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朝鮮時代)/근대 회화(近代繪畵)

의재 허백련 필 백운홍수(毅齋許百鍊筆白雲紅樹)

鄕香 2013. 2. 6. 15:54

 

畵面의 분위기는 빗발이 지나간 뒤 걷히기 시작하는 煙雲 속에 산기운이 되살아나고 적적한 山家에는 인적이 없는데 수목들은 붉은 이파리들이 가지마다 물들어 있어 가을빛이 짙어 갑니다. 화면 오른편 하단에는 화면 밖으로부터 이어져 온 산길이 한번 꺾이어 산가로 연결되는 돌다리와 이어지고 있는데 그 돌다리가 정교하고 고풍스러운 것으로 보아 이 유려한 계곡의 산가(山家)는 아마도 세속을 등진 선비의 처소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구도는 전경을 좌우로 전개시키고 그 사이에 낮은 溪流가 흐르도록 하고 그 위로 흰 구름을 깔아 공간의 깊이를 주었습니다. 그 위로는 主山을 설정하여 화면의 안정감을 취했는데 이것은 비교적 단조로운 구도이나 渴筆과 設彩의 솜씨는 文氣와 詩意가 넘치고 있어 어딘지 모르게 보는 이의 감정을 그윽하게 합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의 畵意는 土坡나 주산의 산세보다는 낮게 깔려서 시간을 두고 곧 걷혀버릴 것만 같은 엷은 안개구름(雲霧)과 점점 깊은 가을로 재촉해 들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고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에게 초점을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백운홍수/白雲紅樹>

韓國 近代 / 毅齋 許百鍊(1891~1977) 筆 / 紙本淡彩 43×63.5cm 個人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