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朝鮮時代)/근대 회화(近代繪畵)

심산 노수현 필 그윽한 골짜기(心汕盧壽鉉筆幽谷圖)

鄕香 2013. 3. 12. 17:18

心汕은 1930년대에 여러 차례에 걸쳐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寫生을 통해 岩山의 형태와 표현기법을 연구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금강산에 대한 동경은 산수화가들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산수화의 이념적 아름다움을 描出하는 데는 금강산이 가장 적격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금강산이 갖고 있는 景勝 그 자체가 이미 관념적인 仙境의 면목을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강산을 보는 눈은 화가에 따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작가는 눈앞에 펼쳐지는 그 절경에 압도되어 그대로 충실히 화폭에 담으려 했고, 어떤 이는 금강산의 岩骨이 빚어내는 독특한 형상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墨法을 창안해 내기도 하였습니다. 心汕과 같은 시기의 大家인 靑田과 小亭도 금강산 寫景을 많이 그렸으나, 심산의 경우는 그들과 예외적인 면이 있습니다. 심산은 어느 특정장소를 설정한 寫景을 거의 그리지 않았습니다. 즉 금강산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山水의 체험을 통해 산수화의 理念美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구도 상 세부적인 묘사에 있어서만 寫景을 구사하였습니다. 특히 심산에게는 기암절벽의 변화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1950년대 이루 그의 작품들은 岩骨의 전체가 기조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금강산 사생을 통한 骨山의 표현수법이 바탕이 된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도 1950년대 초중기에 제작된 것으로 거의 정사각형 화면에 중국 북송 때의 李成이나 郭熙가 즐겨 그린 鬼面의 바위를 연상하게 하는 괴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한 듯한 각가지의 바위와 산봉우리들이 연속적으로 산재해 있습니다. 마치 유려하고 현묘한 奇觀을 띤 큰 산악의 깊은 골짜기의 바위동물원과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 형상들은 곧 무엇인가도 같으면서도 바로 그것은 아닌 더욱 출중하고 더욱 괴이한(愈出愈怪) 형상들입니다. 이는 심산이 금강산에서 얻은 이미지들의 재현인지도 모릅니다. 거의 濃淡의 水墨으로 능숙하게 감돌아 휘감기는 바위의 線들에서 작가의 用筆의 한 두드러진 특성을 보게 됩니다.

 

<유곡도/幽谷圖>

韓國 近代 / 心汕 盧壽鉉(1899~1978)筆 / 紙本 淡彩 162×123cm / 서울大學校 美術大學 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