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바닷가에서 느낄 수 있는 한가로움의 청취를 담은 그림입니다. 《편주도해(片舟渡海)》가 망망대해의 신비와 외경감을 표현한 것이요, 《창명낭화(滄溟浪華)》는 시커먼 노도(怒濤)가 뿜어내는 낭화의 격정을 묘사한 것이라면, 이 《滄海浪鷗》는 그윽한 바닷가에서 느끼는 한가로운 정취를 담은 것입니다.
오른쪽에 유려한 행서로 써 넣은 제시(題詩)가 그러한 화의(畵意)를 알려줍니다. 『 往來幽渚不勝閑<왕래유저불승한>』
" 가고 오는 그윽한 모래톱 한가롭기 그지없네."
어느 명사(名士)의 小品 詩인듯 한데, 바다가 보여주는 많은 표현과 정서 중에서도 그윽하고 한가로운 정취를 그림 같은 시각적 언어로 뛰어나게 형상화 하였습니다. 그러나 단원은 시인이 읊은 모래톱에서 과감히 바다 속으로 들어가 시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 출렁이는 물결과 하얗게 부서지는 물꽃, 그리고 바다에 떠있는 검은 용암과 그 위를 넘나드는 바람 같은 물새들을 잡아내는 매우 적극적인 형상화를 시도하였습니다. 따라서 그윽한 모래톱의 詩情 보다 바닷가에서 느낄 수 있는 한가로운 정취를 더욱 낭만적으로 물씬 느끼게 합니다. 출렁이는 물결이 없고 바람처럼 떠다니는 물새가 없는 바다는 그윽하고 한가롭기보다는 고적하고 쓸쓸하여 왠지 바다같지 않을 것입니다.
단원 그가 남긴 동일 화제(畵題)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입니다. 단원의 관서(款書)와 "士能", '一卷石山房'의 도장을 찍었습니다.
단원 김홍도 필 병진년화첩 제14폭 창해낭구도(金弘道筆滄海浪鷗圖)
朝鮮時代 / 金弘道 (1745~1806 ?) 紙本淡彩 41.7 × 48.0cm / 澗松美術館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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