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朝鮮時代)/근대 회화(近代繪畵)

심산 노수현 필 가을(心汕盧壽鉉筆秋景)

鄕香 2013. 3. 15. 13:43

예술의 심오한 멋을 한 몸에 지녔던 강직한 성품의 心汕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길을 닦아 그의 만년에 이르기까지 더 새롭고 특유한 자신의 경지를 개척하려 부단히 몸부림친 흔적을 작품의 연륜에서 역력히 남기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 12회 國展(1963년作)에 출품되었던 그림으로 寫生을 바탕으로 금강산의 玉流泉이나 眞珠潭과 비슷한 감도 있지만, 山勢는 서울 교외의 북한산의 어느 골짜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근경의 바위 벼랑이나 원경의 산에 墨筆의 線이 가득 찰만큼 베풀어 거의 평면과 같은 음영처리를 하였습니다. 근경의 붓의 쓰임새는 濃墨으로 바위의 음영을 그리기 시작해서 붓이 마를 때까지 필선을 그어 마치 褐筆로 처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근경의 岩山에 듬성듬성 돋아난 잡초들과 岩峯 위의 잡목들이 누렇게 물들어 계절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경의 희미한 봉우리는 엷은 靑灰色으로 設彩하고 그 위에 작은 필선들을 산의 결을 따르듯 이어가며 산 표면의 질감을 나타내었습니다. 이처럼 섬세한 준법과 갈색조의 암산 분위기는 1950년대 이후 심산의 산수화에 일관되는 특징이라 하겠는데, 서양화적인 陰影法이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가을/秋景>

韓國 近代 / 心汕 盧壽鉉(1899~1978)筆 / 紙本 淡彩 115×65cm / 國立現代美術館 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