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안동역 오층전탑과 당간지주 . 연리목(五層塼塔 . 幢竿支柱 .連理木)

鄕香 2012. 8. 15. 11:25

아침 08시15분 제천역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안동행 열차를 탔습니다.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시간적으로 그리 먼 곳도 아니고 또 전에 그냥 살펴보기만 했던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일명 제비원 미륵)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입니다. 그런데 제천역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표를 끊고 자전거를 싣기 좋은 칸을 물으니 역무원이 하는 말 열차에는 접이식자전거 이외는 자전거 반입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일단 표를 끊었으니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개찰구(검표원이 없음)를 나와 플랫폼에 있으려니 안전을 관리하던 역무원이 다가와서 하는 말이 자전거 반입이 안 되는데 열차승무원에게 자신이 양해를 구해보겠다는 고마움을 줍니다. 다행스럽게도 승무원의 허락을 받아 자전거를 가지고 열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안동에 도착한 시각은 09시30분 여행 안내소에서 관광지도와 소개 책자를 구해서 보니 역전근처에 모전탑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일 먼저 찾기로 한 제비원을 가기 전에 오층 전탑을 보기로 했습니다. 이 전탑은 탑신과 지붕을 전돌로 쌓고 지붕위에 다시 기와를 올린 형식으로 통일신라 때의 전탑입니다.  

       

 

 

 

 

<안동 동부동 5층 전탑(安東 東部洞 五層塼塔)>보물(寶物)제 56호

 

안동시(安東市) 운흥동(雲興洞) 소재(所在),

 

흙으로 빗어 구워 만든 벽돌로 쌓은 통일신라 후기 전탑으로 추정합니다. 6.25사변 때 일부 파괴되었던 것을 1992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으로 탑은 건립된 이후 여러 번의 수리를 거치면서 원형이 일부 변경되어 외관이 많이 손상되었습니다. 이 전탑이 있는 이곳은 본디 법림사(法林寺)의 옛터라고 전해지는데 탑 서편 옆(약 5m)에 떨어져 있는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있어 이를 뒷받침 해줍니다.

 

탑의 높이는 8.35m, 탑신 길이27.5cm, 너비 12.5cm, 두께 6cm의 무늬 없는 길고 짧은 벽돌을 어긋나게 5층으로 쌓았습니다.   

 

이 탑은 원래 7층이었으며 법흥사 탑과 같이 금동제(金銅製)의 상륜부(相輪部)가 있었다고 전해오며 탑의 각 면에는 불상을 모시는 감실(龕室)이 형식적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지붕돌 윗면의 기와와 함께 목탑의 형식에서 비롯된 잔재로 보여 집니다. 남쪽 2층면에는 인왕상(仁王像) 2구를 조각한 화강암 판석(板石)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동.북 측면 모서리) 동쪽과 북쪽 2층 몸신에 각각 작은 감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탑 동쪽 면) 2층에 작은 감실이 1개 마련되어 있음.

 

 

 

(탑 남쪽 면)

1층 탑신에 화강암으로 중방과 문설주가 마련되었고 문은 없음. 2층 탑신에는 인왕상이 조각된 화강암 판석이 있음. 3층 탑신에는 작은 감실이 마련되어 있음.  

 

 

 

 

탑 남쪽 2층탑신에 마련되어 있는 인왕상 판석 세부(細部)

 

 

 

화강암으로 만들어 세운 중방과 문설주 세부(細部) 

화강암의 2층 기단 위에 화강암의 두터운 판석을 깔고 정면의 바깥 면을 일정하게 테두리선을 위한 부분을 남기고 안면을 깎아내고 그 안에 마모되어 뚜렷한 단정은 내릴 수 없지만, 두 개의 蓮花臺文을 좌우로 나누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판석위 좌우로 문설주를 세우고 중방을 올린 형태입니다.  

 

 

 

「 안동시 운흥동 당간지주(安東市 雲興洞 幢竿支柱)」경상북도 유현문화재 제 100호

이 지주는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지주로 높이 260cm, 입니다. 兩 지주의 윗부분은 일부 파손되었고 두 지주 사이에 당간을 받쳤던 둥근 당간초석(幢竿礎石)만 남아 있는데, 문양이나 어떤 꾸밈도 없이 간결하고 소박한 모습입니다. 이 당간지주가 소속되어 있었던 절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동쪽에 있는 (약 5m 거리) 동부동 오층 전탑과 같은 사찰인 법림사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울러 당간지주는 절 마당에 세운 것으로 볼 때 옛 법림사 터라는 것을 추측케 하는 자료라 볼 수 있으며 《영가지(永嘉誌)》의 법림사 전탑에 관한 기록과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의 범림사에 관한 기록에서도 이 당간지주와 동부동 오층 전탑이 법림사 소속임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는 바와 같이 오층전탑과 당간지주는 불과 5m 간격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안동역 연리목'에 얽힌 애틋한 사연>

 

안동역사(驛舍) 옆에는 작은 공터가 있는데 그 공터 안에는 통일신라 때 세워진 오층 전탑과 당간지주 그리고 오래된 벚나무가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되기 이태 전쯤, 안동역에는 한 젊은 역무원이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겨울 밤 열차를 맞이하러 나갔다가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을 잃고 플랫폼에 쓰러지는 한 처녀를 발견하고는 역무실로 업고와 정성스레 간호해 주고 집까지 바래다주었답니다. 처녀는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 차 귀향을 하던 차였습니다. 며칠 뒤 처녀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그 역무원을 찾아 왔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되었지요. 당시 주변에는 두 사람이 만나서 시간을 보낼 만한 이렇다 할 장소도 없고 해서 둘은 늘 오층 전탑 주위를 거닐거나 당간지주에 기대앉아 사랑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며 벚나무 두 그루를 함께 심었습니다. 그러다 이년 쯤 뒤  그 역무원은 갑자기 일본 고등계 형사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는 비밀 독립운동단체인 "조선독립단"의 단원이었는데 일본 육군 기념일을 기해 안동경찰서를 기습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사전에 정보가 새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왕 쫓길 바에야 만주로 건너가 제대로 독립운동을 해볼 생각이었지만 워낙 화급하게 쫓기는 몸이라 처녀를 만나 자신의 뜻을 전할 경황이 없었지요. 그래서 동료에게, 처녀가 걱정할 것을 우려해 ' 같이 심은 벚나무가 죽지 않는 한 자신에게도 별 일이 없을 테니 걱정 말고 잘 지내고 있으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만주로 떠났습니다.  

며칠 후 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처녀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리고는 수시로 찾아와 전탑 앞에 서서 간절히 기도를 하고 벚나무를 보살폈습니다. 그해 여름 광복이 되었지만 독립운동을 하러 떠났던 그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6.25전쟁이 일어나 그녀 역시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제일 먼저 안동역부터 찾았습니다. 벚나무의 생사가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기적처럼 역에는 그 역무원이 와 있었습니다.

만주에서 독립군 생활을 하던 그는 해방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북한군에 편입, 장교로 지내게 되었고, 그러다 전쟁이 일어나 안동까지 내려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한국군의 반격으로 다시 북으로 후퇴해야 할 처지가 되었지만 벚나무를 보고는 그녀 생각에 도저히 떠날 수가 없어 그만 국군에 투항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이곳으로 찾아와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너무도 기뻐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제 그 두 사람의 소식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심어 놓은 벚나무는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말해주려는 듯 연리목처럼 밑둥지가 하나로 붙은 채 오늘도 푸른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치고 있는데, 요쯤도 안동역을 찾는 젊은 연인들은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벚나무를 찾아가 그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맹세하곤 하기도 한답니다.

※ 連理木 과 連理枝 : 연리목은 두 나무의 밑둥이 자라면서 하나로 붙은 것을 말하며 부부간의 깊은 사랑에 의미를 가지며 연리지는 서로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하나로 붙은 것을 말하며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말합니다. 

 

애틋한 사연을 접해 읽고 보니 노래하나 떠오릅니다.  "안동역에서"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 무릎까지 덮는데 안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 /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 

 

어차피 지워야 할 사랑은 꿈이었나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대답 없는 사람아 기다리는 내 마음만 / 녹고 녹는다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

기다리는 마음만 녹고 녹는다 / 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 

 

 

 

탑 옆에는 애기씨꽃(명자나무)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2012년8월14일 - 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