놓은 듯하여 양옆 스틸와이어를 두 손으로 잡고 오르는데도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계단을 다 올라가서 봉우리와 봉우리 그사이로 바라본 풍경속 보이는 능선은 이제부터 가야할 길입니다.

 

 

멋지게 굽고 휘어진 나뭇가지 그 넘어 점봉산을 바라보고..

 

 

산길 옆 우뚝 솟아 당장이라도 나를 덮칠 것만 같은 바위에 겁도 납니다.

 

 

저 계단 옆 암벽은 이 곳 귀때기청봉 주변의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모두 그렇듯이 특유의 절리선이 형성되어 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몸이 움츠러지고 두려움에 얼마나 떨렸는지 모릅니다.

 

 

지나와서 돌아서 그 두려운 암벽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군데군데 떨어져 내렸고 온통 거미줄처럼 금이 갔습니다. 비라도 많이 내리면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합니다. 이 곳을 지나는 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꼭 저승문 앞에 있다는 면경대 앞에서 비춰 질 내 죄상을 지켜보는 기분이 이럴까... 

 

 

돌로 계단을 놓은 섬돌이 있는가하면 폭신하게 낙엽이 깔린 길, 뾰족한 돌들이 징검다리처럼 깔린 길들이 있는가 하면 바위를 타고 오르는 길도 있는 귀때기청봉 가는 길은 이처럼 다채로운 산길을 이루고 있습니다.  

 

 

낙엽이 아늑함을 주는 산길에 푸른 대통이 덩그러니 놓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술통이었어요. 직경11cm, 아래마디와 윗마디 사이 길이가 45cm, 대통 위쪽 마디 아래 직경1cm구멍을 내어 술을 담고 마개로 봉한 것인데 3ℓ는 족히 들어갈 수 있는 큰 대통입니다. 위쪽의 막에 구멍을 내고 술을 다 비워낸 빈 통이었지만 대통이 참 잘 생겨 갖고 와서 필통이라도 만들고 싶었으나 짐스러워 그냥 두고 다시 앞으로...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뒤엉킨 잡목가지 사이로 난 길이 어릴적 꿈길처럼 아늑하기도 했고 그리움 같은 기쁨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동산처럼 아늑한 봉우리가 가슴을 따뜻한 정으로 스며듭니다.

 

 

좌측 북쪽을 보니 감투봉은 어느새 한 자막으로 지나갔고 다시 새로운 바위봉우리가 하얗게 웃고 있습니다. 

 

 

북쪽 좌측과 우측의 바위능선이 계곡을 끼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능선을 타고 이루어져 있는 저 바위능선이 마치 쌓은 성처럼 보입니다.

 

곁눈길에 북쪽 우측에서 번뜩임이 있어 고개를 돌려보니 금강산도 서러울 만물상 같은 하얀 바위들이 성채처럼 둘려져 있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바위에 눈길을 때지 못한 채 더 가까운 위치로 다가서려 하니 머리위에 날던 까마귀가 까악 깍 일러줍니다. “다가가지마 다가서지마 저능길이야“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산길은 상쾌한 기분을 줍니다.

 

 

산행 중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표면이 가칠고 험한 바위봉우리지만 잡목이 우거져 예쁘고 오르기도 어렵지 않아 재미를 줍니다. 

 

 

복쪽 설악

 

 

봉우리 사이 좁고 가파른 곳에서 남쪽 계곡 사이로 본 풍경입니다.

 

내려다 본 한계령 고갯길

 

 

귀때기청봉 능선에서 남쪽 점봉산으로 알고 봅니다.

 

 

연인들이 팔장을 끼듯 나뭇가지들이 얼키고 설켰습니다.

 

 

지나온 봉우리 만큼 그 만큼한 봉우리가 연이어 나타납니다.

 

 

길은 흙길이 아닌 징검다리처럼 딛기 좋을 만큼 크기의 바윗돌들이 자연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고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비비틀어진 참나무의 형상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나이가 몇 백년은 됨직한 잘 생긴 향나무인데, 밑둥 속이 텅 비웠습니다. 그래도 싱싱합니다.

 

 

대승령에서 2.8km 지점이라고 이정표는 알려줍니다. 따라서 귀때기청봉까지는 3.2km가 되겠습니다.

 

 

나무들이 설켜서 무릉도원이라도 들어가는 문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바윗덩어리들이 깔려 있는 길은 동심같은 즐거움을 가지게 합니다.

 

 

큰 바위에 올라타고 앉은 모양의 나무가 참 어이없다 싶습니다.

 

 

앞에 보이는 저 봉우리가 1408봉일까!

대승령을 떠나온 후 2시간이 되었습니다. 귀때기청봉까지 6km거리에 4시간이 걸린다고 게시되었으니 얼추 반은 온 셈인데, 그 1408봉은 어디쯤 있기에 아직도 나타나질 않을까 그 1408봉이라도 지나야 반이라도 온 것 같은 느낌에 안도감을 느낄 것 같아서요.

   

 

서북쪽 멀리 풍력발전소가 보이니 저 곳이 용대리인 것 같습니다. 앞서 용대자연휴양림 갔을 때 본 적이 있었거든요.

 

 

봉우리를 거의 다 올라서서 본 바위로 된 정상의 모습입니다. 지금이라도 무너져 내릴 태세를 보니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바위정상을 넘어서니 바로 비껴 이어진 다른 봉우리가 있고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철계단을 올라서니 사방이 훤합니다. 지나온 대승령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웅장한 산세에 미혹되어 또 찾게되는 설악의 위용입니다. 

 

 

봉우리에 올라서서 걸어온 곳을 돌아봅니다. 하단에 계단이 보이고 그 옆 바위가 제가 서서 바라본 위치입니다. 위쪽 뾰족한 봉우리는 안산입니다.

 

 

한 인물상이 암벽에 등을 기대고 괴나리봇짐은 목에 괴고 눈을 지그시 감고 무언가 깊게 생각에 잠긴 모습입니다. 아마도 과거에 낙방하고 귀향길에 오른 낙방거사의 한 고뇌를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끼니를 보채는 남매와 늙고 병들어 누워 계신 어머니, 머리를 잘라 어렵게 여비를 마련해 손에 쥐어주던 천성이 착할 수밖에 없는 순박한 아내... 아, 이대로 돌아간다면 그 시름없을 아내와 굶주린 어린 것과 병들어 누워계신 노모를 어쩐단 말인가!"  ㅠㅠ

 

 

시골집 뒷산 고즈넉한 고갯길처럼 살가움이 풍깁니다.

 

 

잡목에 덮인 길을 돌아 올라서 가보니

 

 

바위봉우리가 우뚝 솟아있는 그 옆에 이정표가 있었습니다.

 

 

그리도 苦待하던 1408봉을 이렇게 맞는 순간입니다.

 

 

<1408봉 정상>

대승령에서 10시12분에 출발하여 1408봉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22분, 대승령~1408봉 3.2km 거리를 2시간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1408봉정상에서 앞으로 가야할 곳을 바라보고 담은 풍경입니다. 부분적으로 골짜기에 잔설이 남아 있는 듯이 보이는 산이 귀때기청봉입니다. 앞에 있는 봉우리만 넘어서면 바로 귀때기청봉 같을 것 같은데 그 정상까지 2.8km입니다. 이정표에 의하면 2시간40분이 걸린다니 가야할 길이 평탄치만은 않겠습니다.

 

 

가로지른 능선이 대청봉과 중청이 있는 능선입니다. 여기서 대청봉까지는 11km정도 되겠습니다. 

 

 

1408봉정상에서 귀때기봉으로 가는 들머리입니다. 바위와 잡목들이 어우러져 즐거움을 안깁니다.

 

 

1408봉에서 내려다본 한계령골짜기모습입니다.

 

 

한계령휴게소방향 오색 쪽 봉우리를 담은 풍경인데 역광이라 오색지구 산봉우리들이 선명치 못합니다. 조리개를 조절해서 다시 담은 사진은 아래에 올립니다.

 

 

오색리 방향을 담은 풍경입니다.

 

 

1408봉정상을 내려서서 돌아서서 바라본 1408봉 모습입니다.

 

 

귀때기청봉을 향해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분량이 많아 '1408봉~귀때기청봉~한계령'은 따로 이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