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제천 가는 길 박달재..

鄕香 2013. 7. 20. 18:21

 

안개비 내리는 날, 달리는 차창 밖 풍경에 나 절로 조선시대 실경산수의 대가 정선이 됩니다. 푸른 산마루에 흰 띠 두른 산,산,산,

하얀 물안개 피어오르는 산자락 위로 유유(留遊)하는 구름사이로 봉우리는 삐쭉 내밀다가 수줍은 양 다시 구름너울을 쓰는 그 정경, 어찌하리..

 

 

38국도로 가다가 박달재 옛길로 들어섰습니다. 저 신기루 같은 구름을 붙잡아 보자고..

 

 

구학산자락 골짜기 깊은 중턱 뾰족한 바위들에 마치 성채처럼 둘려 있는 그윽한 산사(慶恩寺) 의 모습입니다. 경은사를 지나면 박달재자연휴양림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낙방하고 지친 몸으로 박달재에 당도하여 시름없이 앉아 금봉을 그리워하다 금봉이의 환영을 보고 단숨에 달려가 부여잡으려는 순간을 담은 작품이겠지요. 아마, 박달은 그 환영을 붙잡으려다가 이 계곡으로 떨어져 금봉이를 따라 다시는 못 올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하지요. 

 

 

안개가 구름인지 구름이 안개인지 구분할 수 없이 구름과 안개가 난무하며 주변을 온통 감싸니 구름을 붙잡는다는 것은 뜬구름이요. 그만 그 구름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금봉과 박달의 백년가약은 쌍가락지가 되어 오늘도 얽혀 있습니다. 

 

 

사랑은 홍예빛 아름다움보다 저 희뿌연 안개처럼 한 순간 몰려왔다 한 순간 사라지는 허망스런 애처로움이 많은 것은 왠 까닭일까요?  

  

 

사랑의 달콤함은 순간이고.. 남는 건 비련의 슬픔이어라. 오늘도 그 슬픔, 안개비로 내리네. 

 

 

낙방거사 박달이 금봉의 환상을 붙잡고 떨어진 박달재.

 

 

제천 박달재에서.. 2013년 7월 14일 <鄕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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