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8봉에서 귀때기청봉까지의 산행은 대승령에서 이곳까지의 길이 그렇듯이 징검다리 같은 길인가 하면 낙엽이 폭신한 길이 나오다가 어느 사이 암벽을 타고 오르고 재미를 느낄 쯤 되면 철계단이 있고 숨 한 번 깊이 내쉬면 어느새 너덜 길이 되는 지루하지 않고 힘들다 생각도 들기 전에 변화를 주는 최상의 산행 길입니다. 산행도중 고개를 돌려보거나 바로보거나 웅장한 산세와 능선들이 기라성처럼 연이어 겹쳐있어 장관을 이룹니다.
다만, 너덜이 깔린 길에서 알 수 있고, 암봉의 솟은 봉우리에서도 보았듯이 절리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이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그 밑을 지날 때에는 용기를 내어 "인명은 제천이다." 스스로 위안도 하며 조금은 무모하다 싶을 호기도 부리게 됩니다.
바윗길이 끝나는 곳에 무성한 진달래 철쭉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길 이렇듯이 길조차 분간하기 쉽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넘어가야할 가파른 저 봉우리 암벽에 설치된 철조계단이 아슬아슬해 보이지요? 길지않은 오르락내리락 아슬아슬 짜릿함에 힘이 드는 줄도 모릅니다.
올라선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앞으로 가야할 능선과 봉우리입니다. 귀때기청봉이 상단 끝자락에 보입니다. 마치 잔설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잔설처럼 보이는 하얀 부분은 너덜겅이라 부르는 넙적한 돌덩이들이 쌓여있는 곳입니다.
봉우리와 또 다른 봉우리 사이 능선에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다시 내려가야할 길도 역시 철조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절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협곡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계단도 가파러워 조심해야 합니다.
암벽에 감아돌아 설치된 철조계단이 행여나 무너져 내리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깎아지른 절벽입니다.
다 내려와서 올려다 보았습니다.
저와는 반대쪽(한계령)에서 올라온 분들이 내가 내려온 철조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대다수 분들이 한계령을 들머리로 장수대로 내려갑니다.
흙과 돌이 아기자기한 산길이 더없이 즐거움을 주는 것은, 다른 능선에서는 보기드문 오솔길이고 찌들고 병든 나무들이 아닌 모진 비바람에 굳게 다져진 건강한 나무들의 향기로움이 있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마치 큰 돌로 쌓은 것처럼 보이는 4 ~5 십m 높이의 바위봉우리들이 연이어져 있어 힘든 줄도 모르게 즐거움을 줍니다.
작은 봉우리의 정상입니다.
작은 봉우리 위에서 내려다본 한계령 계곡의 길과 귀때기청봉 능선자락입니다. 작은 활엽관목들이 물이들어 포근한 아늑함을 느끼게 합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본 풍경입니다. 두 사람이 대승령쪽으로 가는 군요.
백담사쪽 방향을 본 풍경입니다.
16분 정도 걸어와서 다시 보인 귀때기청봉은 조금도 가까워진줄 모르겠습니다.
올라온만큼 그만큼 내려가는 길입니다.
대승령에서 3.6km, 지점푯말입니다. 귀때기청봉은 저만치 보이는데, 거리이정표는 2.4km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길은 이제 다시 부드러운 낙엽길입니다.
참나무의 멋진 가지사이로 또 넘어야할 능선이 보입니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너널겅이 깔린 길이 나왔습니다.
이곳은 너덜겅이라기보다는 할석처럼 작은 돌들이 돌더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돌들은 절리암봉이 오랜 세월 풍화에 무너져 내린 것들입니다.
우측의 작은 바위봉우리들도 오랜 세월이 흐르면 이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겠지요.
지나온 뒤도 돌아보고,
공룡능선도 바라보고,
좌우풍경을 바라보며 오는데, 갑자기 길이 없습니다. 주변을 보니 좌우는 깎아지른 벼랑입니다. 다시 앞을 자세히 보니 넘어 다닌 흔적이 보입니다. 손으로 바위 끝을 잡고 올라서보니 가파른 벼랑을 가로질러가는 공포스런 길이 보입니다.
뽀족봉우리들이 넘어서 가야할 길입니다. 칼날 같은 예리함 톱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등성을 넘을 때는 짜릿함을 넘어 공포 그 자체입니다. 어쩔 수 없이 수십 번도 더 하느님, 조상님, 부처님, 성황님을 불렀습니다.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헤매는 미로..
앞쪽 능선 벼랑입니다. 인물상도 있고 기묘한 형상들이 있는데 그 아래 절벽에 지난 큰 비에 떨어져 내린 자국이 선명합니다. 이 지대의 바위들은 모두 균열이 간 것처럼 절리가 심해 나중에는 저 바위들도 너덜겅으로 널려지고 말겠습니다.
지옥과 천당이 어디 따로 있다더냐 내 가는 길이 모두 천당이요 지옥이라네. 이 길을 가노라니 기도가 저절로 나오네. “ 하느님, 저에게 합당한 길로 인도하여 주세요. 그 길이 지옥이든 천당이든...
오색쪽을 본 풍경입니다.
앞으로 갈 길의 모습입니다.
이런 길은 살피기에 바쁘다 보니 지루함도 모릅니다.
인물상처럼 생긴 바위를 가까이서 본 것입니다.
지나온 이정표에서 28분을 걸었는데 겨우 700m를 왔습니다. 그만큼 길이 험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물개 얼굴처럼 생긴 바위 아래 길이 있는데, 물개의 턱이 떨어져 내릴 것 같습니다.
넘어온 산과 지나온 능선의 모습입니다.
다시 넘어야할 봉우리가 있습니다.
넘어야할 봉우리와 그 넘어 귀때기청봉이 아직도 먼 거리에 있습니다.
산봉우리는 바위인데 길은 흙길에 잡목이 무성합니다.
높지 않고 완만하지도 않고 오똑 선 모습의 바위산이지만 잡목이 무성해 날카로움 없고 표독스러움이 없는 맘씨 좋은 시골아저씨 같은 품성을 느끼게 합니다.
봉우리 뒷머리로 돌아 넘어 올라갑니다.
귀때기청봉 전 마지막 봉우리입니다. 역광이라 이정표를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귀때기청봉을 마주하고 있는 이름 없는 봉우리정상입니다.
동남향(오색)으로 본 풍경입니다.
지나온 방향(대승령 쪽)의 풍경입니다.
<귀때기청봉>
정면으로 바라본 모습입니다.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바람이 세차서 붙은 이름인지, 귀때기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없고 청명한 날인데도 살짝 부는 바람에도 몸이 휘청거립니다. 칼날처럼 예리하고 톱날 같은 이빨이 날카로운 능선을 타고 가는 길에 바위 타는 맛도 제법 좋은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많습니다. 저 능선을 타고 귀때기청봉에 오르기 위해서...
귀때기청봉 정상까지는 아직도 걸어야할 능선길이 남았습니다. 보이는 저 오름이 조금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동안 아기자기한 봉우리와 칼날같은 능선길에서 가슴 졸인 긴장과 오밀조밀 다양한 재미가 끝나간다는 것에서 오는 허탈감이 아닌지...
바위봉우리를 끼고 돌아가는 길은 머리위로 절리가 심한 바위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 늘 위험을 느꼈는데, 여기는 아예 철망으로 덮어 씌어 안전하기는 한데 왠지 자연스러움을 앗아간 듯하여 기분이 석연치 않습니다.
음습한 계곡 숲길과 달리 양지바른 등성이에 밀집된 나무사잇길은 즐겁기도 하지만 밝고 생기로운 운치가 있어 또한 아름답습니다.
이제 작은 봉우리 하나만 넘어서면 귀때기청봉 능선입니다.
바위봉우리인지, 봉우리바위인지, 귀때기청봉을 지키는 前衛인지 아무튼 험상궂습니다.
넘어서니 그 위엄도 사그라집니다.
그 동안 험한 여로의 수고를 위로라도 하는 것일까 환대하는 것일까! 개선장군이라도 맞이하는 듯 대전(大殿)에 깔린 융단처럼 보드라운 낙엽흙길이 반깁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하늘에 빨간 열매의 그 빛깔이 참 아름답게 繡를 놓습니다.
사람들은 이 길을 너덜길이라고 합니다. 본시 이 널돌(너덜겅)들은 공룡의 등처럼 능선을 따라 축성한 城처럼 형성된 절리암능이었는데 오랜 풍화작용으로 어느 시기에 모두 무너져 내려 능선 일대가 너덜겅이 쌓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드디어 귀때기청봉 오름들머리에 이르렀습니다. 저절로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치 구렁이가 之자로 기어가는 형국입니다. 사진 중앙 상단에 젖꼭지 같은 봉우리하나가 안산이고 그 아래 12선녀탕을 거쳐 남교리로 내려가는 계곡입니다.
진달래와 잡목이 우거진 그 사이로 오르는 길에 다리도 좀 쉬어가자고 보챕니다.
귀때기청봉 중간에서 잠시 쉬며 지나온 능선들을 바라봅니다. 좌측 멀리 희미한 봉우리 능선이 대승령입니다. 안산은 그 뒤에 뽀족한 봉우리입니다.
좌측으로 각도를 더 두고 담은 풍경입니다. 바로 앞 봉우리가 대승령쪽으로 귀때기청봉 전에 있는 봉우리지요.
서북능선과 그 아래 백담사가 있을 계곡과 또 다른 능선들이 보입니다.
동남쪽 점봉산과 그 일대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귀때기청봉정상을 향해 다시 오릅니다.
대청봉과 그 주변 풍경
귀때기청봉 정상에서 바라본 봉정암, 나한봉, 신선봉 등과 대청봉 그리고 빼꼼히 검은 모습으로 화채봉이 보입니다.
서북능선 주변 풍경입니다.
<귀때기청봉 정상>
나한봉, 신선봉
대청,중청, 소청봉 아래 봉정암과 그 넘어 화채봉이 보입니다. 저는 귀때기청봉에서 1.6km 떨어진 한계삼거리에서 2.3km 지점인 한계령공원휴게소로 내려가지만, 한계삼거리에서 계속 능선을 타고 6km 가면 대청봉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귀때기청봉에서 대청봉까지는 7.6km가 됩니다.
귀때기청봉정상에서 장수대쪽으로 내려가는 들머리입니다. 제가 올라온 길이지요.
귀때기청봉정상에서 한계삼거리 방향으로 가는 들머리입니다. 이제 제가 가야할 길이기도 합니다.
정상을 내려서서 올려다본 귀때기봉정상입니다.
동남쪽 오색방향을 담은 풍경입니다.
능선을 따라내려가며 남쪽을 담은 풍경입니다. 역광으로 인해 건너 건봉산들은 희미하게 보입니다.
가는 길가에는 온통 너덜겅이 널려 있습니다.
고지대 잡목들은 추위와 강풍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버틴 상흔을 뒤틀리고 억센 가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흙길과 나뭇가지들은 하얀 햇살을 받아 보는 이의 마음에 포근함도 안겨줍니다.
이 길은 너덜겅 사이사이 잡목이 자라 숲을 이뤘습니다.
쳐다본 곳은 봉정암과 대청봉 그리고 화채봉입니다. 제가 자꾸 저 곳에 시선을 주는 것은 다음 일정으로 백담사에서 봉정암을 거쳐 다시 백담사로 내려가는 능선을 익히고자 함입니다.
공룡능선이 보입니다. 이 곳 귀때기청봉도 본시 공룡의 등처럼 뾰족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인데 절리된 바위들이 오랜 세월 풍화로 무너져 내려 너덜길이 되었으니 저 공룡능선도 같은 절리암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언젠가는 이 능선처럼 되리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내려가는 능선이 다시 봉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기에는 완만하지만, 그 앞에 서면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아까보다는 봉우리가 좀 솟아 있지요?
원거리에서 잔설처럼 보이던 하얀 부분은 이처럼 너덜겅이라 부르는 면이 넙적하고 큰 돌덩이들이 쌓여있는 곳입니다. 이 많은 너덜겅들이 무너져 내리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형상이 있었고 험하고 아름다웠을까 상상을 가져 봅니다.
돌아서서 귀때기청봉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왕복코스가 아닌 편도 산행시에는 봉우리를 넘어갈 적마다 반드시 돌아서서 넘어온 봉우리를 감상합니다. 한 면만을 보고 그 봉우리를 보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요. 그 모습을 이야기 할 수 없음입니다.
살아생전 이렇게 많은 디딤돌을 밟고 가보기도 처음입니다.
멀리 안산 봉우리를 두고 대승령으로 뻗어진 등성이의 모습이자 이제까지 걸어온 길의 옆 모습입니다.
먼 산봉우리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빛 때문이며 따라서 한 낮의 남쪽이요 오색 점봉산을 바라보고 담은 사진입니다. 겨울이면 모진 바람이 몰아치는 고산지대이고 보니 잡목사이사이 솟아오른 주목이나 소나무들은 살아있는 나무들조차 잔 折枝들은 모진 눈보라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나가서 마치 枯死木처럼 뻗은 가지가 풍성하질 못합니다.
저 봉우리에 올라서면 또 좌우를 둘러보겠지요. 길도 울퉁불퉁한 너덜길이어서 조심스럽지만, 아름다운 주변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으니 서둘 일이 없음입니다.
이 귀때기등성이 길에서는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것은 대청봉과 봉정암, 그리고 공룡능선 그 일때의 봉우리들입니다. 이렇게 사진에 여러 번 담는 것은 더 좋은 사진을 담고 싶고 다음 밟을 코스를 정할 때 참고하자는 의중도 있습니다.
세찬 모진 비바람 눈보라에 뒤틀고 굽어져 피골이 상접해도 하 세월을 그 자리에 켜켜이 쌓았구나! 때에 따라 시각에 따라서는 한 그루의 고사목이 온 설악의 풍치를 압도하기도 합니다.
꺽다리 푸른 솔만 없다면 시골마을 뒷동산처럼 아늑할 것만 같은 정겨운 산길입니다.
펼쳐진 저 봉우리와 등성 어디쯤이 한계령삼거리일까, 얼마나 어디까지 더 가야 하는지, 다리는 무거워 지는데..
참나무와 철쭉이 어우러진 사이로 가는 재미도 있고,
여러 잡목들이 무성한 사이로 너덜겅들이 널린 길을 가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큰 바람에 가지는 꺾여 나가고 죽어 뼈골만 남았어도 그 의연했던 모습은 고사목이 되었어도 그 멋진 모습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흙길보다 이렇게 변화 많고 다양한 길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때로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보드라운 낙엽 깔린 길을, 때로는 무릎을 가슴까지 올려 기어오르는 바윗길을, 때로는 징검다리를 건너가듯 듬성듬성 놓인 뾰족한 돌부리를 딛고 가는 길들은 다리의 일정한 부위근육에만 운동량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온 몸 온 다리 근육에 운동이 골고루 배분되는 것에서 오는 신선한 활성이 긴 산행에도 불구하고 덜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길지 않게 연속적으로 변화를 주는 다양한 자극에서 오는 느낌이지요.
온통 너덜겅이 깔린 곳에는 길을 구분할 수도 없습니다. 낮에야 헤매서라도 찾을 수 있겠지만, 해라도 떨어지면 어림 반 닷곱도 없는 일입니다. 실지로 제가 체험했으니까요. 등성이다 싶은 곳으로 너덜겅을 밟고 가다보니 그만 헤매게 되었습니다. 온통 너덜겅이 깔린 주변을 자세히 보니 윗부분에 발광체를 칠한 스테인리스막대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워져 있습니다. 그 쇠막대를 따라가니 길이 되더라고요. 그 발광체를 칠한 스테인리스막대가 길잡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 길잡이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가야할 길이자 펼쳐진 바위들의 풍경입니다.
바람막이가 없는 이 등성이의 나무들은 골짜기의 나무들처럼 무성하게 자라지도 못하고 바람과 혹한에 고사목이 되었습니다.
잠시 그늘진 바위에 앉아 사과 하나를 꺼내 목을 축이는 중입니다.
너덜겅 깔린 길은 귀때기청봉을 오르기 직전부터 시작되어 얼추 2km에 가까운 거리에 걸쳐 이어져 있습니다. 도중에는 잡목이 무성한 곳도 있었지만, 이제 그 너덜겅들이 쌓인 길은 안내자인 노랑색발광체를 머리에 칠한 스테인리스봉과 함께 여기서 끝입니다.
귀때기청봉정상에서 1km 지점이라는 이정표가 반갑게 맞습니다. 온통 자연 속에서 인위적인 것이 반가운 것도 있습니다. 바로 길을 헤맬 때 나타나는 이정표는 구세주만큼이나 반갑습니다.
지면이 온통 하나의 암반으로 이루어진 곳인데 그 위에 풍화로 모래가 축적되고 나뭇잎에 덮어 부토를 이루고 이끼가 끼고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잡목이 숲을 이루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가 정원이나 공원을 이렇게 꾸밀 수가 있을까요. 이런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이 자연의 오묘한 섭리이고 힘이겠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아담하지만 또 넘어야할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치 매처럼 보이는 봉우리를 이룬 바위입니다. 이 봉우리 바위가 있는 곳은 한계령삼거리지점 부근입니다.
매처럼 보이던 이 바위는 한계령삼거리를 지나 한계령공원휴게소방면으로 들어서서 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드디어 그렇게도 보고 싶던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내쳐 3시간 정도 바로가면 5.4km에 걸쳐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입니다. 나는 우측 한계령공원휴게소로 들어섭니다.
이제부터는 오름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지금 내림길처럼 오로지 내려갈 길만 있으리라는 생각에 그렇게도 이 삼거리가 기다려졌고 그리웠나 봅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는 얼마 못가서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귀때기청봉의 그 무수한 너덜겅들 처럼...
다음 산행을 위해 참고용으로..
한계령쪽으로 조금 내려와서 바라본 매모양의 바위는 두루마기에 삿갓을 쓴 방랑시인 김병연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한계령삼거리 주변의 바위들입니다.
내리막 나무계단 옆 바위의 모습입니다. 절리된 바위를 그냥 별 의미 없이 담았습니다.
중청으로 이어가는 서북능선에 있는 바위를 올려다본 풍경입니다.
내려가다 뒤돌아본 한계삼거리 인근 서북능선의 한 자락입니다.
삼거리에서 하산 길에 들어서며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지 않은 봉우리가 앞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앞서 오르는 저 사람의 힘겨움이 나를 짓눌러 옵니다.
돌계단을 다 오르고 보니 다시 봉우리가, 에고 나좀 살려줘요.ㅜㅜ
그래도 눈길은 여전히 이리저리 풍경 담기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신통하게도...
다시 바라본 서북능선이 눈길을 줍니다. 만나고 싶다고..
퍼즐처럼 짜맞춰놓은 것 같이 보이는 이 바위도 수많은 너덜겅으로 무너져 내리겠지요.
이 지대의 바위들은 모두가 절리되어 있습니다.
이제 막바지 언덕길인가 참 힘드네.
고개에 올라서니 반갑게도 이정표가 친절합니다. '힘내세요. 이제 엎어져도 코 닿을 1km거리랍니다.'
내림길은 어렵잖게 갈 수 있어 한결 수월합니다.
이정표도 지금쯤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줄 아나봅니다. 금세 또 나타나 격려라도 하는 듯이 다 왔음을 알려줍니다.
하산 길 옆 바위의 앞 부분형상이 마치 신라 화랑이 말탄 모습으로 조형된 '기마인물상'(국보91호)토기(용도:주전자)를 닮았습니다.
바위를 휘감아 내려가는 계단 끝 뒤쪽이면 이 산행 길도 끝이 겠구나 싶은 느낌이 듭니다.
공원탐방지원쎈터 뒤에 있는 바위가 석양에 황금빛으로 물들니 나의 오늘 하루도 설악산에서 환희에 젖어 저물어 감을 감사합니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 '한계령탐방지원센터' 앞입니다. 장수대에서 8시45분에 출발하여 이곳 한계령에 도착한 시각은 16시48분입니다. 소요된 시간은 7시간30분입니다. 국립공원 측에서 게시한 7시간30분은 마치 저의 산행시간을 표준으로 삼은 것처럼 꼭 맞춘 시간이었습니다. 이 또한 왠지 모를 즐거움이 되네요.
한계령휴게소 뒤 산자락에 있는 설악루.
휴게소 위 설악루에서 바라본 오색지구의 등선대와 여성폭포 부근 과 점봉산자락 풍경이 아늑한 마을처럼 살갑게 스며듭니다.
늘 친구에 의지하여 다니던 산행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처음으로 시도한 크고 험한 산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참 많이 기쁩니다. 그러나 현지의 교통사정이나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소요되는 시간 산정에 어려움이 따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당일로 큰 산을 산행한다는 것은 생각과 현장사이에 차이가 있기에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더우기 외지에서 숙박하는 것에 익숙치 못한 습성때문에 혼자 여러 날을 지내며 산행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더우기 산행중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경우 대책이 없겠습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힘들거나 즐거웠거나 그 모두가 정성을 다한 삶의 참 모습이기에 아름답고 모두가 고맙습니다.
2013년10월14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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