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3 .순천만자연습지갈대밭

鄕香 2013. 6. 5. 14:15

몇 해 째 가을이면 순천만갈대밭을 찾아왔지만, 녹음 짙어가는 초여름에 오기는 아마도 처음인것 같습니다. 용산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초여름의 갈대밭 습지와 순천만은 어떤 모습으로 감명을 줄지 무척 궁금했지만, 九旬을 바라보시는 모친을 모시고 온 터라 아쉽지만 어쩔 수없이 돌아서야 했습니다. 

  

 

하얗게 갈대꽃이 피었을 때의 이곳은 참으로 아름답지요. 그런데 이렇게 싱그럽게 푸른 갈대 못에 연꽃 몇 포기의 고움과 주변의 경관도 아름다웠습니다. 

 

 

푸른 갈대들만 보고 돌아서기에는 모처럼 오신 모친께서 넓은 순천만만큼이나 허전해 하실 것만 같아 기차 아닌 열차를 탔습니다. 예전에는 못 보던 것 같고 이 열차가 갔다 오는 노선의 풍경도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객차 안의 좌석은 달랑 두 개로 한 좌석에 4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모두 앞쪽으로 배열된 것이 아니고 전후로 마주 앉게 배치되어 있었고, 너무 좁아 마주앉아 서로 무릎사이로 다리를 끼워 넣어야 하는 불편하고도 쑥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제방 위를 도로로 이용하여 몇 분 쯤 가니 순천만문학관이라는 초가가 있는 곳입니다.

 

 

'오세암'을 지은 동화작가 정채봉님과 '무진기행'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 김승옥님의 기념관으로 그분들의 작품 활동과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곳 문학관에서 20분간 돌아보고 다시 열차를 돌려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조금은 싱거운 짜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이나 교육적 면에서는 괜찮은 동화 같은 열차놀이였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열차에 오른 뒤의 한적한 초가의 모습이 시골집의 고요한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작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따온 이 무진교를 건너가면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고 갈대밭을 가로 질러가면 순천만을 한눈에 관망할 수 있는 용산의 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통통배 유람선은 선객을 태우고 S형으로 굽이도는 물길을 타고 갈대숲을 헤쳐 바다로 나가고 있습니다. 저 모습을  이곳에 올적마다 몇 번을 보았는데 언제나처럼 여전히 아슴아슴 그리움을 안겨줍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키우는 물, 그 아늑함에 돌아가고 싶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생명의 요람,

 

 

묵은 갈대꽃을 원반형으로 남겼습니다. 용산전망대에서 조망되는 순천만의 원반형 늪지들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갈대밭에 설치된 목교를 따라  휘돌아 보고 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용산은 바라만 보고 저 분들처럼 목교를 따라 짧은 코스로 돌고 다시 무진교를 건너 나무그늘아래 의자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노모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망둥어가 갯벌에서 불거진 두 눈을 부릅뜨고 무언가를 노려보는 듯 합니다.  

 

 

요 녀석은 육교난간으로 다가서자 물속으로 냉큼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날 붙잡으려고, 어림도 없지!  여차하면 구멍으로 쏜 살같이 숨을 기셉니다.

 

 

 

갈대밭 사이 통통배 유람선 다니는 물길 그 건너 갈대밭에 나무 한 그루, 초막 같은 집 한 채에 정자 하나 운치 있고 물가에는 재두루미 한 마리가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가깝게 당겨서 보니 현대의 매끄러움이 풍기는 집은 기와집이요, 정자는 製材된 나무로 세운 정자였습니다.

 

 

점처럼 보였던 두루미는 역시 재두루미인 것 같습니다. 짝은 어찌하고 혼자일까...

 

 

육각형지붕을 올린 저 건물의 용도가 궁금합니다. 살림집은 아닌 것 같은데, 굴뚝인지 연통인지 환기통인지 모르지만 따스한 숨길이 배어납니다.

 

 

무진교에 당도해 뒤돌아보니 정지된 듯 고요롭고 허허로운 갈대밭에 알록진 선으로 그어진 여행객들이 움직임이 멈춘 시간을 일깨워 줍니다.

  

 

노모계신 의자에 도착하니 온통 녹색에 물이 든 눈을 밝은 빛으로 치유할 양 해당화가 활짝 웃습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단체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주변에 대한 감상도 호기심도 없는 듯한 모습입니다. 여정에 힘이 들어서일까..  

 

 

<순천만 이야기>

(작가 김희양. / 2007년 9월17일 作)

 

 

<해풍설>

(작가 김대승. / 2007년 9월27일 作)

 

 

<공존의 바다>

(작가 임종찬. / 2007년 10월7일 作)

 

 

2013년 5월20일 <鄕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