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틀 밤을 지낸 칠보산휴양림에서 태백시의 고원자연휴양림으로 떠나는 날, 눈을 뜨니 하늘에는 또 다시 먹장 같은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모처럼의 파란하늘의 상큼함을 하루도 못가서 시샘을 하는가보다. 아침을 일찍 지어먹고 그동안 미루어 왔던 칠보산 숲길을 돌아보고 출발하기로 했다.
하늘보다 맑은 산속의 호수가 하늘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빛납니다.
산책로 초입에 늘어져 있는 이름모를 하얀 꽃봉우리
산책로 들머리에만 자갈을 깔았습니다. 산뜻함은 있지만, 운치로나 느낌으로나 그냥 산길만 못합니다.
칠보산이 있는 영덕군 병곡면 주변 안내도입니다. 붉은 선으로 표시된 길이 지금 제가 돌아볼 이곳 칠보산휴양림산책로인 숲길입니다.
안내판에는 B동에서 전망대까지만 표시되어있군요. 저는 전망대에서,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산책길을 이용해 휴양관A동으로 내려왔습니다.
청미래 또는 망개나무로 불리는 덩굴식물로 예전에는 야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으나 민간요법으로 몸에 좋다니까 사람들이 마구 채집하여 원만한 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품종이 되었습니다.
전망대에 들려 대진해수욕장과 바다를 조망하고 등산로를 따라 숲길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전망대>
안내판에 보이는 고래불해수욕장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영덕블루로드'길 c코스의 일부로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이 고래가 뛰어노는 걸 보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대진해수욕장은 대진마을에 위치한 곳으로 서울 경복궁 근정전의 正東方을 알리는 표지석이 대진항 남쪽 끝에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입니다.
<괴시마을.이색 유허지 / 槐市村 . 牧隱 有墟地>(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영덕)에 괴시마을(槐市村)이라는 이 지방 전통가옥인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룬 곳에 고려 말의 목은 이색 선생의 유허지기념관이 있습니다. 고래불해수욕장의 이름은 그 당시 지어진 것으로 보겠습니다.
괴시마을은 동해로 흘러드는 송천(松川) 주위에 늪이 많고 마을 북쪽에 호지(濠池)가 있어 호지촌'이라 부르다가 고려말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선생이 문장으로써 원(元)나라에 이름을 떨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구양박사(歐陽博士, 歐陽玄)의 괴시마을과 자신이 태어난 호지촌의 시야가 넓고 아름다운 풍경이 비슷해 괴시(槐市)라 고쳐 이름지었다고 전합니다.
전망대입니다.
이틀 밤을 지낸 A동 휴양관 해송실 베란다에서 한 눈에 보이던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이 좀 더 가깝게 보일 뿐 별 차이는 없습니다. 저수지 앞쪽이 고래불해수욕장입니다.
우측, 보이는 마을이 대진마을이며 그 앞이 대진해수욕장입니다.
칠보산과 등운산은 하나로 이어진 등성이에 떨어져 이룬 봉우리입니다. 예전에는 이 모두를 칠보산이라고 했답니다. 저는 그저께 낮에 이곳에 도착해서 오후시간을 이용해 등운산정상만 산행을 했습니다.
전망대는 앞뒤로 오를 수 있도록 양 방향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산책길은 울창한 송림사이로 자연그대로 오롯이 열려 그 호젓함을 더합니다.
갈림길이 나왔군요. 우측은 칠보산정상으로 가는 산행길이고 좌측이 휴양림산책로입니다.
금강송이 잘 조림된 사이사이 지역적 특성이 있는 각종 잡목이 자연스런 어울림을 이루고 그 아래에는 야생화 등이 조화롭습니다.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다시 휴양관B동 옆 숲길 들머리(들어선 곳)로 가는 길이기에 좀 더 둘러보기 위해 등산로를 표시하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내게 어떤 두려움을 느낀 걸까! 앞서가던 여인이 뛰어가기 시작합니다. ㅎㅎ
잘 가꾸고 보호해야 겠다고 생각이 들만큼 잘생긴 금강송이 '꼭 안아주세요'라는 푯말을 걸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안아주었는지 표피가 반질거립니다. 진정 이 나무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니겠지요.
이 안내판을 보니 지금 저는 칠보 숲길을 역순(逆順)으로 걷고 있습니다. 현 위치는 ④ 버들평지쉼터 전입니다.
요즘은 이렇게 호젓한 길도 거침없이 혼자 걷는 여인들이 많습니다. 사내 중 사나이인 나도 망설여지는 외진 길을 두려움도 없이...
호젓한 산길에 아름다운 들꽃 한 송이, 밝고 환한 미소로 나그네의 마음을 부여잡네, 나 또한 고운 너를 꺾을 수도 떠갈 수도 없는 안타까움 이렇게라도 담아 곁에 두고 보고지고..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보아도 아름다운 折枝, 그 기묘한 線의 꺾임과 이어짐을 연출한 늘 푸른 소나무를 옛사람들은 닮고 싶은 君子로 여겼네.
<쉼터 버들평지>
'사랑해주세요!!' 그 말에 수많은 이의 사랑이 너무 지극했나봐! 볼록한 너의 배를 보니...
'살으리 살으리 났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 났다.' 송강 정철 선생의 <靑山別曲>시구(詩句)가 절로 흘러나옵니다.
혼자 앞서가던 이 여인, 모델 請에 응하는 걸 보니 저와 친구 하자는 건 아닐까요. ㅎㅎ
<뫼돌 솔쉼터>
고요를 품은 멋진 소나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참선의 자리 뫼돌
멋지고 요염한 소나무에 끌려 我 뫼돌위에 앉아
내가 나무이고 나무가 내가 되어 窈를 이룬 곳일세.
내림길에 둘러보니 낮익은 길, 그저께 등운산 오르던 길입니다. 어느새 숙소 근처인 것 같습니다.
<피톤치드(phytton cide)>
소나무 숲에는 다른 풀이 살지 못하는 것을 누구나 보고 느꼈을 겁니다. 피톤치드(phytton cide)는 러시아어로 "식물을 죽이다."라는 뜻으로 번역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소나무에서 분비되는 피톤치드는 강력해서 소나무가 밀집한 곳에서는 다른 수종이나 초목들이 자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별한 소나무의 향기로 즐겁고 피톤치드의 산림욕으로 상당한 치료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송편을 만들어 찔 때 켜켜이 솔잎을 함께 넣어 찌는 것도 그 향기와 살균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칠보산의 금강송의 피톤치드를 눈으로 나마 마음껏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청미래>
망개나무라고도 부르는 이 덩굴나무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가을이면 빨강으로 익은 송이진 열매와 멋진 선을 이룬 줄기의 마디와 매끄러움이 참으로 고혹적이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어 범접할 수 없는 여인과 선비를 대하는 것 같아서 입니다. 3년 전 전라남도 운주사에 갔을 때 야드막한 산에서 아주 잘 생긴 망개덩굴에 빨갛게 읶은 열매가 너무 아름다워 한 자 정도 절지해온 것이 아직도 서재 벽에 걸려 눈을 즐겁게 합니다.
여자가 아름다우면서도 마음이 열려있는 듯한 일면이 있을 때 남자는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녔으면서도 무언가 지적인 차가움과 우아함이 풍길 때는 남자들이 감히 접근 할 생각을 품지 못합니다. 그 야함과 우아함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여자는 참으로 매력있고 남자에게 깊은 상처를 주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어떤 접근에도 겸손한 매너와 기품있는 태도로 상대에 불쾌감을 주지 않고 접근을 차단하는 태도는 흠모와 경이로움과 존경심을 상대에게 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망개나무를 그런 여인에 비준(比準)합니다.
저만치 숙소가 보입니다.
칠보산자연휴양림 산림문화휴양관A동 2층 해송실, 제가 이틀 밤을 편히 쉰 곳, 이제 이곳을 떠나 태백시의 고원자연휴양림으로 향합니다.
'물처럼 흘러와 물처럼 네 품에 스며들면 너도 나도 좋으련만, 바람처럼 떠나니 내 이제 또 언제 너를 찾으리 칠보산아! 금강소나무야!'
정문이자 관리동을 나서며 떠나는 아쉬움 미련으로 담습니다.
2013년 7월 17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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