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칠보산과 국립자연휴양림

鄕香 2013. 7. 28. 19:46

 

제천을 떠나 5시간에 걸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20분, 바로 칠보산과 한 자락인 등운산을 산행하기로 했습니다. 칠보산과 등운산은 본디 하나의 등성으로 이루어진 두 봉우리로서 모두 칠보산으로 불렀으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남쪽 봉우리는 등운산으로 북쪽 봉우리는 칠보산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칠보산은 고려 중기 중국 사람이 이 산의 샘물을 마셔보고 "샘물 맛이 보통 물과는 다르니 이 산에 일곱 가지 귀한 물건이 있다"하여 주민들이 찾아 본 결과 돌옷, 더덕, 산삼, 황기, 멧돼지, 구리, 철 등이 나와 그 후로는 칠보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틀에 걸쳐 칠보산과 주변 그리고 내연산산행의 여독을 풀어 줄 산림문화관A동 입니다. 외관도 내실도 모두 적송으로 꾸며 나무향이 참 좋았으며, 더구나 이층 방이어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휴양관A  옆에 휴양림 산책로와 등운산과 칠보산으로 향하는 들머리입니다.

 

 

한 300m 오르니 휴양림산책로가 있고 이정표가 보입니다.

 

 

학의 다리처럼 가녀려보이는 여인이 걸어가는 콘크리트오름길로 100m 정도 가면 등운산과 칠보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이 나옵니다. 

 

 

기라성처럼 치솟아 늘어선 주변의 소나무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가다 하마터면 밟을 뻔한 얼룩무늬에 맹독이 있는 살모사가 콘크리트 길 복판에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느리게 몸을 움직이기에 살펴보니 한 쪽 눈이나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계속 왼쪽 눈을 땅에 대고 몸을 감는 것을 보니 상당한 고통을 느끼는 것 같아 참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으나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으니 안타까움만 안고 발길을 옮깁니다. 

 

 

우측, 돌로 단을 쌓은 위로 칠보산 푯말과 함께 오솔길이 열려 있어 들어섰습니다.

 

 

오솔길을 한참 올라가니 갈림길에 칠보산과 등운산 푯말이 있습니다. 등운산은 2.1km, 칠보산은 3.9km 등운산은 왕복4km, 칠보산은 8km,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5분, 산속은 일찍 해가 떨어지는 것과 5시간 동안 운전을 하고 온 친구의 체력소모를 감안할 때 아무래도 칠보산은 무리일 것 같아 마음으로 "등운산도 예전에는 칠보산이었는데" 스스로를 다독이며, 아쉽고 어렵게 칠보산을 외면하기로 했습니다. 그 일곱가지의 보물을 눈 앞에 두고 말입니다.ㅎㅎ

 

 

큰 소나무 아래 각종 이름모를 잡목이 무성하고 흐린 날씨에 한 낮이건만, 음침하고 어둡습니다. 

 

 

처음에는 잎이 우산대 나물을 닮아 우산대 꽃인 줄 알고 "와, 우산대 꽃 참 예쁘네. 참나리꽃 비슷하다 그치? ,하고 친구를 쳐다보니 친구가 '하늘나리'야 합니다. 에이, 자존심 상하네. 그래도 귀하고 들어보기 힘든 친구의 응대에 기분은 햇살 입니다. ㅎㅎ 

 

 

 

요 녀석은 꽃잎 폭이 좁고 구성에도 맵시가 있어 멋집니다.

 

 

 

오솔길 옆 계곡에는 석회암 그리고 편마암 (角閃石片麻巖)의 일종의 돌이 마치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 찌르개 등 타제석기들을 모아 놓은 듯이 널려 있습니다.

 

 

고요롭고 정막하기 이를데 없는 깊고 깊은 산 중에 짙은 구름이 지나가는지 후드득 탁탁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져 멋진 화음을 이룹니다.

 

 

짙푸른 숲 온갖 나무들의 향기로운 피톤치드를 마시며 새들의 고운 노랫소리에 힘든 줄도 모르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등성이에 올랐습니다. 산등성이에는 우측은 칠보산(3.1km)이요 좌측은 등운산(0.4km)이라고 푯말이 친절하게도 손짓으로 알려줍니다. 그러고 보니 등운산정상은 400m 정도 가면 됩니다. 여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궁금해 시각을 보는데 또 검은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이제 2시 반이야! 3km쯤이야 너는 1시간도 안 걸려서 갈 수 있잖아 칠보산으로 가자 응~~." 검은 마음의 충동질에 살짝 친구 얼굴을 보니 그럴 마음이 어느 구석에도 비치질 안습니다. 아니 벌써 등운산 쪽으로 발길을 내딛고 있네요. 얘 검은 마음아, 네 뜻이 내 심정이지만, 어쩌겠니 그냥 따라 갈 수밖에...  이 먼 곳까지 왔는데, 또 올 수 있을까 싶어 아쉽고 그래서 이럴 때만은 혼자가 좋다. ㅜㅜ

 

 

헬기장이 있는 것을 보니 정상부근인 것이 분명합니다.

 

 

헬기장 건너 내가 가야할 오솔길이 자욱한 안개비에 싸였습니다. 무성한 수풀은 촉촉이 젖어 늘어졌고 스쳐가는 옷자락은 빗물이 배어듭니다.  

 

 

자욱한 안개구름이 내려덮은 널찍한 곳에 온통 바람개비 모양의 물레나물 노랑꽃이 함초롬히 비에 젖어 애처롭습니다.

 

 

식물도본에 '물레나물'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며,  반그늘이나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의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답니다. 키는 50~80㎝이며, 잎은 마주나고 피침형인데 밑동으로 줄기를 감싸고 있고, 잎의 길이는 5~10㎝, 폭은 1~2㎝입니다. 꽃은 황색 바탕에 붉은빛이 돌고 줄기의 끝에서 한 송이씩 계속해서 피며 지름은 4~6㎝입니다. 이 품종은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고 꽃이 크고 또 마치 꽃의 모양이 배의 “스크류”나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바람개비”와 비슷하기 때문에 알아보기 쉬운 꽃입니다. 열매는 10~11월에 달리고 종자는 작은 그물 모양으로 되어 있고 한쪽의 길이가 1㎜ 정도로 미세합니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어린잎은 식용, 잎과 줄기는 약용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등운산정상(騰雲山頂上)이지만 큰 나무와 잡목이 무성하고 짙은 안개비에 덮여 전망은 고사하고 주변 경관도 볼 수 없습니다. 등운산표시판은 다만 해발 767m라고 알려줄 뿐입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하나 싶어 살펴보니 계속 앞으로 가는 방향으로 휴양림이 1.8km라고 명시된 다른 푯말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이 좋지! 계속 앞으로 ~~,

 

 

이 나무를 보니 '출산하는 여인'이란 신라토우를 보는 듯 해서.. 신비롭네요.

「 참고로 이 사진과 유사한 모습의 토우 두 점을 올립니다.」

 

 

신라토우 (출산중인 여인) 

新羅 / 慶州 皇南洞 古墳出吐  / 길이各 7.8cm .5.6cm / 國立中央博物館 所藏

(다음사이트 불로그  (仁사랑) 신라유물란의 인물토우에서 발취)

 

 

  

 

 

후리후리한 나무들의 群舞에 취해 어지럼도 맛보고..

 

 

가파르고 험한 산행에도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나무가 주는 맑고 싱그러운 기운 때문입니다.

 

 

정신없이 내려가다가 옆을 쳐다 본 풍경입니다. 이정도면 조금 가파른 경사지요.

 

 

좀 쉬어갈 만한 바위가 있어 앉아 쉬면서 앞을 보니 나무들의 자태가 심상치 않아 유심히 살펴보니 범상치 않은 붉은 빛 나무 두 줄기가 곧게 치솟아 있고 그 주변에 나무들이 호위라도 하는 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치 두 그루의 거대한 赤松이 사랑이라도 하는 듯이, 잔가지로 서로의 몸을 보듬듯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쉬다말고 선뜻 일어나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하나의 밑동에서 갈라져 두 줄기로 뻗어 오른 장대하고 참으로 준수하게 잘 생긴 이 금강소나무에 매료되어 이제까지 안개에 젖었던 마음이 이 푸른 솔처럼 기쁨이 힘차게 솟아오릅니다. 등성이 갈림길에서 칠보산정상으로 향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한 번에 날려 보내준 나무입니다. 칠보산으로 갔다면 멋진 너를 못 보았을 테니까! 

 

 

어찌나 크고 높은지 나무 밑에 누워 올려 담았습니다. 이 사진은 윗부분입니다.

 

 

멋진 나무를 떠나 200m 정도 내려오니 저연휴양림에 도착하였습니다. 여기까지 걸린 산행시간은 2시간 25분입니다.

 

 

정문에 있는 관리사무소로 방 열쇠를 받기위해 가는 길에 주변시설을 거쳐 보기로 했습니다. 이 나무는 봄에 제일 먼저 노랑꽃을 피워내는 생강나무입니다. 잎을 따서 맡으면 생강냄새가 납니다.

 

 

야영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장소로 텐트를 칠 수 있는 평상과 야전용 식탁이 셋트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인근에서 야영한 사람들이 끼니를 꿇일 수 있는 시설로 취사장이라는 푯말이 있네요.

 

 

울창한 소나무 숲에 마련된 야영장입니다.

 

 

이름하여 "숲속의 집"  2, 5 , 6, 11인실 등 크고 작은 방이 있습니다.  

 

 

커플이나 신혼의 젊은 부부들이 쉴 수 있는 독립 휴양관, 좀 으슥해 보입니다.

 

 

각 휴양관마다 그 앞에 주차장이 있으나 이곳은 광장 겸 야영하는 분들의 주차장이겠습니다.

 

 

우천시 야영하는 이들의 취사와 고기를 굽는 장소 입니다.

 

 

방갈로와 야영을 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휴식처입니다. 

 

 

국립칠보산자연휴양림 입구이자 관리사무소입니다.

 

 

산림문화휴양관B동입니다.

5인실(36㎡) 1개, 6인실(39㎡)1개,6인실(43㎡)6개, 8인실(49㎡)4개, 13인실(76㎡)1개, 15인실(83㎡)1개가 있습니다.  

 

 

산림문화휴양관A동입니다.

4인실(26㎡) 7개, 8인실(49㎡)3개가 1.2층으로 나누어 있습니다.

 

 

산림문화휴양관A 동 2층 해송방(4인실) 제가 이틀 밤을 쉬었던 방입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영덕 고래불해수욕장과 울진 대진해수욕장이 나란히 한 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싸안고 휑하니 뒷마루로 달음질을 칩니다. 

 

 

바다위에 머문 듯 흘러가는 구름들이 목화솜 같은 포근함을 안겨줍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시 바라본 대진해수욕장과 고래불해수욕장, 활처럼 휘어진 해안선 따라 불빛이 아름답게 별처럼 반짝이며 명멸하고 있습니다.

 

 

이 밤도 안녕히.. 친구여 고맙습니다.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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