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형식은 그것을 제작한 사람의 환경과 체질이 서로 엉켜서 이룩된다고 합니다. 深香 朴勝武의 경우도 그의 작품은 곧 그의 인생으로 직결된 것이라 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유를 좋아하고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그는 꼭 해야 한다는 절박한 관념이 없습니다. 즉 垂直思考가 아니라 水平思考인 것입니다. 그와 같은 예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기본적인 자세가 된 疏慢文感에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부산을 목표로 피란 가다가 목포에서 눌러앉은 일이라든지, 서울로 올라온다고 하다가 대전에서 정착해버린 그와 같은 자유로운 태도, 그것이 곧 심향의 기본적인 삶의 태도인 것입니다. 그의 예술에 있어서도 무엇을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고 그리고 싶으니까 그리는 그 태도가 그의 작품태도인 것입니다. 아무런 부자유 없이 자랐고, 화가가 되어서 자기 멋대로 사는 것이 곧 심향이었습니다. 그는 時流에 超然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집착이나 傑作의 심리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듯 그의 작품도 자유와 자연을 좆아서 갈 뿐입니다. 만년에 그의 작품이 도달한 세계는 산과 물체 같은 것을 흰 공간으로 남겨두고 하늘을 회색으로 처리함으로써 독특한 대비를 보이는 설경의 세계가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호가 深香, 즉 그윽한 향기이듯이 그의 인생도 그윽한 향기이고 또한 예술도 그윽한 香氣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 '晩秋' 작품은 1976년에 제작하였습니다. 대개 平遠山水의 구도에서는 근경에 突起한 언덕이 視感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구실을 합니다. 수평적인 흐름에 수직적인 動感을 넣고 단조함을 깨트려줌으로써 다소의 변화를 기하는 수법입니다. 심향의 작품에선 특히 이러한 구도적 특징이 자주 나타납니다. 화면 오른편에 불쑥 돌기한 山頂을 近景으로 배치하고 그 왼편으로 강과 村家를 배치하였습니다. 근경의 구릉이나 원경의 산에 가한 筆勢는 튕기듯 극히 즉흥적인 표현력을 나타내 보입니다. 그리고 키 낮은 수목들은 마치 잘려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이 樹枝法 또한 그의 독특한 기법입니다.
<만추/晩秋>
韓國 近代 / 深香 朴勝武(1893~1980 )筆 / 紙本淡彩 123.5×65cm / 個人 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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