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다 멈추기를 반복되는 날씨에 갑갑함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섰는데, 뽀얀 구름사이로 파란하늘이 간간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어요.
모처럼 호수에 맑은 물이 보고 싶어 제2의림지를 찾았습니다. 많은 비로 넉넉해진 호수는 청순하게 맑은 얼굴로 나를 감싸줍니다.
강물은 유동적이어서 보고 있노라면 끊임없이 산만함을 요구하지만, 잔잔한 호수는 아늑함과 깊이있는 생각으로 나를 품어줍니다.
그 고요한 정적에 묵상이라도 하는 양 눈을 감아봅니다. 그러나 풀잎이 사르르 바람의 흔적을 귓가에 전해옵니다.
살며시 눈을 떠 봅니다. 바람은 세상의 헤아릴 수 없는 사연들을 담아와 수면위 잔물결에 띄우며 살랑살랑 속삭입니다.
세상의 온갖 슬픔과 서글픔도 환희의 기쁨도 모두가 한 세월의 조각이 되어 같은 모양으로 한 순간의 반짝임일 뿐 삶의 본질에 어떤 변화도 줄 수 없다고, 그렇지 삶이란 수면의 한 율동 같은 파문에 지나지 않는 것임에 영혼마저 물들고 찌들어 장단이 되지는 말아야지.
육신의 삶에 휘둘리지 말자. 온전히 저 물같은 영혼이 되자.
막내이자 하나 뿐인 누이가 얼마 전 손수 뜨개질로 짜준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귀한 모자를 쓰고...
상념에서 깨어나 둑에 자란 풀섶을 유심히 보니 그냥 싱그런 푸른 풀만 보이던 곳에 많은 곤충들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여치를 사진에 담았는데, 어려서 방학 때 외가에 가면 조리풀이나 밀짚으로 나선형의 여치집을 만들어 주시던 외삼촌 생각이 나서였지요. 당시 국민학교 여름방학의 필수과제가 곤충채집이었거든요. 참 재미도 있었고요.
방아깨비는 아직 어려서 날개도 나오지 않아서 톡톡 엉금엄금 기어 다닙니다.
가까이 사진기를 들이대었더니 여차하면 튈 라고 뒷다리를 잔뜩 오그려 모으고 있습니다.
작은 꽃이지만 구성이 예쁩니다. 순간 바람에 흔들려 선명하지는 않지만...
의림지솔밭 개울근처에서 담은 패랭이 꽃들입니다. 색깔도 여러 가지에 문양도 다양하고 예쁩니다.
흰 꽃잎에 연보랏빛 꽃술, 백설공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꿀참나무' 음식점 뒤 주차장 화단에서 담은 꽃인데, 이름은 모르지만, 꽃봉오리가 참으로 요염하고 탐스럽습니다.
꽃봉오리가 무궁화처럼 길게 말려 있습니다.
꽃망울도 무궁화와 비슷한 모양으로 맺혀 있습니다.
2011년 8월2일 - 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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