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제천 솔방죽의 裕遊

鄕香 2011. 7. 31. 23:26

 

< 제천 솔방죽 >

 

지난가을 의림지의 젖을 먹고 자란 벼이삭이 황금물결 치는 황홀함에 이끌려 찾아왔던 의림지와 제천평야 그리고 그 가운데 위치하여 의림지로부터 흘러내려온 물이 머무는 곳 솔방죽의 여름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 찾아갔습니다.

저수지 이곳저곳에 피어있는 꽃들이 저마다 예쁜 모습으로 반기며 웃는데, 맑고 고운 음악이 은은하게 귓가에 맴을 돕니다.

누가 하모니카를 부는가싶어 귀를 기울이니, 제법 큰 음률은 '스와니 강'.'그 집 앞'.'흑인영가'.'꽃밭에서'.'보리밭'.'아 목동아'.'애니 로리'.'누나' 등 꿈 많은 학생시절 즐겨 부르던 가곡들이 자연 만큼이나 풍요로운 정서와 그리움을 담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옵니다.

열심히 꽃을 찾아 사진에 담던 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음악을 따라가니 커다란 쉼터 안 의자에서 악보를 보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연로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절절하고 아름답고 숭고하고 보기 좋은지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자전거를 한쪽에 세워놓고 넋을 놓고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느덧 마음은 몽매에도 그리운 청운의 꿈 같은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의 동무들과의 추억 속을 헤집고 있었습니다. 

그 음률은 참으로 슬프고, 목이 잠기도록 서글프고, 때로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내 마음에 파고듭니다.

간간히 호수에 떨어져 동그라미를 그리는 서정적 풍경과 쉼터지붕에 떨어지는 빗줄기의 소리가 톡톡타닥 타악기처럼 절묘하게 화음이 되어 애절하도록 심금을 울립니다. 이 분 또한 이 처럼 절절이 연주하시는 것은, 가슴깊이 묻혀있던 그 옛날 푸르던 시절의 아름다웠던 꿈을, 그리움을, 올올이 음률로 풀어내고 있으심이 아닌지요.

저녁녘이 되어서야 연주를 멈추시기에, 연주와 곡들이 참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보아하니 사진을 찍으시던데,"

내가 아침에 나와 해돋이와 호수의 오리를 찍은 사진이 있으니 필요하시다면 e-mail로 보내 주시겠다며, 주고받은 인사로 알게 된 김욱수 님! 오늘 감명 깊었습니다. 저 보기에 참으로 여여 하시고, 아름다우시고, 멋지셨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어려울 수 있는 여정의 한 면을, 저 아름다운 황금빛 노을처럼 찬란함을 보는 것 같아 참 많이 부러웠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2011년 7월31일  - 鄕 -

 

 

우리의 옛 달항아리만큼이나 아름답고 정겨운 것을, 보기에 좋은 노년의 한 일상에서 볼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오리들의 천국 갈대숲

 

 

의림지로부터 7~800m 흘러내려오는 물을 담아두었다가 제천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 조절해 주는 제천평야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저수지 입니다.

 

 

많은 물고기와 개구리와 곤충 그리고 수생식물에 오리 등이 서식하는 자연생태의 寶庫입니다.

 

 

늑골 네 개가 부러지는 교통사고 이후 여행에 동반자가 된 18살의 내 자전거,  요즘은 자전거와 함께 철도나 전철을 이용할 수 있어 자동차로 여행할 때 그냥 스쳐가거나 볼 수 없는 곳을 자전거로 여행지의 숨어 있는 비경도 세밀히 둘러볼 수 있고 운동도 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자동차로 얻을 수 없는 행복을 누릴 수가 있어 좋습니다.  

 

 

<솔방죽에서 본 꽃들>

 

 

 

 

 

 

 

 

 

 

 

 

 

 

 

 

 

물레나물꽃

 

 

 

 

 

 

 

 

 

 

 

 

 

 

고맙습니다.

<제천시 솔방죽에서> 2011년 7월의 마지막 날... - 鄕香 -

 

 

 

 

'◈ 세월에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자꽃』  (0) 2011.08.08
호수와 꽃  (0) 2011.08.03
《 명자꽃.애기씨꽃.산당화 》  (0) 2011.07.13
마음의 여로  (0) 2011.07.13
  (0) 201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