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접어들어 갑니다. 이제까지의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포장 없는 흙길이기에 얼추 다 왔구나 생각하고 무심코 옆을 보니 이정표가 말합니다. "아직 8km 남았어, 좀 힘들거야!"
속으로 힘들어 봤자 지, 흥! 했는데, 어, 이러면 안 돼! 무슨 국립공원 들어가는 길이 이럴 수가 있담, 울퉁불퉁한 건 그래도 봐줄 수 있는데, 이건 온통 축구공 꼭 그만큼 한 구덩이들이 서로 다투어 깔려있으니 걸어가는 것보다 더 느리게 가건만 연신 머리로 엉덩이로 방아를 찧고 갑니다. 어이쿠! 머리는 쿵! 엉덩이는 퍽!
쿵! 퍽! 쿵! 퍽! 그래도 볼 건 봐야지! 길 옆 산자락에는 무슨 여관 인지 펜션인지 뭔가가 왜 그리도 많은지, 원.. 세상에, 그래도 요긴! 내 좋아하는 보랏빛 꽃도 있고, 내 눈에 예쁜 항아리들이 옹기야 종기야 있네.
그렇게 도착한 곰배령 입구, 표를 사려니 그냥 들어가시라며 노란딱지목걸이를 하나 줍니다. 들여다보니 숫자가 있네. 내가 무슨 죄순가
번호표를 목에 걸게 그래도 공짜니 아무소리도 못합니다.
미천골자연휴양림을 출발하여 곰배령에 도착한 시각은 09시 30분입니다. 곰배령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들꽃 아름다운 곳이라고,
어느 때가 들꽃이 가장 많이 피는지도 모르지만, 기대가 있었습니다. 예쁜 우리 들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오, 예쁜 것! 내 좋아하는 곤드레 자줏빛 꽃이여..
굽어 돌아가는 황토오솔길에 범상치 않은 숲길은 절로 가슴이 벌렁벌렁 즐거워합니다.
어, 너는 생김이 왜 그래! 물었드랍니다. " 지는 요 전생에 달팽이었다구요!" 아, 그랬구나! 그럼 다시 달팽이가 되려므나!
길과 숲이 얼마나 즐거움을 주는지 그렇게 보고 싶던 들꽃을 까먹었답니다.
이제 300m 정도왔지만, 그래도 이리 깊은 숲속에 무슨 마을이 있다니. 더구나 1.4km나 더 깊은 곳에, 그러면 아마도 안 먹고 안 싸는 신선이나 사는 마을일꺼야 분명히..
동방의 촛불이요, 예의지국이요, 단일 민족인 우리나라도 이제 다민족국가가 되어 세계 속으로 쓸려 들어가듯이 나무들도 똑같은가 봅니다. 서로 다른 품종이 서로 부둥켜안고 낯 뜨거운 줄 모르고 사랑을 나눕니다. 요즘 시도 때도 장소도 없이 부둥켜 안고 뽀뽀도 하는 젊은이들처럼, 하기사 누가 말려 나쁜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일을...
나무가 백옥같이 뽀얀 손을 내밀어 인사를 청합니다. 너무 섬섬옥수라 잡지도 못했답니다.
숲이 깊다보니 계곡에는 맑은 물이 청량한 소리로 노래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음기에 기진하는 것은 아닌지 도중에 막걸리라도 있어 양기를 충당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폭포여, 여심이여 생명의 신이여...
언덕배기 길옆 작은 골에서도 맑은 물이 흐릅니다. 그러나 습하지 않은 뽀송한 느낌을 물에서 느낍니다. 이런 산에서는 양기의 소모가 적으니 상쾌함을 잃을 일이 없겠지요.
이렇게 깊은 숲길 갈림 길목에 웬 간판이 이리도 많을까! 더 들어가면 뭐가 있어도 큼직한 것이 있나 봅니다.
발을 친 것처럼 촘촘하고 곧게 들어선 나무에서 뿜어내는 좋은 물질이 우리 몸에 살균작용을 한다지요. 그래선지 기분도 상쾌합니다.
숲 사이로 유연하게 이어진 길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곡선미를 보는 듯합니다.
허, 이 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순간 떠오르는 토우가 있어 곁들입니다.
『아즈텍(AZTEC)』아메리카 인디언의 고대 문명의 소산인 토우 중 하나입니다. 너무 다양한 형태의 낯 뜨거운 모습이지만, 고대 문화요 종족 보전을 넘어 변형된 성예술이라는 명목으로 위 나무의 형상과 접목 차원에서 재미로 올립니다. 녹색자연에 토를 달자니 싱숭맹숭해서요.ㅎㅎ
아즈텍 제국은 15세기 부터 16세기초 스페인에 의해 멸명 될 때까지 중앙아메리카를 지배하던 국가입니다. 아즈텍이란 부족명은 발상지인 아스틀란(흰땅)에서 나왔다고 하며 나아틀어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수도에 있는 호수이름을 따서 멕시카족이라고도 하였는데 지금의 멕시코라는 국명은 여기서 유래합니다. 이 토우 외에도 적나라하고 너무도 사실적인 성생활의 모습을 묘사한 토우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무덤에서 발굴된 남녀교합을 여러 형태로 묘사한 토우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참당귀>
이 분은 접사에 열중하여 제가 그 모습을 담는 줄도 모릅니다.
<궁궁이>
<참당귀>
관리소입구에서 무성한 숲길을 7~800m 정도 왔을까 한 허술한 집 하나가 나타납니다. 오가는 길손에게 차와 음료 그리고 자연식품 일부를 파는 옛 주막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재밌는 곳이었습니다. 산나물전과 막걸리 한 잔에 산야초효소茶 한 잔을 시켰습니다.
주문을 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벽에 걸린 '설피'가 눈에 띱니다. 저로서는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을 뿐 처음 본 진기한 물건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어 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도시냄새가 풍기는 곱다시한 여성이 내온 산야초로 부친 전과 산야초효소 차, 그리고 뽀얀 막걸리 한 사발은 황홀 지경입니다. 산야초의 특이한 향과 맛에 이것만으로도 이 곳에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도록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특히 산야초효소 그 한 잔은 몇 백 년은 거뜬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듭니다.
그 어느 메뉴판도 이처럼 소박하고 자연일 수가 없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다시 길을 나서며 그 향과 맛의 여운에 미련이 남아 뒤돌아봅니다.
그 맛과 향기가 황제의 진찬이라면 이 나무 간판은 참으로 소탈한 백성의 사립문이라 하겠습니다.
드디어 이 깊고 깊은 산중에 무언가 나올 조짐입니다. 산새들의 집을 마련했나 보니 이렇게 깊은 숲속에 빨간 우편함이 어울리잖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장승업의 신선도에서나 봄직한 돌에 새긴 바둑판에 통나무의자. 선계에라도 들어온 것일까! 걸음도 덩달아 느긋해집니다.
알고보니 거울처럼 맑은 물에 징검다리 건너가 곰배령 들머리였습니다.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수 있는 호젓한 오솔길이 정겹습니다.
<그늘돌쩌귀>
숲이 깊어 계곡에는 제법 많은 양의 맑은 물이 경쾌한 음률처럼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제법 넓은 쉼터에 서있는 이정표가 알립니다. 곰배령 정상까지는 1.5km라고요.
죽은 나무등걸의 모양새가 기묘하네요.
이 나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렇게 묘하게 꺾이도록..
돌덩이들을 깔아놓은 듯합니다. 평평한 단조로운 길을 가는 것보다 이런 길이 지루함 없이 오르기에 좋습니다. 발바닥에 지압도 되니 건강에도 좋지요.
<동자꽃>
<궁궁이>
<천관>
주인의 습관에 길들어 늘 가던 집으로 간 충직한 말을 칼로 베어 죽인 비열한 유신이 흠뻑 빠져 허덕이던 천관이 이리도 흐벅졌나보다, 펑퍼짐한 이 산야초가 천관이라니..
그리울 거야 차장에 스쳐가는 저 산하, 아려 올 거야, 지나가는 세월..
가을 비 촉촉이 내려 나그네 가슴에 스며들어 눈물 되어 적시네 두 뺌을..
2013년 9월 6일 곰배령 <香仁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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