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朝鮮時代)/조선 회화(繪畵)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17폭 기려원유도(金弘道筆騎驢遠遊圖

鄕香 2011. 4. 6. 23:21

 

강변을 따라서 난 한적한 들길에 한 노인이 나귀를 타고, 등짐도 없는 동자 하나 딸려 단졸한 차림으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작은 고개길에는 해묵은 버드나무 두 그루가 솟아 강변의 정취를 물씬 풍겨줍니다. 인기척에 놀란 듯 짝짓기 하던 물새 두 마리가 푸드득 날아 강변 위를 떠가고 공수(拱手)한 나귀 위의 노인이 홀연 시상(詩想)을 얻은 듯 얼굴 돌려 바라봅니다. 강변의 한적한 평원경(平遠景)과 습윤한 물기를 강조한 고취(苦趣)의 수묵조형(水墨造形)입니다. 화면 좌측 면에는 육방옹(陸放翁)의 행려시(行旅詩) " 검문 가는 길에 이슬비 만나<劍門道中遇微雨>"가 단원의 필치로 쓰여져 이 그림의 화상(畵想)과 화의(畵意)을 전해 줍니다.

「衣上征塵雜酒痕 遠遊無處不銷魂 此身合是詩人未 細雨騎驢入劍門 庚戌 首夏 檀園 」<의상정진잡주흔 원유무처불소혼 차신합시시인미 세우기려입검문 경술 수하 단원> " 옷 위 흙먼지 술자국에 섞이고, 먼 유람길 객정(客情) 풀지 못하는 곳 없네 이 몸 아직 시인에 합당치 못해 가는비에 나귀타고 검문에 드네."

 

화면 우측에는 스승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의 제발(題跋)이 있습니다.

단원이 중병에서 일어나 이 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뛰어난 필력을 보여주니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칭찬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士能重病新氣 乃能得此 精細工夫可知 其宿痾快復 喜慰若接顔面 況乎筆勢工妙 直與古人相甲乙 尤不可易得 宜深藏篋笥也 庚戌淸和 豹菴題)<사능중병신기 내능득차 정세공부가지 기숙아쾌복 희위약접안면 황호필세공묘 직여고인상갑을 우불가역득 의심장협사야 경술청화 표암제>」

" 사능(士能)이 중병에서 새로 일어나 이에 능히 이 그림을 얻었으니 정세(精細)한 공부를 가히 알 수 있다. 그 심한 고질병이 완쾌되어 기쁘게 위로하니 마치 얼굴을 대한 듯하다.하물며 필세가 정묘하여 곧바로 옛사람과 서로 우열을 겨루고 더우기 쉽게 얻을 수 없으니 마땅히 상자 속에 깊이 넣어두어야 한다. 경술(庚戌1790年) 청화(淸和4월) 표암(豹菴)쓰다. "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17폭 기려원유도(金弘道筆騎驢遠遊圖)

朝鮮時代 / 金弘道 (1745~1806 ?) 49歲作/紙本淡彩 28.0 × 78.0cm /  澗松美術館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