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朝鮮時代)/조선 회화(繪畵)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15폭 창명랑화도(金弘道筆滄溟浪華圖)

鄕香 2011. 4. 6. 14:26

망망대해의 시퍼런 바닷물이 새벽부터 불어닥친 광풍(狂風)에 밀려서 집채만한 파도를 일으켜 출렁이며 물결치다가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한 채 삼키고 뒤집어지면서 하얀 물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동일반복에 가까운 신속하고 유연한 골선(骨線)의 율동(律動)과 그 사이를 가볍게 스치며 물들인 습윤한 수묵(水墨) 선염(渲染)만이 마치 노도인양 해수인양 물꽃인양 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아스라한 물보라와 재빛 연운(煙雲)으로 몽롱하기만 한 하늘과 바다와 구름과 바람의 분간할 수 없는 대혼돈의 여백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弘道'의 청아(淸雅)한 관서가 마치 바람 탄 해상 신선의 현신(現身)인듯 사뿐히 솟아서 가볍게 날아들어 아름답게 서 있습니다. 이것이 만년의 단원입니다.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15폭 창명랑화도(金弘道筆滄溟浪華圖) 

朝鮮時代 / 金弘道 (1745~1806 ?) 紙本水墨 41.7 × 48.0cm /  澗松美術館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