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朝鮮時代)/조선 회화(繪畵)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12폭 편주도해<金弘道筆丙辰年畵帖片舟渡海>

鄕香 2011. 4. 5. 20:49

 

단원의 그림에는 바다를 그린 것이 많습니다. 그 시대에는 어딘가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무한(無限)과 거대(巨大)한 바다에 유한(有限)과 미소(微小)의 진속(塵俗)을 풀어 버림으로써 잠시라도 초탈(超脫)의 정서를 맛보고 싶었던 바램이었을 것입니다. 단원시대에도 바다가 일상일 수 없는 변화한 서울에서는 바다가 언제나 그런 기대와 가능의 공간으로 꿈꾸어졌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바다는 그저 바다라는 것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좋은 것입니다. 더우기 수천만 년의 풍우를 견디며 자연이 만들어준 온갖 형상의 기암절벽이 마치 해상군선(海上群仙)처럼 떠있는 안복(眼福)까지 누릴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거기에 능숙한 노 사공을 만나 일엽편주에 몸을 맡긴 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천만의 선유(船游)로 기암절벽을 오가면서 숨겨진 자연의 비경의 심오(秘奧)함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것 없는 신선의 세계 그 자체일 것입니다. 

이런 꿈을 어찌 쉬이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단원은 바다에 대한 이런 동경을 한 폭의 꿈처럼 보여주며 안내합니다. 푸른 망망대해의 뽀얀 안개 속에 떠오른 기암절벽들은 단원의 바위 중에서도 가장 청순하고 잘 생겨 그대로 신선의 자태라 하겠습니다. 군더더기를 덜고 형해(形骸)만을 스치듯 쳐내린 만년의 필법(筆法)이 더욱 선풍(仙風)에 어울립니다. 그리고 시원한 바닷가의 해풍까지 전해줍니다. 출렁이는 물결 사이를 물들인 시퍼런 군청은 밑으로 수천길의 깊이를 만들어 외경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본디 화첩의 한 그림이었던 듯하나 지금은 독립된 편화로 전해집니다.단원의 소폭 일품들은 이처럼 화첩에서 분리되어 한둘씩 전하는 것이 많습니다. 워낙 찾는 이가 많고 고가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한 점이라도 갖고자 화첩을 나누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12폭 편주도해도<金弘道筆丙辰年畵帖片舟渡海圖>

朝鮮時代 / 金弘道 (1745~1806 ?) 絹本淡彩 26.4 × 36.7cm /  澗松美術館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